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잊었어도 그의 향기는 잊지 못할 때가 있다. 괴로워할 필요 없다. 오래전 자주 가던 카페에서 나던 냄새를 다시 맡는 것만으로 순간 그때, 그곳으로 소환되는 게 인간이니…. 향은 그토록 직관적이며 영원하다.
코앞으로 닥친 밸런타인데이, 아직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먼 훗날에도 기억할 그만의 향을 골라보면 어떨까?
「 향기의 암호, 계열을 해독하면 온라인으로도 살 수 있다
」 가까운 향수 전문점을 찾기 어려운 요즘, 백화점까지 달려갈 시간도 없는 사람이면 온라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시향을 못 한 상태에서 선택하기가 여간 망설여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를 맞아 클릭만으로 향수를 사는 사람은 점점 늘고만 있다.
향수 설명만 보고 향기를 예상하려면 일단 향기의 계열을 알아야 한다. 향수는 단일 향이 극히 드물고 뿌리자마자 시작돼 최대 30분 정도까지 느껴지는
톱 노트, 1시간 정도까지인
미들 노트(하트 노트), 6시간 정도까지인 잔향인
베이스 노트로 나뉘어 구성된다. 물론 알코올이나 물에 향료가 얼마나 함유됐는지(부향률), 어떤 향료를 썼는지에 따라 지속시간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향수라면
퍼퓸〉오드퍼퓸〉오드트왈렛〉오드코롱〉샤워코롱 순으로 향이 강하고 지속력도 좋다. 또, 묵직하고 지속력이 강한 향수를 주로 내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모든 향수가 가벼운 곳도 있다. 향수를 잘 아는 남자가 아니라면 오드트왈렛, 오드코롱처럼 지속력 짧은 향수가 남들에게 불쾌감을 줄 정도로 과하게 뿌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대개 향을 맡았을 때 본인이 느끼는 건
톱 노트고 어느 정도 활동을 했을 때 남들이 느끼는 게 진짜 그 향수의 정체성에 가깝다.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은 대부분 톱 노트로 쓰이고 우디나 머스크 계열은 베이스 노트지만 전체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향에 따라 계열이 정해진다. 향수 설명에서 계열과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를 구성하는 향료를 확인하면 대략 어떤 향인지 상상할 수 있다.
레몬, 라임, 베르가못 등 감귤류 향인
시트러스 계열은 청량한 느낌을 줘 웬만한 남자 향수엔 톱 노트로 거의 들어간다.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시트러스 계열만 쌓아 올렸는지, 아니면 좀 더 중후한 미들 노트가 곧 올라오는지, 그렇다면 그게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과거 남자 향수 하면 대표적이었던 건
오리엔털 계열. 머스크(사향), 앰버그리스(용연), 시벳(영묘), 가죽 등 원래는 동물 성분인데 합성 원료로 많이 대체된 강렬하고 중독적인 향기들이다. 지금도 중동, 유럽 일부에선 이런 향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자칫 너무 독하게 느껴질 수 있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베이스 노트로 가볍게만 쓰인 향수가 많다. 오리엔털 계열 향료와 친구처럼 쓰이는 건
스파이시 계열. 쉽게 말해 향신료 냄새로 서양에서 신비롭게 여기던 페퍼(후추), 클로브(정향), 터메릭(강황), 시나몬(계피) 등을 말한다. 톡 쏘는 향 때문에 첫 만남에도 인상을 제대로 각인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우디 계열은 말 그대로 나무 향인데 일반 목재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나무와 풀-시더우드(향나무), 샌달우드(백단향), 파인(소나무), 베티버, 패출리 등-이 원료다. 요즘 인기 있는 건
그린-우디 계열. 남성상의 변화와 함께 편안한 나무 향을 신선한 풀 향이 감싼 자연 친화적인 향을 선호하는 추세.
재스민(말리꽃), 장미, 히아신스, 일랑일랑 등 온갖 꽃 향에 해당하는
플로럴 계열은 과거 남자 향수엔 흔치 않았지만, 꽃미남이 대세인 현재. 남자라고 꽃향기가 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어서 날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복숭아, 무화과, 베리류 등 프루티 계열은 시트러스 계열보다는 달콤한 향을 낸다. 쓰기에 따라 너무 달지 않을 수도 있고 다정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낼 수 있어 역시 남자 향수에도 점점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과거 향수는 패션 하우스의 부속품처럼 여겨졌다. 조향과 생산은 완전히 다른 회사에서 하고 디자이너의 이름만 붙여서 값비싸게 팔리는 향수가 많았다. 여성복, 남성복이 분명히 구분됐기 때문에 향수도 그랬다. 하지만 성 평등, 젠더리스 무드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며 남성성이란 것의 정의가 많이 흐려진 시대가 왔다. 조향 면에서 진보적인 여러 니치 향수 브랜드에선 여자 향수, 남자 향수를 구분하지 않는다. 단지 향조와 명칭만 존재할 뿐, 선택은 전적으로 그 향이 취향에 맞는 사람이 한다. 사실 향수 산업의 근원으로 돌아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향료는 성경에 등장하는 유향, 몰약처럼 아주 오랜 세월 성별 무관 귀중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정국이 좋아하는 향기 제품들을 보면 대부분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과거 여성적이라 여겨졌던 것들이다. 무대에선 근육질에 파워풀한 ‘알파 메일’ 이미지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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