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이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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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경제적인 관점으로 살펴보자. 세상에서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돈이다. 세상의 모든 갈등은 사실 경제 문제다. 그래서 자본의 이동이 중요하다.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 살펴보는 거 자체가 최고의 경제 공부다. 페미니즘은 어떤가. 적어도 자본은 이 거대한 흐름에 베팅하고 있다.
나이키와 룰루레몬
」몇 년 전부터 나이키 광고가 집중하는 주제는 바로 여성이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경영하는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스포츠를 통해 매섭게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때론 거칠고 치열하게 상대 선수와 경쟁한다. 나이키는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라는 문구를 내세워 여성들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다. 나이키가 최근 몇 년간 ‘성장하는 여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옳은 메시지를 사회에 전파하기 위해서?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테다. 하지만 나이키 역시 기업이다. 그리고 광고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만드는 콘텐츠다.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무시할 수가 없다.
‘여자가 무슨 운동이야!’라고 말하던 시대도 있었다. “펜싱, 승마, 조정과 같은 스포츠에 여성이 참가하면 곧 보기 싫은 스포츠로 전락한다” 이렇게 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근대 올림픽을 창시한 쿠베르탱이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가. 올림픽 참가 선수 중 여성 비율은 50%다. 프로 스포츠뿐 아니라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여성도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나이키와 같은 스포츠 의류 기업에는 여성 고객이 곧 미래다.
룰루레몬 사례를 보면 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요가복을 만드는 이 기업의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무려 5배 성장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여성 요가복에서 창출된다. 현재 룰루레몬의 몸값은 60조 원이 넘는다. 현대차보다 몸값이 훨씬 높다. 자신의 삶을 조금 더 단단하고 주체적으로 운영하려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스포츠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거대한 자본은 이미 이 흐름에 올라탔다. 다시 강조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건 자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