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무섭게 쏟아지는 날입니다. 오늘 이 촬영장에서 세훈이 가장 차분한 사람 같아요
폭우 때문에 촬영 장소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갑작스레 뭔가 바뀌거나 없어지는 변칙적인 상황을 어릴 때부터 일로 겪어서인지 당황하지 않는 편이에요. 항상 정리를 잘해주는 주변 분들 덕분에 저야 편하죠.
캐시미어 니트 재킷과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셔츠, 화이트 플리스 조거 팬츠, 베이지 니트 삭스, 버켄스탁과 컬래버레이션한 자수 장식의 펠트 뮬은 모두 Dior Men.
오늘 촬영을 위해 ‘소년의 방’을 구현했어요. 마침 티빙 오리지널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 촬영을 통해 10대 시절로 회귀하기도 했죠. 연습생으로 10대 시절을 보낸 세훈의 마음을 건드렸을까요
중학교 2학년 때 연습생 생활을 하기 전까지 떠올려보면 그 나이에 맞는 장난꾸러기였던 것 같아요. 수업 시간이 끝나기만 기다렸죠. 데뷔는 고2 때 했지만 1년 전부터 데뷔 준비로 거의 학교에 가지 못했어요. 벌써 10여 년 전 이야기지만, 저희가 데뷔 티저만 23개를 냈거든요. 그중 제가 나오는 영상이 6~7개 정도 돼서 준비할 게 많았어요. 그래서 거의 학교라는 공간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교복을 입은 다른 출연진이 잔뜩 있는 현장을 보는 게 좋더라고요. 제가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있을 법한 감정과 상황을 연기하다 보니 집중도 잘됐고요.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 함께 출연했던 최희서 배우의 브이로그를 보니 대사를 틀리거나 NG를 낸 적 없다고요. 노력의 결과 아닐는지
선배님들이 너무 많은 촬영장이잖아요. 현장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누구나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대사를 외우는 건 정말 기본적인 거니까.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 함께하다 보니 ‘레디 콜’ 전까지 기억이 안 나던 대사가 상대방의 대사를 듣는 순간 딱 떠오르는 경험도 했죠. 그래서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됐어요. 신기한 감정이긴 한데, 연기할 때는 최대한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 되려는 편이거든요. 기억이 안 나던 대사가 그 찰나에 떠오르는 건 그래서인 것 같아요. 장면이 끝나면 또 금방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브라운 컬러 블루종과 캐시미어 폴로 셔츠,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셔츠, 플리스 조거 팬츠, 레터링 디테일의 ‘CD 1947 새들’ 백, 그레이 니트 삭스, 레더 스니커즈는 모두 Dior Men.
무대에서도 그렇다고요. 하도 몸에 익어서 음악만 들어도 반사적으로 나온다고
맞아요. 춤은 정말 자동적으로 나오죠. 무대에 있을 때 저도 평소의 개구진 모습과 다르니 비슷한 결일 수도 있겠네요. 맡은 인물이 되는 것은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요.
올해 엑소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 4월에 팬 미팅이 열렸죠. 엑소엘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겠어요
아직 8월이지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일 것 같아요. 전날 무대 리허설을 하며 인 이어와 마이크를 체크할 때 비로소 실감 나더라고요. 오프닝 BGM으로 ‘피터팬’이 나오는데 그때 ‘확’ 오더군요. 카이는 그게 ‘왕창’ 와서 울었던 것 같고요. 그때만 해도 띄어 앉기나 함성 금지 같은 제약이 있어서 아쉬웠지만 뭐.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요.
플라워 자수 디테일의 시스루 셔츠와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셔츠, 캔버스 소재의 카고 팬츠, 실버 링은 모두 Dior Men.
한창 콘서트를 많이 하던 스물여섯 즈음, 가장 텐션이 좋고 높았던 에너지를 한 번 더 보여주고 싶어요. 저 혼자로는 불가능하죠. 우리만의 무대와 팬들, 여러 상황과 조건이 맞아야 하니까.
그러잖아도 영화관에 갔더니 〈엑소의 사다리 타고 세계여행 3〉(이하 〈엑사세〉)가 비욘드 라이브 더 무비로 상영 중이더군요
저도 궁금했어요! 그거 왜 하는 거예요? 엑소엘 8주년이라서? 방송 안 된 비하인드 장면이 많아요? 아, 어쩐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방송에 빠진 게 많더라고요.
캐시미어 니트 재킷과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셔츠, 플리스 조거 팬츠는 모두 Dior Men.
〈엑사세〉는 엑소를 대표하는 리얼리티 여행 시리즈입니다. 남해로 떠났던 시즌3는 특히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세훈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멤버 대부분이 집에 있거나 근처 다니는 걸 좋아해요. 반면 저는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 보자는 주의라서 어릴 때부터 여기저기 많이 다녔죠. 아무것도 안 챙기고 대구로 훌쩍 떠나기도 하고, 그 다음날은 부산 가고요. 그러다 보니 장거리 운전도 익숙하고, 지방에 가면 익숙한 장소들도 좀 쌓인 것 같아요. 사실 어디 가는 거 귀찮고 힘들죠. 그런데 안 가고 집에 있으면 뭐 하겠어요. 자다가 일어나서 TV나 보겠죠. 그런 건 나중에 하고 지금은 일단 가보자, 가면 재밌겠지 하고 가보는 거예요. 어디든 가서 새롭게 보고 경험하는 것들이 재미있어요.
평소 멤버들도 자주 말하죠. 엑소가 단합하는 데 세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런 역할이 마음에 드나요? 지치지 않을지
‘다 같이 밥 먹자’는 이야기를 멤버들이 먼저 할 때는 거의 없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혼자 있는 시간이 좋고, 거기서 에너지를 얻는 건 개인 성향이니까. 약속 잡는 건 사실 에너지잖아요. 시간 언제 되냐, 몇 시까지 올 거냐 챙기고, 식당도 알아보고 예약해야 되는데 그런 걸 제가 좀 아니까 제가 하게 되고. 멤버들이니까, 형들이니까 저도 무릅쓰고 하는 거죠. 최근엔 저도 좀 안 하고 있네요. 〈엑사세3〉 때 2박3일 붙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웃음).
플라워 자수 장식의 다운 재킷과 파스텔컬러 재킷,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셔츠, 그레이 플리스 조거 팬츠, 니트 삭스, 하이톱 스니커즈는 모두 Dior Men.
멤버 모두 개인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서로 어떻게 응원하는 편인가요. 이 또한 의식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기는 합니다
관심 없는 척하면서 다 보고 한 마디씩 응원도 해요. 누군가 앨범을 내면 시간 내서 간담회나 쇼케이스 MC도 서로 봐주고요. 멤버들이 다 착하거든요. 각자 활동하면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도와주면서 지내는 것 같아요. 단체 채팅방도 활발합니다.
세훈의 개인활동에 대해 기억에 남는 멤버들의 피드백이 있다면
엄청나게 감동적이었던 건 딱히 없는데요(웃음). 도경수 형은 가끔 전화해서 촬영현장 어떠냐고 물어보고요. 수호 형과 찬열 형이 보낸 커피 차를 보면서 생각해요. 그래도 내가 촬영한다는 걸 알긴 아는구나.
피크트 라펠 코트와 캐시미어 니트 톱, 스트라이프 패턴의 실크 셔츠, 울 트윌 베레는 모두 Dior Men.
2020년에 세훈 & 찬열로 발표한 〈10억 뷰〉 앨범은 아티스트로서 세훈을 짐작하기 좋은 창구였던 것 같아요. 가사를 통해 진솔하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죠. 지금도 많이 듣나요
가끔 감성적이 될 때, 정말 가끔 들어요. ‘로데오역’ ‘날개(feat. 개코)’가 그중에서도 찾아 듣는 곡이죠.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나요
아직까지는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노래가 좋아요. 예전에 썼던 가사가 연습생 때나 어린 시절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지금’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시간이 흐른 동안 느낀 감정과 가치관들이 머릿속에 있어요. 아직 정립되지 않았지만.
다크 그레이 컬러 코트와 스트라이프 실크 셔츠, 블랙 플리스 조거 팬츠, 다이아몬드 패턴의 ‘디올 히트 더 로드’ 파우치 백, 니트 삭스, 라인 스톤으로 장식한 슈즈 주얼리, 블랙 더비 슈즈는 모두 Dior Men.
2년 전부터 하는 고민인데 아직도 해소가 안 돼요. 우주는 정말 넓고, 그 속에서 우리는 정말 작은 존재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이야기인데요. 찾아볼수록 과학자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의견에 찬반이 많더라고요. 일단 그냥 잘 살아야겠죠.
엠브로이더리 칼라 장식의 더블브레스티드 바 코트와 스트라이프 실크 셔츠, 블랙 플리스 조거 팬츠, 니트 삭스, 라인 스톤으로 장식한 슈즈 주얼리, 블랙 더비 슈즈는 모두 Dior Men.
궁금한 게 있으면 일단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요
해소가 안 되면 검색엔진의 힘을 빌리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다르게 보게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저는 촬영도 하는 입장이라 〈탑건: 매버릭〉을 봤을 때 크로마키를 배경으로 이것저것 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그 장면이 톰 크루즈가 실제로 비행기를 조정한 거였다? 완전히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거죠. 그런 걸 발견할 때 좋아요.
디올 맨과 세훈이 추구하는 이미지는 어떤 점이 잘 맞는 것 같나요. 여성 컬렉션이긴 하지만 지난봄 이화여대에서 펼쳐진 쇼를 보고 느낀 것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어요. 서울에서 이런 분위기를 낼 수도 있구나 싶었죠. 우먼 컬렉션도 실제로 보니 더 좋았고요. 평소에도 여성 옷의 시각적인 면이나 디테일이 예쁘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너무 심오하지 않으면서 포인트나 디테일이 정확하게 있다는 점. 그게 디올의 매력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입은 사람을 더 멋지게(귀티 나게) 만들어주죠.
코튼과 실크 캔버스 블루종, 캐시미어 폴로 셔츠, 스트라이프 포플린 셔츠, 브라운 플리스 조거 팬츠, 레터링 디테일의 ‘CD 1947 새들’ 백은 모두 Dior Men.
〈커피프렌즈〉 〈바퀴 달린 집〉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서 알 수 있듯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세훈 옆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친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노력해도 안 친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또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잖아요. 그리고 다 마음들이 ‘찐’해요. 실컷 웃다가도 또 옛날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죠. 그리고 정말 다 착합니다!
이쯤 되면 모든 사람을 착하게 보는 것 아닌지(웃음). 그런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지금처럼만 같으면 좋겠어요. 서로 의심이 없어서 편안한 가족 같은. 신뢰가 정확하게 존재하기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그 상황을 공유할 수 있어요. 그들도 저를 이렇게 생각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피크트 라펠 코트와 강아지 모티프의 캐시미어 니트 톱, 실크 셔츠, 화이트 플리스 조거 팬츠, 울 트윌 베레는 모두 Dior Men.
맞아요. 자신 있으니까 이렇게 말을 하는 겁니다.
허리를 강조한 바 코트와 자수 장식을 더한 튤 소재의 톱, 포플린 셔츠, 플리스 조거 팬츠는 모두 Dior Men.
사람이든 상황이든 변하기 마련입니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절대 쓸려가지 않아’라고 했던 ‘On Me’의 가사처럼. 지난 10년 넘는 시간 동안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한 세훈의 원칙이 있다면
항상 주변에 있는 사람이나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제가 원칙을 세워두고 여기까지 온 것보다 환경 자체가 저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주변을 생각해 더 조심하며 버텨온 것 같습니다.
플라워 모티프 자수를 더한 니트 스웨터와 스트라이프 패턴의 포플린 셔츠, 카고 팬츠, 버켄스탁과 컬래버레이션한 펠트 뮬은 모두 Dior Men.
또 주변에 고마움을 돌리네요.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없나요
아휴. 사실 제가 잘했죠. 주변 환경이 뭐가 중요합니까? 제가 제일 잘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