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문화재단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쿨 최연소 우승과 하마마츠 국제 피아노 콩쿨 3위라는 성적은 한국에 임동혁과 조성진 이후로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탄생하리란 기대감을 안겼죠. 조성진이 우승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쇼팽 콩쿨)에 이어 올해 열린 제18회 쇼팽 콩쿨에 이혁이 출전했습니다. 그는 3차에 걸친 경연 끝에 파이널 진출 12명 명단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이름을 올렸어요.
2라운드에서 스케르초 3번 Op.39, 왈츠 5번 Op.42에 이어 약 21분 동안 소나타 2번 Op.35를 연주한 이혁에게 관객석의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아직 콘체르토 한 곡이 더 남아있었는데도 말이죠. 2라운드에서 이혁이 속한 세션 중 3라운드에 진출한 건 이혁이 유일했어요.
이윽고 준결승을 마친 이혁은 결승에서 협주곡 2번을 소화하며 또 한 번 듣는 이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파이널 6인 안에 드는 것도 기대해 볼 법한 훌륭한 연주였죠. 하지만 3시간 이상 지연된 심사 끝에, 이혁은 순위권에 들지는 못했습니다. 우승은 힘 있고 화려한 쇼팽을 보여 준 캐나다의 브루스 리우에게 돌아갔죠. 아쉬웠으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이혁의 다음 행보를 더욱 기대하는 콩쿨이었어요.
이혁은 재주도 꿈도 많습니다. 체스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취미고, 특히 체스는 아마추어 대회에까지 나갈 정도로 수준급이죠. 현재는 피아니스트이지만 어릴 때부터 만졌던 바이올린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도 있고, 지휘자 공부도 할 마음이 있다고 해요. 피아니스트로서도 솔로만 고집할 생각이 없이 다양하게 활동할 계획이고요. 6년 전 조성진이 열어 젖힌 'K-클래식'의 다음을 이어나갈 이혁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