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이 보내는 위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조성진이 보내는 위로

네 번째 레코딩 앨범 발표를 앞둔 조성진이 보낸 위로와 영감의 말들.

ELLE BY ELLE 2020.05.10
 
각각 쇼팽, 드비시, 모차르트의 곡을 담았던 이전 레코딩 앨범과는 달리 이번에는 여러 음악가의 작품을 한 앨범에 담았다 한 번쯤 리사이틀 프로그램 같은 느낌을 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을 중심으로 다른 곡들을 골랐다. 베르크와 리스트의 소나타 또한 악장과 악장이 연결돼 있어 악장 소나타처럼 들리는 공통점이 있다.  
 
〈The Wanderer〉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에서 비롯된 제목인가 주제를 빌려온 셈이다. 슈베르트와 리스트가 활동했던 19세기 초 낭만주의 시기에 ‘방랑’은 굉장히 중요한 단어였던 것 같다. 나 또한 여러 곳을 여행하는 음악가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방랑’하는 삶은 어떤가 2012년 파리 유학을 떠난 이후 몇 년 동안은 어디가 집인지 알 수 없었다. 베를린에서 1년에 4개월 정도를 보내는 지금은 ‘내가 있는 곳이 집이구나’ 하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고독하거나 외롭지는 않다.  
 
레코딩 과정에서 들려줄 만한 이야기가 있다면 관객이 없어도 완벽한 레코딩 음반을 만드는 아티스트도 있지만, 내게는 관객이 있다는 긴장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6월 베를린에서 슈베르트와 베르크를 녹음할 때도 녹음을 마친 뒤 20~30명의 관객을 불러 연주했고, 같은 해 10월에 녹음한 리스트 소나타는 프로듀서 2~3명을 관객석에 앉히고 30분짜리 곡을 한 번에 녹음했다.  
 
‘방랑자 환상곡’은 슈베르트 자신도 ‘너무 어려워 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신은 “이 곡의 기술적인 어려움보다 곡에 담긴 상상력과 구조성, 진보성에 초점을 둔다”고 말한 적 있다 ‘방랑자 환상곡’을 좋아해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을 만들기도 했던 리스트 또한 그 진보성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연주자로서는 테크닉이 어렵다는 걸 감추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이 이 곡을 들었을 때 드라마틱하고 아름다운 곡이라는 사실만 느끼기를 바란다.  
 
당신의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클래식을 친근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찾아주고, 음반을 들어주고 새로운 곡을 안다면 그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말러와 스트라빈스키, 스트링 콰르텟 같은 이야기가 일상 대화 속에 오가고 말이다. 
 
3월 28일 세계 피아노의 날을 맞아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을 했다.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아이디어였다. 나도 쉬는 게 어색한데 30년 넘게 커리어를 이어온 그는 얼마나 지금 사태가 어색하겠나! 처음엔 관객 없이 라이브를 하는 게 어색했지만 나중엔 실제 콘서트 같은 에너지를 느꼈다. 지금처럼 위로가 필요한 시기, 음악을 더 찾아 듣게 되는 것 같다.  
 
당신을 위로하는 음악은 지난 연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예핌 브롬프만의 공연이 너무 좋아서 그와 에밀 길렐스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있다. 이렇게 피아노 연주를 많이 듣는 건 나도 오랜만이다(웃음). 
 
모든 것을 예측하기 힘든 시기지만 먼 미래의 자신을 상상한다면 건강하게 피아노를 계속 치고 있으면 좋겠다. 음악가의 삶에는 운도 필요하니까. 일단은 7월 한국 공연이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기쁠 것 같다.
 
새 앨범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공식 발매일은 5월 8일이지만 사실 이미 집에 10장 정도 있다. 주변 사람에게 선물하려고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다.
조성진의 네 번째 레코딩 앨범 〈The Wanderer〉

조성진의 네 번째 레코딩 앨범 〈The Wand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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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온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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