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미술 소장품 특별전 공식 포스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40여 년 동안 수집해온 다양한 고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소장품 특별전 〈APMA, CHAPTER TWO-FROM THE APMA COLLECTIO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도자‧회화‧금속‧목공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4점을 포함한 1,500여 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기회다.
전시는 고려 시대부터 근대기까지의 회화 작품으로 시작한다. 1902년 고종의 51세와 즉위 40주년을 송축하기 위해 덕수궁에서 열린 궁중 연향을 묘사한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은 호롱불, 검기무를 추는 무용수, 서양식 제복은 입고 도열한 신식 군대 등 당시 변화하는 시대상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어 4m 그림을 꼼꼼하게 읽으며 한참 빠져들어 보았다. 이후 조선은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기고 1907년 고종도 강제로 퇴위당했으니 이 병풍에 그려진 것은 조선의 마지막 궁중 연향이다.

고종임인진연도8폭병풍.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고려 시대 미술의 정수인 보물 1426호 ‘수월관음도’를 마주하고서는 감동에 벅차올랐다. 수목을 배경으로 물가의 바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아 선재 동자의 방문을 맞이하는 관세음보살을 그린 그림으로 온몸에 두른 화려한 시스루 베일의 표현이 압권이다. 종이나 천 뒷면에 물감을 바르는 배채법을 이용해 은은하고 투명하면서도 풍성한 표현을 선보인다. 여기에 금박을 잘게 부서 가루로 만든 금니를 사용해 화려함을 더했다. 고려 불화는 예로부터 그 예술성과 장식성을 널리 인정받았고 그 때문인지 많은 수가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 밀반출되거나 경매로 팔려 가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작품은 국내에 현존하는 5점의 수월관음도 중 하나로 일본에 소재하고 있었으나 아모레퍼시픽의 문화재 환수 사업에 의해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회화 작품으로 시작된 전시는 도자공예로 이어지는데 거대한 탁자 위에 조선백자, 고려청자, 토기를 구분해 늘어놓는 독특한 방식으로 연출했다. 신라 귀족이 주로 사용하던 식기류와 새 모양 토기 등 쉽게 볼 수 없었던 토기를 실컷 볼 수 있어 좋았다.

수월관음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금속공예와 섬유공예를 소개한 전시실에서는 작품의 특징에 따라 서로 다른 전시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를테면 노리개, 은장도, 비녀 등 세밀한 장식이 돋보이는 작품들은 벽면에 걸어 그림처럼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게 하고 족두리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봐야 하는 작품들은 투명 케이스 안에 넣어두는 식이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반닫이, 장, 농, 탁자 등의 목가구와 떡살, 소반 등의 목공예품들을 모아놓았는데, 이 전시실 또한 도예 연출처럼 가구를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그림의 액자처럼 틀을 만들어 각각의 작품을 마치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전시장 전경.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빛으로 그린 점묘화처럼 용산을 밝히는 아모레퍼시픽 신 본사 건물 1층에서부터 지하로 연결되는 공간에 자리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갈 때는 옥외설치물로 설치된 올라퍼 엘리아슨의 ‘Overdeepening’도 놓치지 말 것. 지름 12m의 거대한 원판이 두 개의 반원형 고리에 의지해 들어 올려진 형태의 이 작품은 원판의 거울과 바닥의 얕은 연못이 서로를 끊임없이 반영하는 효과로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시시각각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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