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전경. 인스타그램 @artplantasia_2020

전시 전경.
함녕전을 둘러싼 ㄱ자 형태의 행각에 동시대에 활동한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의 단색화와 조선 초상화의 세밀함을 재현하는 김홍주의 극사실 회화의 상반된 양상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전시가 시작된다. 덕수궁 내 유일한 2층 건물인 석어당에는 세포분열에서 염색체가 교차하는 현상을 형상화한 이불의 〈키아즈마(Chiasma)〉가 설치돼 강렬한 시각적 환기 선사한다.

정희승, 'Rose is a rose is a rose'.
임금의 침전이었던 즉조당에는 15송이의 각기 다른 장미 초상이 만발해있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구를 차용한 정희승 작가의 사진 작품 〈Rose is a rose is a rose〉다. 양면 액자를 설치해 정면에서 볼 때는 작품 너머로 노랗고 붉게 물든 후원이 보이고 전각을 돌아 후원으로 가면 중화전이 배경이 된다. 1900년 대한제국 시절 지어져 고종이 다과를 들거나 외교사절단을 맞았던 정관헌은 영상 작품을 상영하는 열린 극장으로 변신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전통 목조 건축 요소가 가미된 화려하고 이색적인 회랑 건축물에서 정은영, 김희천, 차재민 작가의 영상 작품이 상영된다. 덕수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구동희·오종·최고은 작가의 커미션 작품도 놓치면 안 된다. ‘덕수궁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의 기억, 그리고 흩어진 동시대의 산물로 존재하는 공적 예술 양식을 한 장소에 중첩한’ 구동희의 〈비상-수평선〉이 연못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다.



전시 전경.
한국 근현대 역사·문화의 현장인 덕수궁에 깃든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수천 겹 레이어가 동아시아 현대미술의 상징과 중첩, 전유와 만나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로 다가온다. 함녕전 행각 일부를 제외하고는 밤 9시까지 개방된 전시라 야간에 보는 즐거움도 크다. 오후 5시쯤 가서 낮 버전과 30분쯤 후 들어오는 조명을 받아 전혀 다른 아우라를 풍기는 밤 버전 모두 눈에 담으시길.


장소 덕수궁,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기간 20년 10월 23일 ~ 20년 11월 22일까지
홈페이지 www.artplantas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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