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앙겔라 메르켈_요주의여성 #34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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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앙겔라 메르켈_요주의여성 #3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 은퇴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남긴 것.

김초혜 BY 김초혜 2021.10.15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메르켈 총리.

2015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메르켈 총리.

 독일 첫 여성 총리로서 지난 16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GettyImages

독일 첫 여성 총리로서 지난 16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GettyImages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해 16년간 총리직을 지키며 독일의 번영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알쏭달쏭한 남자들이 지배하는 뒤죽박죽 세상에서 신중하고 품위 있는 그의 존재감은 빛났습니다. 유로존 위기, 난민 사태, 브렉시트, 코로나 19 등 여러 국제적 위기에서 탁월한 협상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독일을 넘어 세계 시민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앙겔라 메르켈 시대를 돌아보는 몇 가지 기록.  
 

16년  

메르켈 총리의 롤 모델이 ‘마리 퀴리’ 였다는 걸 아나요?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자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한 앙겔라 메르켈. 2005년 취임 이후 연속 4선에 성공하며 16년간 독일 총리직을 수행했습니다. 여성 총리만 보고 자란 독일 어린이들 사이에서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하죠. 그렇게 긴 시간 집권하면서 비리나 스캔들 하나 없었던 청렴한 정치인. 신중하면서도 뚝심 있는 자세, 포용과 통합의 리더쉽으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며 임기 내내 국민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4 Men

메르켈 총리가 재임 기간에 만난 미국 대통령 숫자. 이 밖에도 프랑스 대통령 4명, 영국 총리 5명, 이탈리아 총리 8명 등 전 세계 주요 정상들을 상대하며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했습니다. 여러 난제 속에 흔들리는 유럽연합(EU)의 단합을 이끌고, 국수주의에 물드는 국제무대에서 ‘자유주의 가치의 수호자’ 역할을 한 것도 그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스트롱 맨’들을 상대할 때 메르켈 총리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 탁자를 사이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치하고 있는 듯한 사진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죠.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트 전 미국 대통령과 대치(?)중인 앙겔라 마르켈 총리 @GettyImages

2018년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트 전 미국 대통령과 대치(?)중인 앙겔라 마르켈 총리 @GettyImages

올해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 기념 촬영. 메르켈 총리(맨 오른쪽 붉은 재킷)는 G7 정상회의에 15번이나 참석했다. @GettyImages

올해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 기념 촬영. 메르켈 총리(맨 오른쪽 붉은 재킷)는 G7 정상회의에 15번이나 참석했다. @GettyImages

2015

메르켈 재임 중 가장 큰 위기이자 그의 결단력이 빛났던 것이 바로 난민 문제였습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유럽에 난민이 급격히 밀려들자 메르켈 총리는 앞장서서 난민 수용 정책을 펼쳤습니다. 불안해하는 자국민을 향해 “우리는 할 수 있다”라고 설득하며 유럽연합의 다른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극우 세력이 부상하는 등 위기가 따랐으나 메르켈 총리는 흔들리지 않았고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인도주의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7500억 유로  

임기 끝자락에 닥친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자 출신답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비교적 잘 대처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유럽연합의 수장으로서 코로나 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회원국을 돕고자 대규모 회복 기금 마련에 앞장선 것도 그였습니다. 각국 정상들을 만나 설득한 끝에 2020년 7월, 유럽연합 27개국이 7500억 유로(약 103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한 것. 독일을 넘어 유럽의 지도자 역할을 수행한 그의 빈자리가 무척 클 것 같습니다.  
 

8번  

퇴임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가 고별 방문한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이스라엘. 재임 기간을 통틀어 8번째 방문이었습니다. 2008년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 의회를 찾아 “홀로코스트는 독일의 수치스러운 기억”이라며 머리를 숙였던 앙겔라 메르켈. 퇴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이스라엘을 방문해 과거사에 대해 재차 사죄하는 모습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7년 W20 컨퍼런스에서 여성들과 함께 한 모습.

2017년 W20 컨퍼런스에서 여성들과 함께 한 모습.

No.1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자리를 단골로 차지해온 앙겔라 메르켈. 최근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응고치 아디치에와 함께 한 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페미니즘은 본질적으로 사회 참여와 삶 전반에 있어서 남녀가 동등하다는 사실에 관한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페미니즘이나 여성 인권에 대한 질문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표했죠. 남자들로 가득한 세계 정치 무대에서 유일한 여성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여성과 소녀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여성이 어떤 자리에나 설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앙겔라 메르켈, 역사 속 위대한 지도자로 기억될 그의 퇴장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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