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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보이스] '돈쭐'내주고 싶은 팟캐스트, 헤이메이트!

윤이나의 팟캐스트 시스터후드가 유료 전환을 선언한 이유

이마루 BY 이마루 2021.08.13
 

우리 길은 우리가 만들지!

 
한국에 처음 팟캐스트가 들어왔을 때 이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동료 황효진 작가와 함께 팟캐스트 〈시스터후드〉를 만들어온 2년 9개월 동안 품어온 의문 중 하나다. 유튜브처럼 광고를 붙이고 콘텐츠 제작자와 수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 적어도 팟캐스트는 무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전 유료화를 하거나 구독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독일 언니들〉과 〈영혼의 노숙자〉를 만드는 셀럽 맷 님과 함께했던 6개월 동안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다. 네이버 오디오클립 창작자로 콘텐츠를 독점 공개하면서 이에 관한 비용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 시즌이 마무리되고 〈영혼의 노숙자〉에 집중하기 위해 셀럽 맷 님이 하차한 후, 황효진 작가와 내가 ‘헤이메이트’라는 팀으로 〈시스터후드〉를 이어간 두 번째 시즌부터는 정기적인 수익이 없었다. 콘텐츠를 계속 만들지만, 수익이 돌아오지 않는 구조에서 일하다 보니 처음의 질문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팟캐스트 콘텐츠는 대체 왜 무료란 말인가!
 
대부분의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방송국이나 기업과 협업한 경우가 아니면 기획과 진행, 편집, 홍보의 모든 과정을 진행자가 감당해야 하는데, 놀랍게도 직접 광고를 제외한 수익은 거의 없는 게 팟캐스트 구조다. 우리도 마찬가지. 〈시스터후드〉라는 팟캐스트가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두 사람이 담당하는 노동에 비해 수익은 매우 적다. 광고만으로 인건비를 포함해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소수의 팟캐스트가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지만 〈시스터후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에게도 고정 청취자가 있다. 몇몇 자매는 후원 계좌를 열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돈에 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 프리랜서인 나와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이라는 책을 펴낸 적 있는 황효진 작가는 콘텐츠를 통한 후원만 받는다는 뚜렷한 기준이 있다.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플랫폼을 통해 정식으로 지불받는 게 우리가 원하는 일이었다. 물론 보상은 돈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곳에서 온다. 〈시스터후드〉는 우리에게 ‘팟캐스터’라는 직업인으로서 또 다른 정체성을 주었다. 매주 여성의 시각으로 다른 작품을 보고 이야기하는 일을 통해 배우고 얻게 되는 것도 있다. 〈시스터후드〉 덕분에 찾아오는 기회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헤이메이트의 코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중추적 역할을 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 애정을 쏟고 있는 이 일을 통해 소득을 얻고 싶었다. 청취자들이 〈시스터후드〉가 값을 지불하고 들을 만한 콘텐츠라고 여기길 바랐다.
 
그렇게 〈시스터후드〉는 올해 7월부터 유료 콘텐츠로 전환됐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 사이에 게스트가 출연한 콘텐츠를 1주일 동안만 공개하고 이후로는 ‘팟빵’에서 유료로 청취가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부분 유료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보통 공개된 주에 청취하기 때문에 유의미한 소득이 있지는 않았지만, 유료화에 대한 의지를 청취자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좀 더 본격적인 계기는 역시 팬데믹과 함께 찾아왔다. 팟캐스트에서 다룰 만한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 OTT 가입자가 늘어났다지만 드라마와 영화, 책을 막론하고 여성이 창작하고 여성이 중심이 되는 작품을 찾아보고 언급하는 감상자들이 열광하는 콘텐츠는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았다. 시의성 있는 작품을 다루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예전 작품을 발굴해야 했다. 특집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청취 수 역시 답보 상태였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팟캐스트 구독 서비스가 점차 생겨나는 추세지만, 전면으로 유료화를 한 채널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유료화라니,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함께 걸어온 믿음직한 동료가 있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변화를 택할 수 있었다. ‘팟캐스트 콘텐츠를 도대체 왜 무료로 공개한 거야?’라는 질문을 ‘그러면 우리는 유료로 해보지 뭐!’라는 답으로 바꾸고, 그걸 실행하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서로가 있었기에 〈시스터후드〉는 계속된다. 무엇보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기꺼이 이 콘텐츠에 값을 지불할 청취자가 얼마나 될지 확인하는 과정의 시작점에 서 있다. 매일 조금씩 불안하지만, 거꾸로 가지 않으려 한다. 또 누가 아나? 언젠가 오디오 콘텐츠를 유료로 듣는 게 당연하게 여기는 때가 오면 ‘전면 유료화를 초기에 시도한 팟캐스트 방송이 뭐야?’라는 질문에 〈시스터후드〉라는 대답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지.
 
윤이나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 드라마 〈알 수도 있는 사랑〉을 썼고, 〈라면: 물 올리러 갑니다〉 외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여성이 만드는 여성의 이야기’의 ‘여성’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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