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단 하나의 셀린느_요주의 물건 #49

몇 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셀린느 컬렉션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딱 하나의 셀린느를 가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사야할까?

BY양윤경2020.09.30
 
지난 몇 시즌 동안 셀린느의 급변하는 행보를 지켜보며 내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불안하다가 안도하다가 궁금하다가. 울렁거리는 기분과 함께 문득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뭘 사야 하지?’ 디자이너에 따라 그 스타일이 급변하는 브랜드를 대할 때 우린 그런 질문을 품게 된다. 내가 지금 구매하는 물건이 몇 시즌 뒤 케케묵은 물건이 되길 바라진 않으니까. 그렇다면 오늘 우리 하나의 질문을 던져 보자. 단 하나의 셀린느를 가질 수 있다면? 나의 대답은 아래 숨겨두었다.
 
Ⓒ게티 이미지Ⓒ게티 이미지
 
2020년을 살아가는 〈엘르〉의 독자들이라면, 셀리느를 이야기할 때 두 이름을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피비 파일로와 에디 슬리먼. 오늘은 그보다 앞선 디자이너, 셀린느에게도 돌아가 보자. 1945년, 셀린느 비피아나와 그녀의 남편 리차드는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신길 신발을 고민하다가 기존의 제품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아동용 신발을 만들게 된다. 아내의 이름을 딴 ‘셀린느(Céline)’ 부티크는 곧 인기를 얻어 3년 뒤에는 3개의 가게를 더 오픈했고, 1963년에는 여성 구두 라인을 선보이게 된다. 셀린느가 유명한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1959년에 선보인 잉카 로퍼의 출시였다. 신발의 코앞에 말 재갈 모양의 금속 장식을 부착한 굽이 낮은 로퍼였는데, 그것이 큰 인기를 끌게 된 것. 이후 가죽 소품과 가방, 여성 의류에까지 영역을 넓히며 1970년대부터는 세계적으로 사업이 확장된다. 그리고 1997년, 셀린느가 사망한 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하우스를 이끌며 미국적인 감성을 가미해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더하는 데 성공했다. 

 
1989년 성탄장식된 셀린느 스토어 전경. Ⓒ게티 이미지 1900년대 셀린느 스토어 디스플레이. Ⓒ게티 이미지마이클 코어스가 창조한 셀린느 우먼. Ⓒ게티 이미지
 
셀린느가 한 단계(한 단계라는 말로는 너무 부족하지만 어쨌든,) 더 성장하게 된 건 피비 파일로 영입 후의 일이다. 끌로에에서 이미 자신의 첫 전성기를 경험(피비가 끌로에를 이끄는 동안 끌로에의 매출은 2004-2005년 두 해 동안 4배 이상, 2006년에는 50% 이상 성장했다)한 그녀가 개인적인 이유로 그 자리를 떠나고 2년 반 뒤, 셀린느 하우스로 돌아온 것.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자신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다. 피비의 매직 터치는 셀린느를 완전히 변화시켰고, 그 변화에 전 세계 여성들이 열광했다. 2009년은 피비 파일로라는 디자이너와 셀린느 하우스 모두에게 변혁의 해가 되었다.  
 
2013 F/W 시즌 셀린느 걸렉션.2014 F/W 시즌 셀린느 걸렉션. 2017 F/W 시즌 셀린느 걸렉션.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
 
그리고 10년 뒤,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의 수장이 되고, 로고의 글자가 바뀌었다. 어떤 사람들은 에디의 셀린느 컬렉션을 ‘Sline’ 혹은 ‘Saint Laurent 2.0’이라고 비아냥거렸고, 한쪽에서는 에디 특유의 스타일에 열광하며 그를 옹호했다. 셀린느 컬렉션이 뜨거운 감자였던 지난 몇 시즌 동안 나는 엉뚱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사야 하는가? 
 
2019 S/S 시즌 셀린느 컬렉션. Ⓒ게티 이미지, IMAXtree.com2019 F/W 시즌 셀린느 컬렉션. Ⓒ게티 이미지, IMAXtree.com2020 F/W 시즌 셀린느 컬렉션. Ⓒ게티 이미지, IMAXtree.com디자이너 에디 슬리먼. Ⓒ게티 이미지, IMAXtree.com
 
아, 오늘도 이야기가 길어졌다. 더 늦기 전에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야겠다. 셀린느의 그 모든 물건들 중 단 하나를 가져야 한다면 무엇을 택할까. 나는 망설임 없이 로퍼라고 답하겠다. 빨간 페디큐어를 바른 펌프스나 복슬거리는 털 장식의 슬리퍼, 딤섬처럼 생긴 신발 등 피비가 선보인 놀라운 작품들, 그리고 에디가 선보인 유려한 곡선의 부츠들을 뒤로하고, 나는 단호하게 로퍼를 택하겠다. 그것은 하우스 역사의 시작과 다름없는 물건이고,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거의 유일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말 재갈 모양의 금속 장식이 끝내주게 멋지기도 하고!   
 
Ⓒceline.comⒸce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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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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