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언택트 쇼핑, 옷 살 때 신경 쓰이는 섬유 표기의 암호 풀기_선배's 어드바이스#27

좋은 소재인지, 나쁜 소재인지, 어떻게 다뤄야 할지 여름 옷 섬유 표기 해독법.

BY양윤경2020.08.26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온라인 쇼핑은 대세를 넘어 예의가 되어 버렸다. 백화점과 부티크를 돌며 마음껏 옷을 입어보고 결정하던 시대, 과연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사람이 살려면 옷, 침구, 커튼 등 의와 주생활용품은 꼭 있어야 하는데 이젠 소재를 만져보지 않고도 어떤 느낌일지 ‘궁예’할 수 있어야 한다. 쇼핑몰과 옷에 달린 섬유 조성률 표기에 짤막하게 드러난 비밀, 이것만 알면 누구든 해독할 수 있다.


자연을 입는다, 영원한 섬유계의 고전 면ㆍ마ㆍ실크

기원전 3천 년에도 인도에서 쓰인 흔적이 있을 만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면은 땀을 잘 흡수하며 물세탁, 알칼리, 열, 염색에 강하다. 그만큼 천연섬유 중에서 실용적이고 독성이 없어 수많은 새로운 섬유가 나온 지금까지 영원한 클래식이다. 직조 방식은 순면을 얘기할 때 기준으로 특히 자주 등장한다. 평직은 가로, 세로를 교차시켜 짜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아사 면은 얇고 보드라운 평직이라 여름 이불, 잠옷 등에, 능직(트윌)은 조직이 경사지게 보이는 튼튼하게 짠 방식이라 치노 팬츠, 청바지 등에서 볼 수 있다. 버버리 트렌치코트 역시 1920년대부터 쓰인 면 트윌 소재. 수자직(새틴)은 이름 그대로 매끄럽고 광택이 나게 짜는 것. 순면 새틴은 그래서 호텔 침구, 아기 침구에 많이 쓰인다. 같이 자주 등장하는 기준이 번수인데 같은 양의 섬유로 실을 얼마나 길게 뽑을 수 있느냐의 단위다. 번수가 높을수록 가늘고 긴 섬유라 천의 조직이 섬세해진다. 40수보다 60수가, 60수보다 100수가 곱고 보드랍지만 그만큼 내구성도 떨어지니 순면이라도 용도에 따라 선택하는 게 좋다. 나 역시 극히 고와서 좋아했던 베개 커버가 탈수 한 번 강하게 돌렸다고 “부욱” 찢어진 아픈 경험이 있다. 합성섬유는 얼마든 가늘게 뽑을 수 있어 번수가 크게 의미 없다.  
 
면과 대마를 혼방한 친환경 신소재를 활용한 리바이스 친환경 컬렉션.

면과 대마를 혼방한 친환경 신소재를 활용한 리바이스 친환경 컬렉션.

 
마(麻), 즉 삼에서 얻는 리넨은 요즘 같은 계절 흔히 볼 수 있는 소재. 보통 리넨이라고 하면 마 중에서도 아마이며 결이 고와서 셔츠, 냅킨, 행주 등 사람 피부에 직접 닿아 땀과 노폐물을 흡수하는 물건에 주로 쓰여 왔다. 빨고, 풀 먹이고, 다림질하는 노동이 많이 들어서 요즘은 고전적인 리넨 냅킨을 제공하는 식당은 파인 다이닝에 가까울 정도로 고급이다. 옷으로는 결이 고운 마일수록 깔끔하게 입고, 거친 것은 자연스러운 구김을 살려 입는 게 멋스럽다. 여름 소재인 만큼 보온성은 매우 적고 물 빨래, 알칼리 표백, 열 등에 두루 강하다. 

 
샤넬 실크 트윌 헤어밴드.

샤넬 실크 트윌 헤어밴드.

 
나폴레옹의 황후, 조세핀이 실크 양말에 집착했던 게 악명으로 남았을 만큼 실크는 영원한 섬유계의 사치품이다. 서울 잠실(蠶室)은 국가적으로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길러 비단(실크)를 짜는 곳이었는데 조선의 왕비는 다른 살림은 안 했어도 뽕잎 따기부터 비단 짜기는 직접 해서(친잠례) 모범을 보였다. 경복궁과 창덕궁 후원에 설치한 내잠실(內蠶室)에서 친잠례를 하기 전 누에의 신에게 제사까지 올렸다니 실크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재도 100% 실크는 고가이며 SPA 브랜드에서는 쉽게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이 대중화됐다. 실크는 추울 땐 따뜻하고 더울 땐 시원하며 투명하고 얇게 또는 두껍고 광택이 나게 모두 짤 수 있고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드레이프성이 뛰어나다. 수분과 유분 모두 잘 흡수해서 좋기도 하지만 알칼리와 마찰, 열에는 약해서 드라이클리닝이 가장 좋고 찬물에서 중성세제로 손빨래, 세탁기 실크 코스로만 빨 수 있다. 실크 오간자(organza)는 속이 비치고 하늘하늘한 소재, 새틴은 광택이 자르르 흐르며 도톰한 소재다. 둘 다 블라우스나 드레스 등에 주로 쓰인다. 부드러우면서도 골이 있는 실크 트윌은 스카프, 넥타이 등 조직이 단단해야 하는 소품에서 볼 수 있다. 

 

식물 섬유가 새 생명을 얻은 비스코스ㆍ큐프라ㆍ모달ㆍ텐셀

누구나 실크를 가질 수 없었기에 그 자리를 대신한 여러 섬유들이 있다. 어릴 때 ‘폭탁이’라 부르던 애착 여름 이불을 덮으면 안 덮은 것보다 시원했고 속에 들어가면 마치 동굴 속에 숨은 것 같아서 밤마다 끌어안고 구르고 난리였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폭탁이는 레이온 소재였고 우리나라에 생산 공장이 많을 때 우리 집까지 흘러 들어온 것 같았다.    
이름부터 인견인 레이온은 실크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재생 섬유. 나무나 면 부스러기를 섬유로 가공한 것이라 흡습성이 좋고 통풍이 잘 되며 촉감이 차갑고 매끄러워서 블라우스, 여름 실내복과 침구, 정장 안감에 주로 쓰인다. 섬유조성률에는 레이온 대신 비스코스(viscos), 큐프라(cupra) 등으로 표기되는데 큐프라가 물에 젖었을 때 더 내구성이 좋다. 이 둘이 1800년대에 탄생해 역사가 2세기를 훌쩍 넘겼다면 모달은 1950년대에 탄생한 재생섬유계의 청소년이다. 너도밤나무 펄프로만 만들며 물에서도 강도가 좋고 형태가 변하지 않으며, 흡습성이 좋고 매끄러운 레이온의 장점은 다 갖고 있어서 점점 널리 쓰이고 있다. 겉보기엔 광택이 없는데 입으면 매끄럽고 편안한 셔츠가 하나 있어 섬유조성표를 보니 텐셀. 무려 2018년이란 극히 최근 유칼립투스 나무 추출물을 원료로 탄생한 친환경 섬유로 자체가 수분을 머금고 있고 자극이 아주 적어서 아기 옷, 속옷, 침구에 많이 쓰인다. 텐셀은 브랜드명이고 섬유 종류는 리오셀이지만 대부분 텐셀로 표기한다.

 
한로의 모달 100% 나이트 가인스타그램 @hanro.official

한로의 모달 100% 나이트 가인스타그램 @hanro.official

 
일상 속 어디에나 있는 그들 폴리에스테르ㆍ나일론ㆍ폴리우레탄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속 있는 중저가 옷을 자주 산다면, 또는 학생이라면 폴리에스테르(PE)는 가장 흔히 접하는 소재일 것이다. 블라우스, 드레스는 100%(‘폴리’라고도 표기)도 많고 티셔츠, 교복, 트랙 슈트(일명 ‘추리닝’) 등에도 면 등과 혼방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값이 싸고 염색이 자유로우며 주름이 안 잡히고 금방 마른다는 절대적 실용성 때문인데 문제는 흡습성이 전혀 없고 열에 약하다는 것. 면과 혼방하면(T/C) 구김이 잘 안 가면서 흡습성도 어느 정도 있는 소재로 보완돼 셔츠, 티셔츠에 많이 쓰인다. 다림질이 전혀 필요 없다고 선전하는 폴리에스테르 100% 소재 셔츠는 자칫 땀이 차기 쉽고 겉보기에도 섬세한 멋이 없으니 주의할 것. 하지만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보온과 환경 보호를 위해 일부러 폴리에스테르 100%를 쓰기도 한다.  
 
원단의 85%가 재활용 플라스틱과 자사 제품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소재인 파타고니아 신칠라 스냅 티.

원단의 85%가 재활용 플라스틱과 자사 제품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소재인 파타고니아 신칠라 스냅 티.

 
1939년 등장한 인류 최초의 합성섬유 나일론(폴리아미드)은 처음엔 실크보다 비쌌지만 곧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격도 떨어지고 전방위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질기고 투명한 스타킹엔 물론이고 오드리 헵번의 카프리 팬츠, 군용 낙하산, 거기서 영감 받은 프라다의 전설적 천 가방도 나일론이 들어갔거나 100% 나일론이다. 흡습성이 없고 두껍게 짜면 무거운 성질 때문에 옷 소재로는 한동안 다른 합성섬유에 밀려 박대받다가 역시 최근 재생 나일론인 에코닐 등이 등장하며 친환경 소재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폴리우레탄(PU)은 방수와 탄력성 하면 빠지지 않는 물질. 튼튼한 농구공과 워크 부츠 밑창 소재지만 면 등에 코팅하면 발수 기능성 옷이 되고, 수영복, 요가복 등 스포츠웨어에 쓰면 쫙쫙 늘어난다. 대표적인 원단 명칭이 그 유명한 스판덱스, 상표명은 라이크라다. 
 
인스타그램 @lycrabrand

인스타그램 @lycrabrand

 
‘스판 기 있다’고 하면 잘 늘어나고 딱 달라붙는단 얘긴데 폴리우레탄 비율을 보면 얼마나 그럴지 알 수 있다. 서양에선 엘라스테인(elastain)이라고 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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