이제 ‘코로나19’라면 넌덜머리가 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침마다 꽤 마음이 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전보다 메이크업에 덜 신경 써도 마스크로 가리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철옹성처럼 내 얼굴을 가로막아주던 마스크를 최근 자주 벗게 되면서 다시 자신감 급하락 중인 건 비단 에디터만은 아니리라. 눈 화장은 안 해도 볼터치는 꼭 하던 팬데믹 이전을 떠올리며 화장대 구석에 처박아둔 블러셔를 다시 꺼내 든 이유다. 여러 컬러 중에서도 잘 익은 사과처럼 불그죽죽한 레드 빛깔에 주목! 언뜻 보면 인주 같아서 내 볼을 맡기기보다 계약서를 꺼내 도장이라도 찍어야 할 것 같지만,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철부터 찬바람 부는 겨울까지 이 레드 블러셔를 잘만 바르면 의외로 피부 톤을 한층 밝고 맑아 보이게 해준다는 사실. 가을 웜 톤 피부의 소유자인 에디터의 경우 채도가 낮은 소위 ‘벽돌 레드’ 톤을 선택해 얼굴 위에서 동동 뜨는 불상사를 막고 있다는 점도 참고할 것. 사실 ‘딸기우유’ ‘복숭아’ 정도로 점철돼 온 블러셔 컬러 외에 더 진한 치크 컬러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자칫 연지곤지 찍은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끄러워 낯을 붉힐 때, 추운 날씨에 양 볼이 노출됐을 때, 숨 가쁠 만큼 열심히 러닝하고 난 후를 상상해 보자. 어디 딸기우유나 복숭앗빛이 보이던가? 즉 핑크나 피치보다 레드가 가장 천연에 가까운 혈색이자 속부터 배어 나오는 듯 자연스러운 톤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찾아낸 테크닉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파우더 타입의 경우 천연 모 소재의 숱이 풍성한 브러시를 선택해 제형을 묻히고 톡톡 털어 양을 조절해 준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 그 다음 광대뼈를 감싸 안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스치듯 발라준 후 블러셔가 묻지 않은 깨끗한 천연 모 브러시로 그 위를 살살 문질러 펴 바르는 방법. 파스텔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간 듯한 발색을 완성할 수 있다. 한편 크림이나 리퀴드 타입의 경우 손보다 스펀지를 추천한다.
한 번에 완성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아주 소량씩 덜어 빠르게 스펀지로 펴 발라야 발색과 수분감이 동시에 올라와 피부가 매끈하고 탱탱하게 보이면서도 수채화처럼 물든 효과를 낼 수 있다. 백설공주처럼 소녀스러운 느낌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넓게 펼치는 대신 볼 가운데에 포인트처럼 색감을 입힌 비뮈에트 쇼의 모델 룩을, 볼에 레드를 발랐을 때 눈꺼풀이나 입술에 어떤 색을 매치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과감한 그린 섀도와 버건디 립이 어우러진 필로소피 디 로렌조 세라피니 쇼의 모델 룩을, 또 다른 부위의 컬러 매치 고민 없이 원 톤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면 GCDS 쇼의 모델 룩을 참고할 것. 그 다음 앞서 적은 팁을 참고하며 양 볼에 공들여 붉은 빛깔을 입혀볼 것. 차츰차츰 익숙해지며 밥 로스 아저씨의 대사가 절로 나오게 될 거다. “레드 블러셔, 참 쉽죠?”





촉촉한 질감으로 덧바르기 편한 치키 틴트 블러쉬 스틱, 레벨 레드, 3만8천원, Huda Beauty by Sephora.











크리미한 파우더가 농밀한 유화처럼 표현되는 아이 투 치크, 10 푸시아 일루젼, 7만2천원, Valentino Beau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