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본연의 은근한 단맛, 씹을수록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 등 지극히 자연스러운 단맛에 마음을 쏟아온 프랑스 출신의 파티셰 얀 쿠브레. 2011년, 북 카페를 열면서 제빵 사업을 시작한 카페 꼼마가 지금 파리에서 가장 뜨거운 파티셰리
얀 쿠브레(@yanncouvreur_kr)를 연남동으로 인도하며 중요시한 건 83년생 디저트 마에스트로의 소신을 고스란히 들여오는 일이었다. 밀푀유, 피낭시에, 에클레르, 파리 브레스트, 아즈텍…. 곳곳에서 드문드문 맛보던 정통 프랑스 디저트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해 포리쉐 밀가루, 플레차드 버터, 발로나 초콜릿 등 파리 본점에서 쓰는 식재료를 공수해 온 것은 물론, 현지 파티셰들이 출격해 한국에서 직접 맛을 손보고, 그중 한 명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 본토 맛을 사수 중이다. 얀 쿠브레가 꾸준히 강조해 온 것은 지역 고유의 자연 요소가 길러낸 순수한 맛의 식재료지만, 그가 말하는 지역이 비단 파리에 국한된 건 아니다. 얀 쿠브레 코리아의 시작을 기념해 깻잎을 넣어 만든 타르트 시트론 베르를 선보인 것처럼 앞으로 한국적인 매력을 더한 디저트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니까.
1 얀 쿠브레 코리아 동교점에서 하루에 딱 30개만 맛볼 수 있는 밀푀유는 1만3천9백원.
2 라임 무스에 깻잎을 넣어 개성을 증폭시킨 타르트 시트론 베르는 7천6백원.
3 링 모양의 페이스트리 사이에 풍성한 샌드 크림을 채워 넣은 파리 브레스트는 1만4백원.
4 화이트 무스 위에 캐러멜 피칸을 콕콕 박아 넣은 타르트 이자티스는 9천7백원. 5 얀 쿠브레의 상징인 여우가 정교하게 새겨져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초콜릿 케이크 메르베이유는 9천원.
마성의 디저트를 선보이는 네 곳의 뉴 플레이스에서 즐긴 한 시간의 낭만.
핑크빛으로 물든 해 질 녘의 구름과 풀이 듬성듬성 자란 화분을 형상화한 그림 같은 케이크들. 을지로에서 2년 넘게 와인 바 ‘섬광’을 이끌던 박용진 대표가 케이크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같은 건물 4층에 디저트 바
원형들(@wonhyeongdeul)을 열었다. 디저트에 대한 그의 접근방식은 조금 남다르다. 만들고 싶은 디저트의 비주얼을 상상한 다음, 떠올린 색감과 형태에 맞춰 식재료를 고르고 완성하는 식. 고수와 딜 케이크, 마늘쫑 크림치즈, 감태나 앤초비를 올린 두툼한 퀸아망 등 독특한 식재료가 가미된 디저트가 주르르 탄생한 경위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은 것은 케이크 쪽이었지만, 그의 회심작은 바로 퀸아망. 본디 간단하고 달콤한 페이스트리인 디저트에 무화과, 로메인, 버섯, 밤잼 등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올렸다. 이곳에 실현된 그의 로망은 또 있다. “한낮에 마시는 칵테일이 절실하고, 밤에 따뜻한 비엔나커피가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각자 취향에 맞게 카페와 바를 모두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덕분에 크림치즈에 피나콜라다 칵테일을, 쌉싸래한 고수 케이크에 톡톡 튀는 펫낫 와인을 곁들일 수 있는 소중한 아지트를 얻었다.
1 파스텔 톤의 색 조화가 돋보이는 피나콜라다 칵테일은 1만2천원.
2 검게 그을린 브레드 스틱과 마늘쫑을 툭툭 썰어 넣은 크림치즈 세트는 2천원.
3 딜을 인퓨징한 핑크색 시트 안에 얼 그레이 크림과 블랙베리 잼을 숨긴 핑크딜 케이크는 1만5천원.
4 두 개의 알밤을 품은 밤 크림 퀸아망은 6천5백원.
10년 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질소 아이스크림을 소개한 브알라 조수훈 대표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여전하다. 그가 최근 서울숲에 선보인 파인 디저트 다이닝
감도(@gamdo.official)에서 집중한 메뉴 역시 아이스크림. 조약돌을 빼닮은 머랭 쿠키와 유자로 마리네이드한 방울토마토, 입 안에 넣자마자 와르르 부서지는 바질 아이스크림과 크럼블 등 폭넓은 맛과 식감을 한 접시에 담아낸 시그너처 메뉴 ‘조약돌 바질 들판’은 질소 아이스크림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감도를 보여준다. 플레이팅 메뉴를 제외한 감도의 질소 아이스크림은 배달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이왕이면 갤러리처럼 꾸민 매장을 직접 방문하길 권하는 이유. 감상은 계속된다. 바닐라 크렘 브륄레와 짭짤한 치즈 스틱이 정갈하게 놓인 구운 감자 크렘 브륄레와 바삭한 카다이프 사이사이에 화이트 초콜릿 크림을 채우고 유자 아이스크림 구슬로 마무리한 유자 밀푀유까지, 머지않아 녹아 없어질 작품을 감상하는 눈길이 새삼 바쁘다. 내추럴 와인이 준비되는 12월부터는 이곳을 한층 감미롭게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1 바닐라 크렘 브륄레와 호박씨 그라나파다노 치즈 스틱의 ‘단짠’ 조합이 매력적인 구운 감자 크렘 브륄레는 1만5천원.
2 주문과 동시에 -196℃에서 급속 냉각해 만드는 질소 아이스크림에 올리브오일을 재빠르게 두르고, 후추로 알싸하게 마무리한 올리브오일 & 후추 아이스크림은 6천8백원.
3 질소 아이스크림의 풍성한 식감과 맛으로 채운 감도의 시그너처 메뉴 조약돌 바질 들판은 1만8천원.
팥과 쑥, 흑임자와 순두부…. 한국 식재료를 사용한 디저트에 매력을 느끼는 이라면 자연스럽게 다다를 곳. 도산공원에 자리한 와인 비스트로 아스트랄에 얼마 전 둥지를 튼
핀즈(@finz_seoul)는 밍글스에서 페이스트리 셰프로 이력을 쌓은 김범주가 오직 디저트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각각의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과 향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을 때 탄생하는 궁극의 맛을 좇는 그가 가장 즐겨 쓰는 재료는 과일. 한국 배 고유의 은은한 흰 꽃 향기에 집중한 갸또 노브 페어와 시나노 황금 사과로 만든 무스와 콤포트, 퓌레, 잼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시나노 골드, 한국 홍차에 절인 귤과 제철 과일 소르베를 버무린 싱그러운 디저트 시즈널 플로 등 쉽게 주재료를 추측하기 어려운 그의 디저트엔 식재료에 대한 창의적인 시선이 구석구석 인장처럼 찍혀 있다. 여기에 커피를 곁들일 수 없는 건 디저트의 맛만큼이나 향에도 집중하길 바랐기 때문. 대신 풍미를 돋우는 차와 샴페인, 화이트 와인이 준비돼 있으며, 실패 없는 페어링을 원한다면 계절별로 달라지는 디저트 코스를 선택해 보길.
1 호박씨를 인퓨징한 크렘 브륄레를 올려 구운 브리오슈에 브라운 버터 아이스크림을 곁들여내는 브레드 브륄레는 1만5천원.
2 시나노 황금 사과의 다양한 맛과 식감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시나노 골드는 1만5백원.
3 계절 과일 소르베 위에 제피를 넣어 만든 머랭 셸을 얹은 시즈널 플로는 1만3천원.
4 한 입 크게 베어 물면 배와 카다멈, 타임 향이 기분 좋게 퍼지는 노브 페어는 9천5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