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우리들의 블루스〉가 가슴 찡한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12일 종영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조명하고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과 위로를 선사했는데요. 방송 내내 화제가 됐던, 〈우리들의 블루스〉 명장면을 살펴볼게요.
1. 옥동과 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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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우리들의 블루스〉 명장면은 평생 어머니 옥동(김혜자)를 원망하며 살았던 동석(이병헌)이 뒤늦게 옥동의 진심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입니다. 죽은 옥동을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내뱉는 그의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눈시울마저 붉히게 했어요.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어머니를 안고 울며 그제야 알았다. 난 평생을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안고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난 내 어머니를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 - 동석
극 중 두 사람은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내던 애증의 모자 관계였습니다. 옥동은 과거 남편과 딸을 먼저 떠나보내고 어린 동석이를 데리고 홀로 살아가기 막막한 나머지 남편 친구의 첩살이를 하며 아들을 키우는데요. 동석은 어린 마음에 그런 어머니를 원망하고, 상처 가득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옥동 역시 그런 동석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숨기고 아들에게 늘 무뚝뚝하게 대했지요. 그랬던 옥동은 시한부 선고로 죽음을 앞두고서야 그간 아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미안함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을 '미친X'이라고 부르며 자책하면서요.
“너 어멍은 미친X이라. 미치지 않고서야 딸을 물질을 시켜 처 죽이고. 그래도 살 거라고 그저 자식이 세 끼 밥만 먹으면 사는 줄 알고. 학교만 가면 되는 줄 알고. 자식이 처 맞는 걸 보고도 멀뚱 멀뚱. 너 나 죽으면 장례도 치르지 말라. 울지도 말라”
옥동은 또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냐”는 아들의 질문에 동석과 함께 있는 지금이 가장 좋다면서 아들을 향한 진심을 전합니다. 또한, 동석이 좋아하던 된장찌개를 끓여두고 숨을 거두면서 투박하게나마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죠.
2. 춘희와 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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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할머니 춘희(고두심)와 육지 손녀 은기(기소유) 이야기 역시 많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또한,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자 발휘한 어른들의 숨은 노력도 빛을 발한 에피소드였죠.
극 중 춘희는 남편과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낸 데 이어, 아들 만수마저 사고를 당해 목숨이 위태롭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한탄합니다. 그런 춘희의 모습에 은기는 “별이 100개 뜨는 곳이 어디냐”고 묻습니다. 앞서 만수가 ‘제주도에서 달 100개가 뜨는 곳에서 소원을 빌면 별이 한꺼번에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면서요.
“달 100개, 소원 들어주는 달 100개. 은기 소원 100개 말고, 아빠 빨리 낫게 해달라고 백 번 빌 거예요.” - 은기



춘희는 은기의 간절한 마음을 넘기지 않고,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마을 사람들에게 바다에 배를 띄워 달라고 부탁합니다. 밤 바다에 떠오른 어선의 불빛이 달처럼 반짝이길 바라면서요. 마을 사람들 역시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알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배를 내보내는 등 이들을 힘껏 도와줍니다.
이후 캄캄한 밤 바다에 어선의 등불이 마치 달처럼 반짝이고, 은기는 그 광경을 보면서 “아빠, 아프지 마세요”라고 소원을 빌기 시작합니다. 은기와 춘희,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이 기도에 함께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만수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등 시청자들을 안도하게 했습니다.
3.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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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영옥·영희 자매와 정준의 이야기는 세상의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 받는 장애인 가족의 아픔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에피소드였습니다. 늘 사람들 사이에서 겉돌던 영옥(한지민)이 그간 숨겨온 아픔은 다운 증후군을 가진 언니 영희(정은혜)가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영옥은 하나 뿐인 가족이자 평생 부양해야 하는 존재였던 언니 영희가 때론 버겁고, 또 자신과 언니를 바라보는 세상의 불편한 시선에 상처받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이죠. 이에 영옥의 연인 정준(김우빈)은 이들 자매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변함 없는 사랑을 증명합니다. 자신을 경계하는 영희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죠.
영희는 동생 영옥이 그리울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고 털어놓고, 정준은 그런 영희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그림 전시회 개최를 도우며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실제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캐리커쳐 화가 정은혜가 영희 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들 외에도 저마다의 상처가 있는 인물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으로 진한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우울증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다 동석을 만나며 점차 밝은 모습을 찾아가는 선아(신민아), 원수 아버지들 사이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며 결국 아버지들의 화해까지 이끌어낸 현(배현성)과 영주(노윤서), 오랜 친구 사이 생길 수 있는 갈등과 화해를 그려낸 30년 지기 미란(엄정화)과 은희(이정은), 과거 은희와의 순수했던 만남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었던 기러기 아빠 한수(차승원)까지. 드라마는 끝이 났지만, 이들의 삶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