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의 성공 덕인지, JTBC 〈싱어게인2〉의 라인업은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제목도 모르는데 멜로디만 들어도 가사가 술술 나오는 노래의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다시 무대에 서는 중인데요. 특히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들이 메이저 신에 공존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풍미한 가수 여러 명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어요.
장르들이 저마다 생동했던 시기이긴 하지만 그 시절 노래방을 지배한 건 단연 고음 위주의 록발라드입니다. 가수들이 성대로 묘기를 부리듯 쏟아내던 고음을 따라하다 보면 노래방을 나올 즈음엔 이미 목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가 되곤 했죠.
바꿔 말하면 고음이 다수 포함된 노래로 전성기를 맞은 가수들의 성대가 온전하기는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본인의 욕심이었든, 지금보다 더 아티스트들을 혹사케 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탓이었든 가수들이 목 건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죠. 현역 활동 중인 가수 중에서도 성대결절을 앓은 사람들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래를 포기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13일 〈싱어게인2〉에 43호로 등장한 가수 김현성도 성대결절 탓에 활동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날 자신을 '천국과 지옥을 오간 가수'라고 소개했는데요. 그의 최대 히트곡 〈Heaven〉으로 1년 정도 무대를 돌다가 결국 목에 이상 증세를 겪었고, 그제서야 활동을 잠시 쉬게 됐기 때문이죠. 〈Heaven〉이 어느 정도냐면, '부르다가 천국 가는 수가 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던 곡이예요. 그래서 김현성은 "목 관리를 못 해서 커리어가 끝나 버린 비운의 가수라는 꼬리표 같은 게 붙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김현성이 음악 활동을 아예 접은 건 아닙니다. 2005년 마지막 정규 앨범도 발표했지만,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무대에 다시 오르기 시작하기까진 최소 5년이 걸렸습니다. JTBC 〈슈가맨〉, KBS 2TV 〈불후의 명곡〉 등에 나오기 시작한 건 2015년 부터고요.
얼굴과 음성은 전혀 변하지 않은 그였지만 이날 무대에서 김현성의 목 상태는 예전과 달랐습니다. 유독 컨디션이 나빴을 수도 있지만, 김현성은 떨리고 갈라진 목소리로 담담히 〈Heaven〉을 불러 나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예전의 기술과 감성은 여전했죠. 불완전한 목 상태로 끝까지 부른 〈Heaven〉을 듣던 다른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특히 성대결절을 앓은 적이 있다는 규현은 아예 엉엉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죠.
김현성의 무대에 보낸 이들의 눈물에 담긴 건 동정이 아닙니다. 어떤 마음으로 10년을 보내 왔을지, 어떤 마음으로 〈싱어게인2〉 출연을 결심했을지, 어떤 마음으로 〈Heaven〉을 완창했을지, 김현성의 심정에 대한 완벽한 공감이었어요. 심사위원들로부터 3표를 받으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하지는 못했지만, 〈싱어게인2〉의 가장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임은 자명했죠.
현재 회사원이고,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 김현성은 자신의 본업을 가수라 하고, '노래와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라고 합니다. 무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등 뒤로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듯, 노래로 소통하는 김현성을 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