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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현성을 대신하는 10개의 시그너처와 10가지 이야기

포토그래퍼 김현성의 마음에 오랜 기간 동안 쌓여온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염려는 <Oh Boy!> 창간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패션 포토그래퍼이자 동물과 환경보호 실천가이자, 담백한 감각을 자랑하는 매거진의 발행인,편집장,아트디렉터 김현성을 대신하는 10개의 시그너처와 10가지 이야기.

프로필 by ELLE 2009.12.26


1 먹물이
   나보다 먼저 떠나간 내 자식. 지금도 너무 보고 싶은 녀석. 날 항상 웃게 했던 내 아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내 사랑.

2 헝겊 운동화
   내가 지금 신고 있고, 앞으로 살 모든 신발들. 이제 가죽구두는 사지 않는다.

3 LP
   LP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따뜻한 소리가 난다. 부피도 크고, 무겁고, 작동하기 귀찮고, 네 다섯 곡을 들으면 판을
   뒤집어야 하고, 보관도 어렵지만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커버를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진다.

4 환경 소설
   오만한 인간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 마트에서 파는 어느 청소용품의 이름처럼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나에게 대리만족을 준 소설들.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5 필름 카메라
   난 아직 필름 카메라를 포기하지 못했다. 이제 카메라는 모두 단종됐고 많은 종류의 필름이 생산을 중단했지만 지글
   거리는 입자와 따뜻한 색감, 인간적인 느낌은 그 어떤 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표현해낼 수 없다.




6 슬로우 라이프 영화 (카모메식당, 안경, 버터플라이, 녹차의 맛, 아멜리에, 보노보노)
   숨 막히는 현대사회에 산소를 공급하는 영화들. 인생이 꼭 달려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가르쳐 주는 영화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하는 단점이 있는 영화들.

7 면 티셔츠
   단색 반팔 무지 티셔츠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알맞은 색과 좋은 질의 면으로 만든 반팔 무지 셔츠는 내 성격과 성
   향을 내 자신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반팔 무지 셔츠는 내 자신이다.

8 하늘
   난 항상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의 영화에 늘 등장하는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주인공들
   때문일까. 지금도 뭉게구름을 보며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내 자신을 상상하곤 한다.

9 좋은 의자
   싸도 좋지만 조금 비싸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 튼튼하고 편한 의자 하나를 대물림 받아서 그것을 아들에게 또 물려주
   는 건 너무 멋진 일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오랜 세월동안 믿고 쓸 수 있는 의자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건 기
   분 좋은 일. 이 세상에는 물건이 너무 많다.

10 오보이!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저질러버린 사고. 그리고 내 신념과 가치관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창구. 이왕이면 수익
     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



*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12월호를 참고하세요!

Credit

  • EDITOR OH JU YEON
  • 사진: 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