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라파엘 라시드
“오, 그거? 난 골프코스인 줄 알았어요.”
불만은 도착한 템플에서도 이어졌다. 왜 침대가 없어? 어째서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지?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저녁에 일찍 불을 끄는 이유가 뭐야? 템플의 생활 방식에 대해 참을 수 없어 했던 그는 결국 그날 밤 문을 박차고 나갔다.

사진 JTBC Plus 자료실
낯선 문화, 한국에서의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종류의 ‘불편’이 ‘인종차별’로 환원되는 것. 이런 뻔뻔한 주장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분의 온라인 포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수만 명 회원을 보유했던 페이스북 포럼 ‘Oink(Only in Korea, 한국에만 있는 것)’이 하나의 예다. 그 출발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교류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공간으로 변질됐다. 그 정도가 어찌나 심각한지, 페이스북에서 경고도 없이 포럼을 폐쇄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말이다.

사진 JTBC Plus 자료실
“나보고 언 참치를 먹으라는 거야? 내가 외국인이라서 제일 싼 참치를 내어 주는 거야?”
내 경험에 따르면, 보통 참치회 덮밥은 한국인에게나 외국인에게나, 서울 어느 식당을 가도 반 냉동 상태로 나온다. 타지 음식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음식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순서이고 상식 아닌가? 왜 화를 내기 전에, 차별을 주장하기 전에 현지 식당 사정과 문화를 좀 더 관찰할 생각을 못 하는 것일까? 아니, 모르면 그냥 정중하게 묻기만 했어도 됐을 것을. 기절할 정도로 독한 체취를 풍기는 친구는 “지하철에 탈 때마다 느끼는 건데 한국 사람들은 절대 내 옆에 앉지 않아!”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음, 사람들이 그를 슬쩍슬쩍 피한다면, 그건 인종 때문이 아니라 체취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진 JTBC Plus 자료실
억지에 가까운 불평불만 너머 그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그들은 한국인들과 비교해도 편안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고, 비교적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한국의 탁월한 방역과 의료시스템을 생각했을 때 특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면서, 심지어 한국 여성과 결혼해서 살고 있음에도 간단한 한국어 문장조차 완성할 수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언어는 둘째로 치더라도 한국문화와 사회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전무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은 여기서 살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사진 JTBC Plus 자료실
사실 한국인은 외국인, 정확히 말하면 특정 나라 출신이나 특정 피부색을 지닌 외국인들에게 관대한 편이다. 한국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연고도, 배경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수년간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자체가 그 증거다. 반대의 경우 한국인이 외국에서 똑같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니라고 확신한다. 간단한 한국어 문장만 구사해도 “어머! 한국말 잘하시네요!”라는 칭찬이 자동으로 돌아온다. 식당에서 김치를 먹으면 “오! 한국음식 잘 먹네요. 젓가락질도 잘하고!”라고 반가워한다. 이는 전혀 놀라울 것도 고마워할 일도 아니다.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국에서 어느 정도 살아온 외국인이 한국어를 구사하고 현지 음식을 먹으면서 그에 익숙해지는 것은 필수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진 라파엘 라시드

*한국 살이 9년 차, 영국에서 온 남자 라파엘 라시드가 쓰는 한국 이야기는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