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먹물이 나보다 먼저 떠나간 내 자식. 지금도 너무 보고 싶은 녀석. 날 항상 웃게 했던 내 아들.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내 사랑.
2 헝겊 운동화 내가 지금 신고 있고, 앞으로 살 모든 신발들. 이제 가죽구두는 사지 않는다.
3 LP LP에서는 어떤 음악을 들어도 따뜻한 소리가 난다. 부피도 크고, 무겁고, 작동하기 귀찮고, 네 다섯 곡을 들으면 판을 뒤집어야 하고, 보관도 어렵지만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는 커버를 보면 아직도 기분이 좋아진다.
4 환경 소설 오만한 인간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 마트에서 파는 어느 청소용품의 이름처럼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나에게 대리만족을 준 소설들.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5 필름 카메라 난 아직 필름 카메라를 포기하지 못했다. 이제 카메라는 모두 단종됐고 많은 종류의 필름이 생산을 중단했지만 지글 거리는 입자와 따뜻한 색감, 인간적인 느낌은 그 어떤 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표현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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