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김현성의 마음에 오랜 기간 동안 쌓여온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염려는 창간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패션 포토그래퍼이자 동물과 환경보호 실천가이자, 담백한 감각을 자랑하는 매거진의 발행인,편집장,아트디렉터 김현성을 대신하는 10개의 시그너처와 10가지 이야기.
1 먹물이 나보다 먼저 떠나간 내 자식. 지금도 너무 보고 싶은 녀석. 날 항상 웃게 했던 내 아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내 사랑.
2헝겊 운동화 내가 지금 신고 있고, 앞으로 살 모든 신발들. 이제 가죽구두는 사지 않는다.
3LP LP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따뜻한 소리가 난다. 부피도 크고, 무겁고, 작동하기 귀찮고, 네 다섯 곡을 들으면 판을 뒤집어야 하고, 보관도 어렵지만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커버를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진다.
4환경 소설 오만한 인간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 마트에서 파는 어느 청소용품의 이름처럼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나에게 대리만족을 준 소설들.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5필름 카메라 난 아직 필름 카메라를 포기하지 못했다. 이제 카메라는 모두 단종됐고 많은 종류의 필름이 생산을 중단했지만 지글 거리는 입자와 따뜻한 색감, 인간적인 느낌은 그 어떤 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표현해낼 수 없다.
6슬로우 라이프 영화 (카모메식당, 안경, 버터플라이, 녹차의 맛, 아멜리에, 보노보노) 숨 막히는 현대사회에 산소를 공급하는 영화들. 인생이 꼭 달려가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가르쳐 주는 영화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하는 단점이 있는 영화들.
7면 티셔츠 단색 반팔 무지 티셔츠는 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알맞은 색과 좋은 질의 면으로 만든 반팔 무지 셔츠는 내 성격과 성 향을 내 자신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반팔 무지 셔츠는 내 자신이다.
8하늘 난 항상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의 영화에 늘 등장하는 구름 사이로 날아다니는 주인공들 때문일까. 지금도 뭉게구름을 보며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내 자신을 상상하곤 한다.
9좋은 의자 싸도 좋지만 조금 비싸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 튼튼하고 편한 의자 하나를 대물림 받아서 그것을 아들에게 또 물려주 는 건 너무 멋진 일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오랜 세월동안 믿고 쓸 수 있는 의자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건 기 분 좋은 일. 이 세상에는 물건이 너무 많다.
10오보이! 내가 살면서 처음으로 저질러버린 사고. 그리고 내 신념과 가치관을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창구. 이왕이면 수익 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