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레더 레거시 출시를 기념해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Write Your Legacy(지금 이 순간, 나의 이야기)’ 캠페인. ⓒ리복
이것은 내가 봄부터 기다리던 여름이 모습이 아니다. 8월이 되면 산이나 강, 바다 같은 곳으로 뛰쳐나가 햇볕을 즐기게 될 줄 알았다. 추위와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때문에 위축되었던 몸을 쭉 펴고, 여름 볕에 앞뒤로 굽고 싶었다. 노릇노릇, 바삭바삭하게.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쉴 새 없이 내리는, 아니 쏟아붓는 비에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니, 다시 바이러스의 습격이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눅눅해졌다. 이것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의 모습이 아니란 말이다!
이럴 땐 다른 곳에서 위로를 받아야 한다. 골이 띵하게 시원한 평양냉면이나 80-90년대의 여름 노래들, 그리고 산뜻한 컬러의 물건들! 그러던 중 발견한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리복의 ‘클래식 레더 레거시’다.

리복이 새롭게 출시한 클래식 레더 레거시. 국내에서는 블루와 블랙, 화이트 세 컬러로 선보인다. ⓒ리복
클래식 레더 레거시는 1979년에 출시한 경주화인 아즈텍(Aztec)과 1983년에 출시한 러닝화 클래식 레더(Classic Leather)를 합쳐 만든 모델이다. 먼저 윗부분은 70년대 ‘레이싱 클럽’을 연상시키는 세 가지 컬러인 레드와 화이트, 블루의 조합이 돋보인다. 소재는 스웨이드와 가죽이 섞여 있다. 미드솔의 컬러와 소재는 윗부분과 대조된다. 심플한 화이트 컬러에 볼록한 볼륨감이 특징. 80년대 러닝화의 스타일에 현대적인 실루엣만 더했는데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듀스와 박문치, 이상순과 지코의 만남이라면 이해하기 쉬울까?


리복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이처럼 여러 요소를 새롭게 합쳤을 때의 시너지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립자 조셉 윌리엄 포스터가 1895년에 개발한 ‘포스터 러닝 펌프’는 기존의 러닝화에 크리켓 신발에 붙어 있던 스파이크를 더한 결과물이었다. 기존 크리켓화에 9개 달려 있던 스파이크를 6개로 줄이고, 1인치 미만으로 짧게 만들어 러닝화에 적용한 것. 이후 포스터 디럭스 스파이크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된 이 신발은 육상 선수 알프레드 쉬럽이 1904년, 글라스고 브록스 공원에서 열린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3번이나 갱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영국의 올림픽 대표 육상 선수 해롤드 아브라함과 에릭 린델(1981년에 개봉한 영화 〈불의 전차〉에 등장한 바로 그들!)이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1924년, 그들 역시 스파이크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1982년에 출시한 여성용 에어로빅 신발 ‘프리스타일’은 어떤가. 남성 전문 선수들에게만 집중하던 기존 스포츠 브랜드들의 통념을 깨고, 여성들만을 타깃으로 하는 첫 번째 스포츠화를 출시했다. 당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끈 에어로빅과 피트니스 트렌드에 맞춘 이 가볍고 부드러운 신발은 이른바 ‘대 히트’를 쳤다. 1989년, 산업디자인 회사 ‘디자인 컨티넘’과 협업해 신발에 공기주머니를 넣어 완성한 펌프 테크놀로지 또한 신선하다.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대한 편견 없는 태도는 육상, 축구, 테니스 등 기존의 스포츠 카테고리를 넘어 크로스핏, 요가, 스튜디오 트레이닝, 댄스 등 새로운 스포츠 용품의 시장을 개척하며 리복만의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데 도움을 주었다.

클래식 레더 레거시 출시를 기념해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Write Your Legacy(지금 이 순간, 나의 이야기)’ 캠페인. ⓒ리복
그리고 올여름, 두 개의 전설적인 아이템이 만나 이제 새로운 전설이 되려 한다. 올드 스쿨 트레이닝슈즈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에 미드 솔의 각진 3D 형태가 더해진 이 신발을 신고, 이제 그토록 바라던 ‘찐’ 여름을 즐길 시간이다. 인적이 드문 산과 바다를 짧게 여행하거나 홀로 공원을 한 바퀴 달리거나, 강가를 산책해야겠다. 싹쓰리의 노래처럼 나는 이 여름, 다시 설레고 싶으니까. 이 계절을 아끼지 않고, 밤새도록 플레이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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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뛰어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가치를 지닌 물건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 김자혜 작가의 ‘요주의 물건’은 매주 수요일에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