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패션에 한계가 사라졌다, 스타일리시하게 나이 들기_선배's 어드바이스 #25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시니어 패션에 한계가 사라졌다, 스타일리시하게 나이 들기_선배's 어드바이스 #25

스타일은 타임리스! 젊은 사람이 따라하고 싶은 시니어 패션, 시니어들이 걱정 없이 입을 수 있는 영 패션을 찾아야 할 때다.

양윤경 BY 양윤경 2020.08.10
인스타그램 @iconaccidental인스타그램 @iris.apfel인스타그램 @stylecrone인스타그램 @cildugim
 
최근 비교적 젊은 사람들에게 “평생 들려면 어떤 가방이 좋을까요?” “나이 들어서도 스타일리시하려면 어떻게 입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꽤 자주 들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변화.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찍는 요즘, 모든 것이 불안해진 세상에서 안전자산을 추구하는 것처럼, 패션 역시 ‘타임리스’를 원하게 된 것 아닐까? 이런저런 답변을 해주면서도 고백하자면 그런 아이템과 스타일을 발굴하는 데 본격적이어야 할 사람은 사실 나 아닌가 하는 들었다.  

 
안 찾아간 옷으로 스타일링한 룩이 화제가 된 대만 세탁소 부부. 인스타그램 @wantshowasyoung일본 시니어 커플 룩 블로거 본과 폰. 인스타그램 @bonpon511
 
시니어들 자체도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린 슬레이터, 김칠두, 주디스 보이드, 아이리스 아펠(은 무려 백 세를 바라보고 있다!) 같은 노년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대활약 중이며, 국민대학교 평생교육원 시니어 모델 연기 과정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오는 29일엔 패션 브랜드 몬테밀라노 주최로 한강 세빛섬에서 ‘시민 참여형 시니어 패션쇼’가 열린다. 케이블 TV 채널 MBN은 〈오래 살고 볼일–어쩌다 모델〉이란 시니어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해 10월 방송 예정이다. 새로운 시니어들은 더 이상 ‘노인다운’ 옷차림으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젊게, 자유롭게, 스타일리시하게’가 그들의 모토다.
  
시니어 패션, 이제 한계는 없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연령대에 따라 브랜드와 아이템을 바꾸며 백 미터 밖에서 봐도 나이를 알아보도록 입는 게 스타일리시하고 매너 있는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엇이 시니어 패션이라고 정의하기조차 어렵다. 2030이 즐겨 입는 룩을 7080이 입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백세 시대, 마음만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단 한 가지 문제라면 사이즈.  
 
블라우스 대신 미니멀 티셔츠를 매치한 린 슬레이터. 인스타그램 @iconaccidental

블라우스 대신 미니멀 티셔츠를 매치한 린 슬레이터. 인스타그램 @iconaccidental

 
한 친구는 30대부터 백화점에 있는 특정 ‘부인복’ 브랜드에 가서 서너 벌을 한꺼번에 사곤 했다. 그러니 어떻게 입어도 ‘사모님’ 같은 그 브랜드 스타일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고 실제보다도 나이 들어 보였으며 세일도 거의 하지 않는 고가여서 지출이 상당했다. 이유가 궁금해서 “그 비용이면 훨씬 품질도 좋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 옷을 살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이 브랜드에서 다 사?”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친구는 “몇몇 브랜드들에서만 몸에 맞는 옷이 나와서…”라며 의기소침해졌다. 출산 후 살이 안 빠지면서 복부가 유난히 굵어졌고 여성복 중에서 친구의 허리 사이즈가 나오는 건 그런 브랜드들뿐이라는 거다. 또, 외국 브랜드는 사이즈가 클수록 옷이 전체적으로 길어지지 허리만 크게 나오지는 않는단다.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점잖은 블레이저와 클래식 로퍼에 반바지를 즐겨 입는 닉 우스터. 인스타그램 @nickwooster

점잖은 블레이저와 클래식 로퍼에 반바지를 즐겨 입는 닉 우스터. 인스타그램 @nickwooster

 
젊은 감각의 브랜드와 기존 단골 브랜드를 믹스 앤 매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브랜드 안에도 잘 보면 오버사이즈 핏 옷들이 있다. 애초에 빅 룩을 추구하는 핏이라 표기된 사이즈가 무의미할 정도인, 적어도 두 사이즈는 넉넉한 것들을 찾으면 된다. 남성용 클래식 핏 셔츠, 재킷처럼 박시 핏 상의도 추천한다. 이때 모든 곳이 넉넉하고 둥글기만 하면 오히려 허리로 시선이 갈 수 있으니 어깨 선이 분명하거나 칼라는 날카롭거나 하는 식의 ‘에지’ 있는 디자인이 좋다. 소매가 너무 길게 나오는 외국 브랜드에선 칠부나 오부 소매를 선택하면 의외로 꼭 맞거나 칠부처럼 보일 수 있다. 서양 사람들도 당연히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데, 그래서 원래 민속 의상이지만 널리 퍼진 옷이 바로 튜닉과 카프탄. 소매가 분명하지 않고 자루처럼 뒤집어쓰는 상의이고 대개 무늬가 화려하다. 이런 옷들과 기존 브랜드에서 구입한 허리 사이즈가 맞는 바지, 스커트를 섞어 입으면 훨씬 스타일리시하다.  
 
과거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드레시한 옷에 청바지를 매치한 주디스 보이드. 인스타그램 @stylecrone

과거의 옷장에서 꺼낸 듯한 드레시한 옷에 청바지를 매치한 주디스 보이드. 인스타그램 @stylecrone

  
믹스 앤 매치, 스타일링이 관건이다
과열 경쟁과 코로나19로 라푸마, 살레와, 마무트 등 몇몇 아웃도어 브랜드가 사라졌지만, 올해 5~7월 아웃도어와 스포츠웨어 시장은 연달아 성장세를 보였다고 한다. 산을 찾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캠핑 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으니 애슬레저 패션 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충분한 분야다. 하물며 시니어들에겐 스니커즈, 윈드브레이커 등은 일상복이나 다름없다. 이왕 살 것이면, 또는 있는 것이면 어떻게 패셔너블하게 승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의 전신 등산복 따위가 세련되지 못하단 건 이제 누구나 잘 안다. 그렇다면 역시나 믹스 앤 매치! 골프용 피케 셔츠와 스니커즈를 살랑살랑한 미디 스커트와 입거나, 우아한 코트에 등산 모자를 쓰는 것 같은 감각이 아이돌뿐만 아니라 시니어에게도 필요해졌다.  
간극이 큰 옷, 소품은 처음엔 색상을 비슷한 톤으로 통일해 본다. 예를 들어 네이비가 들어간 베이스볼 캡과 데님 셔츠, 브라운 등산용 부츠와 베이지 와이드 레그 컷 치노 팬츠는 무난히 잘 어울리기 마련이다. 익숙해지면 옷과 소품 대부분을 한 가지 스타일로 통일해 입은 후 전혀 다른 분위기, 색 아이템을 더해 액센트를 주는 ‘트위스트’도 좋다. 예전의 나라면 당연히 블라우스를 입을 룩에 티셔츠를 입거나, 긴 정장 바지를 입을 룩에 반바지로 변화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만의 시그너처 아이템, 클래식을 만들자
이번 가을, 겨울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꺼내 온 과거의 유산은 1961년 명명된 ‘재키 백’이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가 1960년대 영부인 시절 가볍게 외출할 때부터 1980년대 열정적인 출판업자로 일할 때도 한몸처럼 들었다. 미국이 협상 자리에 들고 나오는 정치적 메시지를 알려면 그의 브로치를 보라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떠오른다. 1998년 팔레스타인과의 협상 때는 ‘건드리면 쏜다’는 의미로 벌을, 2000년 북한과 회담할 땐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는 뜻으로 심장 모양을 달았다고 한다. 어디서 수집했는지 하나 하나 독특한 브로치 2백 개 이상을 갖고 있어서 나중엔 전시회까지 열었다. 마이타이 https://youtu.be/z1en-oz1fl0 는 실크 스카프 매는 법에 천착한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온 중년 여성이다. 옷장도 스카프에 어울리도록 구성돼 있고 스카프 링, 스카프 케이스 등 관련 소품도 누구보다 많다. 일본의 70대 패셔니스타 나이토 사오리는 거의 모든 룩에 린다 패로우와 카렌 워커의 오버사이즈 캣 아이 선글라스를 쓴다. 자녀 결혼식 때 받은 축의금을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데 기부한 환경운동가 어르신은 일찍부터 어느 자리에서나 천으로 만든 에코백을 들어서, 그분 하면 자연히 에코백부터 떠오른다.
 
오버사이즈 캣아이 선글라스가 자신만의 클래식인 70대 인플루언서 나이토 아사미. 인스타그램 @naito_saori

오버사이즈 캣아이 선글라스가 자신만의 클래식인 70대 인플루언서 나이토 아사미. 인스타그램 @naito_saori

 
이렇듯 ‘아, 그 사람!’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시그너처 아이템, 자신만의 클래식 하나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결혼 예물 가방처럼 되어 버린 샤넬 클래식 백, 크리스찬 루부탱의 빨강 바닥 펌프스 같은 대중적 클래식을 의미하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절감할 때, 스타일로 승화시킨다
나이 들면서 원하지 않아도 외모의 작은 부분까지 변한다. 어느 날 립스틱을 바르다 윗입술이 얇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자세히 관찰하니 사실이었다. 얼굴 피부가 전체적으로 탄력을 잃으며 중안(눈썹부터 인중까지)이 길어져 인상마저 미미하나마 달라 보이는 것이었다. 일단 윗입술을 전보다 조금 두껍게, 입꼬리는 올려 립스틱을 바르니 인상이 조금 밝아졌다. 표정근이 크게 발달하지 않는 동양인은 노화와 함께 눈썹과 입꼬리도 두드러지게 처져 가만히 있으면 시무룩한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이왕이면 자주 미소를 띠어서 웃는 인상으로 늙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초점이 잘 안 맞는다고 찡그리는 습관은 없어야겠다. 마침내 노안을 맞이한다면 돋보기 안경에 멋진 줄을 달 생각이다. 다행히 요즘 레트로 열풍 때문에 돋보기 아닌 선글라스에도 안경줄을 다는 사람이 많다. 목주름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생기려면 평소 어깨와 목이 바른 자세여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얇고 질 좋은 터틀넥 스웨터나 실크 스카프, 화려한 목걸이로 살짝 가려주면 된다. 샤넬의 여러 줄 진주 목걸이 역시 목주름을 가리려는 트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름, 잡티 하나 없는 얼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인 버킨, 이자벨 위페르 등 중∙노년 프랑스 가수, 배우들을 보면 지나친 성형 수술이나 피부 시술을 하지 않아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나이 들었고 어떤 표정이든 마음껏 짓는 데서 그만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수십 년이 흘러도 한결같은 셀린 토트백 .

수십 년이 흘러도 한결같은 셀린 토트백 .

 
머리 숱이 줄었다며 탈모를 걱정하는 지인이 많은데 병적 단계는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운 노화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처럼 대충 머리만 말려도 윗머리 볼륨이 살아나지 않고, 포니테일만 해도 이마 선이 빽빽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러니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되 더 숱이 많아 보이는 스타일을 개발해야 한다. 대부분 쉬운 파마를 선택하지만 커트할 때 머리 안팎에 층을 둬 더 볼륨 있어 보이게 한다든가 묶을 때 앞머리에 거꾸로 빗질을 해 살짝 세우는 등 전략을 짜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건 옷차림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유쾌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어느 세대와도 소통에 문제가 없고, 독립적이며, 작게라도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는 시니어라면 어떠한 상황, 어떠한 룩에서도 스타일리시함이 뚝뚝 묻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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