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의 팔각정이 내려다보이는 평창동 어느 언덕 위의 3층 주택. 15년간 청담동과 서래마을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어반가든 guru at home’의 플랜트 디자이너 박소현의 집이다. 플라워 숍을 크게 운영했지만, 일순간 ‘컨테이너 가드닝’ 분야에 매료됐고, 가드닝 공부를 시작한 지 어느덧 6년째다. 그래서인지 문을 열자마자 반기는 건 식물 관련 서적으로 빼곡한 책장과 소박하게 인사를 건네는 식물들, 너른 창 안으로 들어차는 계절의 색채다. 남편과 친정 부모님,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3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 20년 가까이 된 주택이지만 오래 살 수 있을 거란 직감과 자신의 정원을 꾸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 집은 그 사람’이라는 철학은 집 안 곳곳에 크고 작은 식물과 함께 녹아 있다. 말 그대로 ‘일상 정원’인 공간.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집이 화려하고 독특한 식물로 가득할 거란 기대를 품지만 제가 가꾸는 건 흔한 식물과 풀꽃이에요. 흔한 식물인 이유는 잘 크기 때문이고, 키우기 어려운 식물은 잘 죽거나 시들고, 종자를 얻기도 어렵죠. 저는 죽이지 않고 오래 함께 살아갈 식물과 가족이 됐네요.” 아스파라거스 같은 음지식물은 그늘에서 편히 쉬고, 시클라멘은 볕 아래 제자리를 찾은 듯 반짝인다. 크고 작은 허브나 히아신스의 향취는 공간을 은은히 잠식한다. 단정한 원목 가구도 위용을 뽐내지 않는다. “유행하는 화려한 컬러의 가구나 소품, 빈티지 오브제에 끌리던 때가 있었죠. 소박해 보일지라도 어제 구매했어도 10년쯤 된 것 같고, 물려받았지만 오늘 산 듯한 가구들로 차분하고 조용한 정원 같은 공간을 꾸려보고 싶더라고요.” 정갈한 침대와 의자는 앉거나 누웠을 때 곳곳의 화분을 한눈에 담을 만큼 낮게 자리한다. 정원을 볼 수 있는 위치의 테이블과 식탁 모서리는 모난 구석 없이 둥그스름한 것으로 골랐다. 김용훈의 정물 사진, 부채야자나 실유카 같은 식물의 세밀화, 박노수의 동양화가 이질감 없이 빛날 수 있는 이유다.

야외 정원의 온실과 소나무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담기는 너른 창문. 이케아의 원목 벤치 위에 자리한 식물은 시클라멘과 여인초다.

판타지아 난과 서향동백나무 화분이 놓인 공간.

온실 내부 공간. 삽과 토분 등 여러 가드닝 도구가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한다.

야외 정원으로 이어지는 계단.

파예 투굿의 롤리폴리 체어 뒤편으로 보이는 야외 정원과 온실. 이곳에서 홈 가드닝 클래스가 열린다.

꽃망울이 좁쌀 같아서 ‘좁쌀 난’이라고 불리는 판타지아 난.

한두송이만 피어도 방 안에 향기가 가득 퍼지는 히아신스.

이국적인 생김새지만 더위에 약한 난초인 마스데발리아.

실내 환경에 적응력이 좋아 누구든 쉽게 키울 수 있는 관엽식물, 아레카야자.

공간 가득 특유의 신선한 향을 풍기는 로즈메리.

말린 미모사로 만든 리스.

접란 중 가장 화려한 무늬와 가늘고 긴 잎을 지닌 무늬접란.

서늘한 거실 한쪽, 안개처럼 우거진 아스파라거스.

주로 해안 산지에서 자라는 소사나무를 꽂았다.

부채야자 세밀화가 올려진 오래된 원목 서랍장.

실유카를 그린 세밀화와 유영국 작가의 그림들이 걸린 응접실.

박노수 화백의 동양화가 걸린 부부 침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