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환경 예능 〈 오늘부터 무해하게 〉 의 공효진
KBS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 1편의 나래이션을 들으며 생각했습니다. 그래, 공효진이 또 한번 용기를 냈구나. 배우 공효진의 남다른 지구 사랑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11년 전 환경 에세이 〈공책〉을 펴내면서. 잘 나가는 패셔니스타인 그가 손수 분리수거를 하고, 철 지난 옷을 고쳐 입고, 전기 절약 물 절약을 하려 애쓴다는 게 친근하고 신선하게 다가왔었죠.
필모그래피가 쌓이고 ‘공블리’의 명성이 커지는 동안에도, 공효진 개인의 삶에서 환경은 늘 중요한 이슈로 자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효진의 진심을 대중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그룹 ‘슈퍼매직팩토리’를 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그저 스타의 부업이나 ‘취미 활동’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죠.
재작년 커다란 사랑을 받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종영 직후, 〈엘르〉 커버 화보 촬영 차 그를 마주했을 때도 자연스레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저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에 대해 물었습니다. 2019년 10월 10일 열린 행사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공효진의 스피치는 완전히 그를 다시 보게 했거든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등장한 공효진은 왜 자신이 이 자리에 섰는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자기 안에 ‘소명’처럼 자리잡은 환경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게 늘 마음 무거웠다는 고백, 그리하여 스스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해보겠다는” 용기와 다짐을 하러 이 자리에 올라왔다는 이야기. 유행을 만들고 광고를 찍으면서 환경을 얘기한다는 모순, 현실적인 상황에서 부딪히는 충돌과 딜레마도 솔직히 털어놨습니다.
무언가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대표성을 갖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책임이 따르고 자칫 구설수에 오르기도 쉽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에게는 더욱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컵을 든 사진’ 한장이라도 찍히면 쏟아질지 모르는 질타와 공격을, 공효진 본인도 모르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서” 마이크를 들었다는 떨리는 고백이 전하는 울림이란.


-캠핑이라고 해서 과하게 먹거리를 가져갈 필요 없다는 것.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플로깅’이라 한다는 것.
-수세미 열매로 진짜 천연 수세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우유팩이나 음료수팩은 일반 종이류가 아니라, ‘종이팩’으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것.
-생협에서 플라스틱병 대신 종이팩에 담은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
〈오늘부터 무해하게〉는 ‘빅 재미’를 선사하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시청률 성적표도 아직 좋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방송을 보는 이들의 일상은 조금 달라질 겁니다. 누군가는 마음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실천할 용기까지 얻을지도 몰라요. 진심은 결국 통한다고 하죠. 환경을 생각하는 배우 공효진의 진심이 더 널리 퍼져 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