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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9, 릴보이 그리고 딥플로우의 오해와 진실. 팩트 체크4.

‘릴보이가 딥플로우의 디스곡 '잘 어울려'로 상처받아 5년 동안 정신적 질환을 앓았다?’ NO! 마지막 회를 앞두고 도마 위에 오른 ‘쇼미 더 머니 9’이 만들어낸 오해와 파장. 악플러 강경 대응 예고한 VMC, 실검 오른 넉살, 편집이 만들어낸 드라마.

BY이재희2020.12.18
'쇼 미더 머니9'에서 언급된 5년 전 사건. 딥플로우를 향해 쏟아지는 악플 사이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렇게 보입니다. "릴보이가 딥플로우의 곡 '잘 어울려' 때문에 상처 받았고,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다" 5년여 정신적 아픔을 겪었다는 릴보이의 인터뷰와 함께 어마어마한 방송의 파급력을 체감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중심으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팩트 체크 4.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일에는 책임이 따르는 시대입니다. 딥플로우와 넉살이 소속된 회사 VMC에서 '악의적 댓글에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거든요.
 

Fact 1.실시간 검색어 '넉살'

릴보이와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 넉살. 그는 2014년 입사 6년 만에 소속사 VMC의 대표 아티스트로 거듭났습니다. 그가 실시간검색에 등장한 이유는 VMC의 악플러를 향한 강경한 대응을 발표했기 때문이죠. 5년 전 루키였던 넉살은 딥플로우의 '잘 어울려'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잘 어울려'는 당시 멜로디컬한 힙합 음악을 디스하는 곡이었어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사실. 넉살은 아직 그의 어떤 랩에서도 릴보이를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를, 넉살의 행동을 악의적으로 정의하기엔 근거가 없는 것. '잘 어울려'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이유로 일부 악플러들의 '넉살이 왕따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악의적 댓글일 뿐인거죠.

 

Fact 2. 릴보이가 상처받은 이유

릴보이는 '쇼미9' 2차 예선 인터뷰에서 그가 '쇼미9'에 나온 진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근 5년 동안 정신적으로 병을 앓았다. 이제는 깨고 싶어서 나왔다' 이번 방송을 통해 릴보이를 알게 된 시청자들은 그가 털어놓은 진심 어린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죠. 

"5년 전 한국에서 '힙합'이라고 했던 노래들은 에픽하이의 'Fly', 다이나믹듀오의 '죽일 놈'이었다. 이런 게 힙합이구나 생각하며 만든 긱스의 곡이 'Officially Missing you'였다. 이 곡이 긱스라는 뮤지션의 색이 되어버렸고, 곧 힙합 팬들에게 '얘네는 힙합도 아니다'라는 등, 이단아의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방송은 그의 아픔만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딥플로우가 발표했던 '잘 어울려'의 가사와 뮤직비디오의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등장, 마치 릴보이가 해당 곡으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은 듯한 뉘앙스의 편집이 방영됐어요.  
"'디스'라는게 힙합에서는 익숙한 문화고,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터뷰한 릴보이. 그가 분명하게 밝힌 아픔의 이유는 딥플로우의 디스곡 때문보다는 그의 친구들에게 있습니다. 결정적 충격은 자신과 함께 긱스의 앨범을 작업하던 동료가 그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는 사실이었죠. 딥플로우가 5년 전 발표한 '잘 어울려'에는 실제로 멜로디컬한 음악을 발표했던 래퍼 매드클라운 산이도 언급됩니다.

'SMTM9' 스틸이미지

'SMTM9' 스틸이미지

그리고 릴보이와 딥플로우의 사건을 디스전으로 회자하기엔, 한국 힙합 씬에서는 잊지 못할 강력한 사건이 있습니다. 2013년 스윙스가 한국 힙합씬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던 디스전 전쟁, '컨트롤 대란'이죠.

Fact 3. '쇼미9'이 그려 낸 드라마.

미디어는 언제나 대중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아픔을 딛고 멋진 무대를 선사하는 릴보이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대부분의 시청자가 응원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소재이기도 하죠. 그리고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 그중 편집의 힘은 더 어마어마합니다. 어떤 방향을 설정하느냐가 여론을 좌지우지하기에 더욱 신중해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쇼미9'의 최대 피해자는 '가만히 있던' 딥플로우가 아닐는지요. 실제로 '쇼미9'이 방송된 후 딥플로우의 인스타그램에는 악플이 한가득 달렸고, 그의 소속사 VMC는 결국 악플러 강경 대응의 입장을 밝혔으니까요.
 

Fact 4. 취향 차이.

릴보이와 딥플로우. 팬으로서 두 사람의 옳고 그름을 가를 수 있을까요? No! 결국에는 취향 차이입니다. 음악의 무수한 장르처럼 힙합에도 다양한 색이 있습니다. 다이나믹듀오의 '죽일 놈', '버벌진트의 'Favorite', 에픽하이의 'Fly'같은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컬한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딥플로우의 앨범 〈양화〉처럼 묵직한 스타일도 있는 거죠. 에픽하이의 'Fly'는 히트곡으로 유명하지만, 딥플로우는 자신이 설정한 힙합 래퍼로서의 정도를 지켜왔음을 인정받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으로 선정, 그의 곡 '작두'는 '최우수 랩&힙합 노래'로 트로피를 받기도 했습니다. 엘르 스테이지에서 묵직하고 강렬한 한 방을 날렸던 딥플로우의 라이브를 보세요. 그의 스타일이 단박에 느껴질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파장에는 세대 차이가 존재합니다. 5년 전과 지금의 트렌드가 다른 것처럼 지금의 힙합 팬들과 5년 전 힙합 팬들의 세대도 다른 것이죠.
"나는 다이나믹듀오와 슈프림 팀과 에픽하이의 아들, 상업적으로 만든 곡이 영혼을 파는 일은 아니다"라며 기준을 밝혔던 릴보이.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러 음악 색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약간 욕심도 난다. 내가 여기서 랩을 제일 잘하면 비웃지 못할 거다. 결국에 영향력이 센 사람이 최고니까"
'쇼미9'으로 인해 도마 위에 오른 이 사태.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여럿이 다치고야 만 속상한 상황입니다. 다이나믹듀오 개코의 한마디가 여운이 남네요.

'SMTM9' 스틸이미지

'SMTM9'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