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K-천재, 반 클라이번 콩쿨 역대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은 욕심이 없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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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온 K-천재, 반 클라이번 콩쿨 역대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은 욕심이 없다

라효진 BY 라효진 2022.06.21
지난해 열린 제18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결선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인이던 이혁 이후로 K-클래식은 또 한 번 주목받았습니다. 그 주목의 시선은, 정명훈이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2위를 했을 때처럼 클래식 불모지 한국에 우연히 태어난 천재를 향한 것이 아니었어요. 이제 K-클래식이 국제 유수 콩쿨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엄청나게 놀라운 일은 아니거든요.
 
올해만 해도 세계 3대 콩쿨인 퀸 엘리자베스 콩쿨 첼로 부문에서 최하영이 1위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국제 콩쿨에서 양인모가 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일부터 18일(현지시각)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에선 18세의 임윤찬이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 뿐만이 아닙니다. 신작 최고연주상과 콩쿨의 인기상 격인 청중상까지, 이번 대회에서 3관왕에 등극했죠.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입학한 순수 국내파입니다.
 
 
60년 역사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쿨은 세계 3대 피아노 콩쿨에 버금가는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입니다. 지난 15회에선 한국의 선우예권이 우승을 했죠. 4년에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원래는 2021년 개최돼야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16회는 1년 미뤄졌습니다.
 
1년의 준비 기간이 더 있었기 때문에 16회 참가자의 수준이 높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이번 대회에는 총 388명의 피아니스트가 참가했는데, 임윤찬은 초반부터 압도적 실력을 펼치며 우승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청중으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고요.
 
 
콩쿨의 명장면으로 꼽힌 건 임윤찬이 준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이었습니다. 리스트가 이를 내놓았을 때도 '본인 외엔 치기 힘들 것'이라며 혀를 내두른 연주자들이 적지 않았죠. 약 1시간 5분에 걸쳐 12곡의 연습곡 전곡을 연주한 임윤찬의 머리칼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탈락을 부를 수도 있는 임윤찬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위험한 도전을 한 걸까요?
 
하지만 그의 선택은 성공이었습니다. 12개의 곡이 임윤찬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끝맺을 때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연주에 몰입했죠. 그리고 결선에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 곡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대회 심사위원장이자 지휘를 맡은 마린 알솝은 그와의 협연 후 무대에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아직 만 18세인 임윤찬은 콩쿨 우승 이후 "심란하다"라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스스로를 부족한 음악가라 생각한다는 그는 우승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기쁨보다 고민이 크다는 거였죠. 임윤찬을 둘러싼 모든 이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환호했지만 당사자는 덤덤하달지, 평온하달지, 미소 한 점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의 소감은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와 함께 살고 싶다든가, 이 세상의 모든 곡들을 다 연주하고 싶다든가,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와는 동떨어진 것들이었습니다. 직접 말하기도 했죠. 커리어에 대한 야망은 0.1%도 없고, 내년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의 음악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보기 위해 콩쿨에 나왔다고요. 수상이나 성공에 대한 욕심 대신에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애정만 역설할 뿐이었던 임윤찬의 우승. 지켜보는 사람들은 애가 탈 지 모르지만, 이런 임윤찬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그를 더 사랑하도록 만드는 이유일 것 같네요.
 

#K-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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