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된 인생에도 한발 한발 내딛으며 해방을 맞이한 염씨 삼남매와 구씨, 〈나의 해방일지〉 속 이들의 결정적 장면을 하나씩 살펴볼게요.
1. 미정과 구씨의 해방
'높이 받들어 우러러본다'라는 뜻을 지닌 추앙, 극중 미정(김지원)과 구씨(손석구)는 서로를 추앙하면서 진정한 해방에 이르렀습니다. 극 초반부, "한 번도 채워진 적 없다"라며 쓸쓸해하던 미정이 마지막 회 엔딩에서 "마음에 사랑밖에 없다"라고 환하게 웃는 장면은 그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죠.
염미정 "해방일지에 그런 글이 있더라. 염미정의 인생은 구씨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나뉠 것 같다는."
구씨 "미투"
염미정 "나 미쳤나봐 내가 너무 사랑스러워."
구씨 "한발 한발 어렵게, 어렵게."
염미정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그래서 느낄게 사랑밖에 없어."
구씨 역시 미정과 추앙을 주고받으면서 점차 변화합니다. 미정에게 "나 너 진짜 좋아했다"라고 자신의 진심을 전한 후 인생을 살아갈 용기와 위안을 얻게 되죠. 이 과정에서 미정은 구씨에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이라면서 삶을 견디는 자기만의 방식을 이야기해주기도 합니다.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 미정
미정은 또, “정신이 맑으면, 지나온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라며 괴로워하는 구씨에게 '환대'라는 해결법을 알려줍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사람한테 그렇게 웃어. 그렇게 환대해.”
구씨는 미정의 조언을 깊이 새겨듣습니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찾아오는 행복의 순간들을 발견하는데 이어, 자신을 배신했던 이에게도 "내가 형 환대할게"라는 말을 전합니다. 또한, 그렇게나 매일 달고 살았던 술을 바닥에 내려둔 구씨 역시 어렵지만 어두운 과거에서 해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 기정의 해방
늘 사랑이 고파 "아무나 사랑하겠다"라고 외쳤던, 삼남매의 첫째 기정(이엘)은 싱글 대디 조태훈과 사랑을 이어나가지만 태훈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또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 테스트기를 샀던 자신에게 "임신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반응한 태훈에게 실망해 머리를 싹둑 자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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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정은 곧 태훈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해를 풀게 됩니다. 태훈은 혹여나 아이가 자신처럼 힘겨운 삶의 무게를 지게 될까 두려웠다면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합니다. 이후 기정은 태훈과 극적으로 화해하고, 두 사람은 사랑을 이어나갑니다. 그러면서 기정은 계란빵과 장미 한 송이 등으로 투박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태훈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을 재차 깨닫죠. 목이 부러진 장미를 간장 종지에 두면서 나지막이 전하는 기정의 내레이션에선 태훈을 향한 그의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받는 여자 염기정,
목이 부러진 장미 송이를 찾아와
간장 종지에 물 담아 담아 놓았습니다.
꽂아 보려 해도 꽂을 목이 없어
간장 종지에 눕혔습니다.
우리 사랑이 화병에 우아하게 꽂히는
목이 긴 장미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간장 종지에 지쳐 누워 있는 장미 송이가
당신 같고 나 같고
안 쳐다보면 더 빨리 시들까 봐
눈을 떼지 못하는 나는 이런 여자입니다.
계란빵 좋아한다는 말에
3일에 한 번씩 계란빵을 사 내미는 남자.
소고기라고 말했으면 어쩔 뻔했을까요.
계란빵이라고 말한 내 입을 칭찬하고
매일 계란빵을 사 내미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3. 창희의 해방

창희는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하고 편의점 점주가 된 사연을 돌아봅니다. 그는 중요한 거래처 약속을 앞두고 지현아(전혜진) 전 남친의 마지막을 함께합니다. 돈과 성공을 택하는 대신 죽어가는 이의 임종을 지킨 창희, 그는 "여기 내가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 이거 팔자 같다. 우리 할아버지 엄마 내가 보내드렸잖아.
희한하지. 내 나이에 임종 한 번 못 본 애들도 많은데.
그런데 난 내가 나은 것 같아. 보내드릴 때마다 여기 내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거든.
귀신 같이 또 발길이 이리 오네. 형. 내가 세 명 보내봐서 아는데 갈 때 엄청 편해진다.
그러니까 형 겁먹지 말고 편하게 가. 가볍게.
나, 여기 있어.” - 창희

그는 또, 강의실을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듣게 된 장례지도사 수업에서 운명처럼 자신의 미래를 찾게 됩니다. 할아버지, 엄마에 이어 지현아의 전 남자친구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것처럼, 타인의 죽음에 마침표를 잘 찍도록 돕는 일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