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K' 이제 그만_라파엘의 한국살이 #47

자화자찬으로 변해버린 ‘K-어쩌고’에 대하여.

BY김초혜2020.12.25
사진 라파엘

사진 라파엘

지난 1년간 특히 지난 몇 개월간 이상한 점 한 가지가 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위의 한국인 친구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이걸로 인해 지쳐 있었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면 분명 비난받겠지만 ‘K’ 글자 사용에 대한 집착은 너무 과한 듯하다. 사실 접두사 ‘K’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K-팝’, ‘K-드라마’, ‘K-패션’, ‘K-뷰티’, ‘K-영화’, ‘K-푸드’ 등 지난 십수 년간 사용하고 있어 이제는 이런 조합이 친숙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K’는 한국(Korea 또는 Korean)을 의미하고, 단지 특정 산업의 원산지 표기처럼 팩트를 기재할 때 사용됐다. 또한 ‘K’라는 접두사를 붙이면 어쩐지 쿨한 느낌이 난다. 그냥 코리안 푸드보다 ‘K-푸드’가 훨씬 힙한 어감이다.
 
하지만 최근 접두사 ‘K’ 사용은 약간 과한 측면이 있다. 특히 정부, 유관기관, 정치인, 미디어에서 남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접두사 ‘K’ 과용을 피로하게 여기고 있으며, 때때로 이를 조롱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관련 기사와 단어를 SNS나 채팅방에 퍼 나르며 조소와 한탄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마찬가지다. 헤드라인이나 정치인이 ‘K-xx’를 사용하면 ‘또 국뽕 시작됐네’, ‘제발 좀 그만했으면’ 등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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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나 국가주의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한국과 한국 사람들이 이뤄낸 많은 것들은 자랑할만한 것이며 한국산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된다. 과거에는 삼성, LG, 현대와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일본산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더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게 놀랍지 않다.
 
몇몇 국가들은 한국의 문화를 자기들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따라서 고유한 한국의 문화를 강조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므로 ‘아시아 국가의 음악’으로 부르기보다 ‘K-pop’으로 명명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김치가 한국의 고유의 음식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일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K’라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건 국수주의를 부추기며,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에 ‘K’는 세계시민들을 상대로 한국에서 비롯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다면, 최근의 ‘K’는 순전히 한국인들을 위해서 사용되고 있다. ‘K-방역’과 같은 단어에서 ‘K’는 한국의 방역 성과를 해외에 알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한국인들에게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인식을 거듭 상기시키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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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역 노력과 성과에 대해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와 비교하면 뛰어난 편이다. ‘K’라는 글자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해외 많은 사람이 한국의 발 빠른 대처를 부러워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해외 매체나 외국 사람들은 이상한 영어 표현인 ‘K-quarantine’(K-방역)이라는 단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최근 ‘메리 K-마스’, ‘K-청렴’, ‘K-와이파이`, ‘K-전자세정`, ‘K-프리미엄’ 등 ‘K’가 여기저기서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요즘 곳곳에 쓰이는 ‘K’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거나 성공을 보여주고자 할 때 사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K’에 대한 강박과 자기 자랑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가져올 역풍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간 ‘K팝’과 ‘K드라마’의 성공은 단기간의 정부 정책에 기인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의 장기적인 노력이 이뤄낸 결과다. 현재 거의 모든 성취와 성공에 붙이는 ‘K’글자는 자아도취와 오만일 뿐이다. 사람들은 ‘K’라는 글자를 붙이지 않고도 성공과 실패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으며 국수주의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만이 지금 이 순간에도 K라는 글자를 또 어떤 새로운 단어와 연관시킬지 열심히 찾고 있다.
 
 
*한국살이 10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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