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안방극장을 마무리하는 지상파 3사 세밑 연기대상이 2021년에도 열렸습니다. 2000년대 들어 방송국보다 스타 파워가 강해진 데다가 드라마의 절대량도, 유통되는 플랫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나눠 먹기' 식의 시상 부문 쪼개기로 시상식의 권위가 떨어지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1년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들을 정리하고 성과를 자축하는 자리로서의 연기대상이 아직 볼거리로 남아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작품들이 쏟아졌던 2021년, 지상파 3사의 연기대상은 누구에게 돌아갔을까요?

각 방송사
#1. MBC 〈검은 태양〉 남궁민
」한때 '드라마 왕국'의 대표였던 MBC의 부진은 2021년에도 이어졌습니다. 정재영과 문소리가 대기업 직원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마니아 층의 호평을 받은 〈미치지 않고서야〉가 있었지만 시청률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어요. 가을 들어서까지 고전하던 MBC 드라마국에 새 바람이 분 건 남궁민의 〈검은 태양〉부터입니다. 이 드라마는 방영 전 엄청나게 덩치를 키운 남궁민의 모습으로도 화제가 됐는데요. MBC와 OTT 서비스 업체 웨이브가 무려 150억 원을 투자해 만든 블록버스터 드라마로도 주목 받았죠. 특히 〈검은 태양〉은 MBC의 첫 금토 드라마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검은 태양〉이 문을 연 자리에 후속작으로 방송된 〈옷소매 붉은 끝동〉은 2021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며 이례적으로 연장 방송까지 하게 됐어요.
때문에 〈검은 태양〉의 남궁민과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준호가 막판까지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각축전 끝 연기대상을 거머쥔 건 남궁민이었어요. 이로써 남궁민은 지상파 3사에서 전부 자신이 타이틀롤을 맡은 드라마를 흥행시킨 배우가 됐죠. 대상을 품에 안은 그는 과거 드라마 시상식에 참여했다가 상을 받지 못해 다소 허탈하고 먹먹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감격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개 연애 중인 진아름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은 사랑꾼 남궁민, 내년엔 KBS에서 대상을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2. SBS 〈펜트하우스3〉 김소연
」지상파 3사 가운데 2021년 가장 많은 화제작을 뽑아낸 건 단연 SBS입니다. 물론 연초 역사 왜곡 등 갖은 논란 속에 2회 만에 종영된 〈조선구마사〉가 오명으로 남긴 했지만요. 〈모범택시〉, 〈원더우먼〉, 〈홍천기〉에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라켓소년단〉도 SBS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될 작품이 있죠. 바로 〈펜트하우스〉 시리즈입니다.
지난해 처음 방송돼 시즌제를 예고했던 〈펜트하우스〉 시리즈는 2020년 대상 수상자를 배출하지는 못했어요. 공교롭게도 2020년에 대상 트로피를 가져간 건 2021년 MBC 대상 수상자 남궁민이었는데요. 지난달 31일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시상자로 나선 남궁민이 상을 건넨 건 김소연이었습니다. 갖은 혹평 속에서도 끝까지 시청률 10% 후반대를 유지하고 화제성을 가져간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천서진 역으로 몸을 아끼지 않은 명연기를 뽐냈던 배우죠. 그는 28년 전 SBS 드라마의 보조 출연자로 연기를 시작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번에 엄청나게 큰 상을 주셔서 믿어지지 않는다. 이 상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너무 송구하다"라고 울음을 터뜨려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요.
#3. KBS 〈신사와 아가씨〉 지현우
」KBS는 2021년 한 해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오월의 청춘〉 같은 웰메이드 드라마들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화제작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기대상 마지막까지 누가 대상을 가져갈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죠. 각 부문 공동수상이 쏟아진 가운데 KBS는 '흥행 보증수표'인 주말극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막장 대모' 3인 중 한 사람인 문영남 복귀작 〈오케이 광자매〉 후속으로 현재 방영 중인 〈신사와 아가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쉽고 익숙한 전개로 주말 안방극장을 꽉 잡고 있는 작품입니다.
2021년 마지막 날 열린 KBS 연기대상 최고의 명장면은 대상 수상자 호명 때 나왔습니다. 〈신사와 아가씨〉 주연 지현우는 이름을 불리자마자 마치 "내가?"라고 말하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머리를 긁적이며 그 누구보다 당황한 모습을 보여 큰 웃음을 선사했죠. 사실 지현우는 이미 명맥이 끊긴 KBS 공채 탤런트 출신이에요. 김소연과 마찬가지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곳에서 가장 큰 상을 받아 감회가 새로울 듯도 합니다. 그는 "큰 상(수상)을 생각 못 했다. 감사드린다. 〈신사와 아가씨〉를 대표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시청자들을 향한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