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웨어의 계절이여 오라_요주의 물건 #45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니트웨어의 계절이여 오라_요주의 물건 #45

아침저녁 공기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또 한 계절 보낼 채비를 하며, 오늘을 니트 웨어를 이야기하자.

장효선 BY 장효선 2020.08.26
지난 주말, 처서가 지났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 모기 입이 비뚤어지고 풀이 울며 돌아간다는 처서. 곧 매미 소리는 사라지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더위가 가시고 곧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겠지. 너무 길고 무서운 봄과 여름이었지만, 곧 새로운 계절을 반기게 될 것임을 우리는 안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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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계절 내내 니트웨어를 그리워했음을, 아침저녁 선선해지면 그제야 깨닫는다. 니트웨어의 물성은 다른 것으로는 대체하기 어렵다. 특히 포근하고 보드랍게 피부에 닿는 느낌의 캐시미어는 가을에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다. 그리하여 오늘은 최고의 니트웨어를 향한 여정을 떠나볼까 한다. 절기와 상관없이 여전히 덥지만,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오늘의 여정은 중국 북부에 있는 내몽골 사막 지역에서 시작된다. 그곳은 여름은 매우 무덥고 건조하며 겨울에는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이다. 계절 사이의 온도 차 뿐 아니라 일교차도 매우 크기 때문에 그곳에서 살아남기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데, 염소는 특수한 ‘털갈이’를 이용해 계절을 이겨낸다. 겨울이 되면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거친 털 사이로 빽빽한 솜털이 자라나고,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솜털이 빠지는 것이다. 이 염소의 솜털에 일찍이 주목한 브랜드가 바로 로로피아나다.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캐시미어 중에서도 가장 진귀한 섬유인 베이비 캐시미어는 로로피아나에서만 만날 수 있다. 6개월 된히르커스 새끼 염소의 속털로 짠 베이비 캐시미어는 캐시미어보다 약 15% 더 곱다. 다 자란 염소에서는 400~500g 정도의 캐시미어를 얻을 수 있지만, 새끼 염소에서는 30g밖에 얻을 수 없다. 니트 한 벌을 만드는 데 새끼 염소 19마리의 속털이, 오버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58마리의 속털이 필요할 정도로 적은 양이다. 여기서 우리는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새끼 염소의 속털은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매년 6월 즈음, 기온이 따스해지고 새끼 염소들의 털이 빠지기 시작하면 목축업자들은 속털을 채취하는데, 그 방식은 동물 복지 측면에서 꽤 훌륭하다. 염소를 기르던 농장주와의 교감을 통한 섬세하고 무해한 빗질을 통해서 동물이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 특히 로로피아나는 베이비 캐시미어의 우수한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염소 목축업자들과의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인센티브를 제공해 베이비 캐시미어를 따로 모아두도록 한 것이다.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로로 피아나 제공(Giulio di Sturco)

캐시미어가 원료 형태로 싼값에 수출된다 - 불분명한 경로로 유통된다 - 현지인들이 염소의 개체 수를 부적절하게 늘려 목축한다 - 이 세 과정이 반복되며 몽골의 초원이 사막화된다는 뉴스를 읽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널리 이로운 방식은 없는 걸까. 역시 가장 좋은 길은 전통적인 방식의 목축과 투명한 유통, 그리고 고급화를 지켜가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옷은 어떤 방식으로 내게 왔는가’라는 질문을 품고서, 브랜드가 일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질 낮은 캐시미어를 여러 벌 소비하기보다는, 전통 있는 브랜드의 최고급의 캐시미어 한 벌을 오래오래 입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이로울 테고.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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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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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프리랜스 에디터 김자혜
    사진 게티 이미지 코리아 / 로로 피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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