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사랑과 우정 사이, 봄을 달콤하게 만드는 러브송

1980년대 올드팝 듀엣곡 ‘Un roman d’amitié(우정 이야기)'를 들으면 보통의 하루가 달달해진다.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 스무 번째.

BY권민지2020.02.25
 
낚시하는 기쁨을 갖고 산다. 오해하지 말자. 음악 얘기다. 처음 가보는 공간에 들어서면 벽과 바닥의 질감, 동선, 공간의 구조, 그 안을 채우는 소품과 인테리어, 공간을 꾸리는 사람, 환대의 태도와 전체적인 분위기 등을 순서 없이 느껴지는 대로 천천히 경험한다. 그 끝에는 안락한 자리를 고르고 앉아 흐르는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공간을 완성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는 음악. “이곳은 이런 곳이에요”라고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흐르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 그 공간을 만든 이의 취향이 들린다. 프랑스에 2달 가까이 머물 계획을 하면서, 떠나기 전, 신년을 맞아 얼굴을 보자고 했던 몇몇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를 가졌다. 한 번은 을지로의 오래된 중국집에서 밥을 먹고 ‘부지’라는 바에 갔었다. 바 가운데 거대한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고 (아래는 굵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금색 스팽글 커튼을 벽면에 두른 예사롭지 않은 곳이었다.
 
무엇보다 예사롭지 않았던 건 바로 음악. 며칠 동안의 약속 중에 유일하게 음악 낚시를 멈출 수 없었던 곳. 그곳 덕분에 이 음악을 만났고, 아래 클립을 찾게 되었다.
 
Un Roman D'amitie (우정 이야기) by Elsa & Glenn Medeiros
 
엘사(Elsa)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8살 아역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노래까지 섭렵한 프랑스 샹송 가수다(소피 마르소와 강수지가 겹친다). 글렌(Glenn)은 조지 벤슨의 곡으로 잘 알려진 '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를 리바이벌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미국 출신의 가수.
 
엘사는 1988년 2번째 싱글 앨범을 홍보하고자 프랑스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쇼 진행자가 엘사가 좋아하는 글렌 메데이로스를 깜짝 초대해 그 인연으로 그해 여름에 낸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듀엣곡이자 80년대 올드팝 듀엣곡 중 단연 달달함이 물씬 풍기는 곡이다.
 
저 당시 엘사는 15살, 글렌은 18살이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풋사과 같은 싱그러운 웃음의 엘사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중간중간 부끄러워하는 듯한 그녀의 몸짓과 닿을 듯 말 듯 조심스러운 그 사람의 일상적 모습, 캘리포니아 전경 인서트를 삽입한 부스스한 영상이 참 잘 어울린다. 뭔가 맑고 가지런한 편집을 보는 재미도 있다


Une amitié qui s'élance
Comme l'envoi d' oiseau
Pas un amour vacances
Qui finit dans l'eau
C'est un long roman d'amitié
Qui commence entre nous deux
Magique adolescence
Où tout est un jeu


새의 비상과 같은
우정 이야기
휴가철 해변가에서 끝나버리는
그런 사랑 얘기가 아니야
이건 우리 둘 사이에 시작되는
영원한 우정의 이야기야
 
모든 것이 그저 장난 같은 마법의 사춘기처럼 사랑과 우정 사이에 놓인 남녀의 듀엣곡. 밸런테인데이가 가고 화이트 데이가 오려는 이때 3월, 봄으로 성큼 다가서며 보통의 하루가 이 노래로 조금이나마 달달해지길.
 
*김모아 작가의 '무엇이든 감성 리뷰'는 매주 화요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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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김모아(@lesonducouple)
  • 사진 JTBC 플러스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