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뷰티 커뮤니티에서 ‘닦토’를 하고 피부가 삶은 계란처럼 매끈해졌다는 간증 후기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과연 민감성 피부에도 적용되는 말일까? 닦토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수부지 피부인 에디터 역시 매일 저녁 닦토를 실천하고 있으니. 문제는 ‘너무 과하게’ 할 때 발생한다. 에디터의 지인들도 “화장 솜에 노리끼리한 것이 묻어나오지 않을 때까지 완벽하게 닦토를 하고 있는데, 왜 피부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건조하고 예민해지는 거냐”고 하소연하는데, 이는 닦토의 목적이 피부 표면의 노폐물을 남김없이 제거하는 데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 피부 민감도를 줄이려면 견고한 각질층이 일정한 두께를 균일하게 이루고 있어야 하는데, 수차례 화장 솜으로 피부를 닦아낼 경우 피부 장벽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지질층이 함께 닦여나가 외부 자극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기 쉬운, 말 그대로 헐벗은 피부 상태로 전락한다. 화장 솜에 묻어나는 ‘노란 무언가’는 없애야 할 노폐물이나 메이크업 찌꺼기가 아니라 각질 세포 하나하나를 고르게 접착시켜 주는 지질 성분일지도 모른다.
바르는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이 피부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그래도 넉넉히 바르는 게 좋지 않냐’는 생각은 여전하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민감성 피부엔 화장품 세 개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여기엔 클렌저와 자외선차단제가 포함된다. 결국 보습제 딱 한 개면 족한 셈. 라놀린, 실리콘, 프로필렌글라이콜, AHA 등 피부에 자극을 가할 수 있는 성분을 배제하고, 각질층 세포 사이의 공간을 균일하게 메워 외부 유해 물질의 투과를 막고 피부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지질 보충 성분을 함유한 제품 하나만 골라 딱 필요한 만큼만 발라줘야 한다. 대표적으로 세라마이드, 판테놀(비타민 B5) 등을 들 수 있고 진정 효과가 뛰어난 마데카소사이드, 프로폴리스 추출물, 그 외에 피부 염증을 감소시키는 아연 등을 함유하고 있는지 체크할 것.
전문가들이 꼽는 단 세 개의 제품 중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클렌저는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할까? 에디터로서 벌써 15년째 귀가 닳도록 얘기하고 있지만 결코 쉽사리 바꾸려 하지 않는 클렌징 습관이 있다. 바로 얼굴을 헹군 뒤 ‘뽀득뽀득’한 느낌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 우선 뽀드득하게 헹궈졌다는 건 계면활성제로 인해 높은 세정력을 얻었다는 뜻인데, 문제는 바로 그 높은 세정력 ‘때문’에 피부가 필요로 하는 지질층과 아직 탈락되기에는 이른 건강한 각질 세포층마저 씻겨나간다는 데 있다. 거품이 많이 나지 않고, 향료가 들어 있지 않은 젤이나 밀크, 워터 타입의 클렌저를 추천한다. 레시틴이나 사포닌 등 천연 계면활성제나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세정력은 다소 약하더라도 독성이나 피부 자극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할 것.
흔히 자외선차단제는 피부에 다량의 화학성분을 도포하는 형태라 민감성 피부 타입이라면 누구나 ‘안 바를 수도, 그렇다고 맘 놓고 바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진 적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르는 것이 안 바르는 것보다 훨씬 피부에 도움이 된다. 자외선 역시 피부 장벽이 붕괴된 민감한 피부에 엄청난 자극으로 작용하기 때문. 티타늄디옥사이드, 징크옥사이드 등 자외선을 피부 속으로 흡수해 화학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분해시키는 일명 ‘유기자차’ 성분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자외선을 분해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이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앞서 언급한 성분으로 인해 접촉피부염 등이 생기기 때문. 대신 옥시벤존, 에틸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등 무기화합물 성분이 피부 겉표면에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반사시키는 ‘무기자차’를 선택하자.
괜찮지 않다. 아무리 피부가 밝아지고 주름이 사라진다 한들 울긋불긋 발진이 일어나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미백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C는 특히 pH가 산성에 가까워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주름 개선에 효과적인 레티놀 역시 자극성이 높고 빛에 예민한 성분인 데다 적응하기까지 따가움, 홍반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정 포기할 수 없다면 비타민 C 대신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추천한다. 브라이트닝 효과는 물론 민감성 피부의 최대 고민인 각종 피부 염증 반응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 자연스럽게 피부 장벽을 회복시킴으로써 살얼음판 같은 민감 피부의 장벽을 더욱 튼튼하게 가꿔준다. 피부 저항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
그래도 뭔가 신박한 성분을 찾는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화장품이 쏟아져 나오는 한국 뷰티 시장에서 차라리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는 편이 피부에 더 도움이 되는 민감성 피부의 소유자들. 그럼에도 피부에 안전한 한도 내에서 뭔가 신박한 성분을 찾고 있다면 ‘유산균’을 권한다. 수많은 연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까지 살아서 도달한다는 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화장품의 경우 제품 안에 정확히 얼마만큼 함유하고 있는지, 생균 형태인지 사균 형태인지 등의 기준이 명확히 정립돼 있는 건 아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유산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살아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형태가 아니라, 유산균 세포의 파쇄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용어 사용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점은 많은 선행 연구를 통해 유산균 세포 파쇄물 역시 피부 면역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마이크로바이옴, 즉 피부 항상성 메커니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다. 유산균이든, 앞서 언급한 세라마이드나 판테놀이든, 민감 피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효능은 단 하나! 피부 장벽을 빈틈없이 유지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높이고 pH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