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IFE

내 생애 가장 찌질했던 연애

절로 이불킥을 부르는 구질구질 연애담을 모아봤다. 새벽 2시, 우리는 왜 ‘자니?’라는 문자를 보내야만 했었나.

BY권민지2020.02.05
JTBC Plus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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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자니’ 문자의 5단계
1단계: 자니? 전화 왜 안 받아? 미안해. (순수한 호기심과 미안한 마음이 섞인 상태. 얼마 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던 사이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으니 지금쯤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건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2단계: 야 뭐냐. 왜 전화 안 받냐. 지금 내가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매달리는데 왜 답이 없어? (약간의 분노가 섞인 상태. 사과 같이 느껴지지 않는 사과를 반복하면서 나의 진정성을 못 알아주는 상대방에 대한 야속함이 미안함을 추월하기 직전)
3단계: **아 너는 뭐 잘못한 거 하나 없었냐. 빌려 간 돈이나 갚아라. 진짜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나나 그렇게 살지 말걸. 정신을 놓았으니 욕설이 반이다. 최대한 순화시켰으니 알아서 비속어를 추가해 읽기 바란다)
4단계: 미안해… 내가 정신이 나갔나 봐. 다시는 안 그럴게. 지나고 보니 너 같은 사람이 없더라. 제발 돌아와. (참회. 1단계보다 더욱 애절하게 진실한 사랑을 약속하며 10분 전까지 쏟아내던 욕설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는 상태)
5단계: 2단계로 다시. 그렇게 1-2-3-4-2의 루틴이 계속된다.
결국 그렇게 전화번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다섯 개의 아이클라우드 아이디가 모두 차단당했다. 김지니(소믈리에)
 
영화 〈500일의 썸머〉스틸

영화 〈500일의 썸머〉스틸

 
어딜 가도 네가 있어
“우리 권태기인 것 같아. 좀 떨어져 지내자.” 첫사랑이었던 A가 이렇게 이별을 통보했다. 뭐? 권태기? 권태기는 극복 가능한 것이고 그렇다면 아직 우리 사이엔 희망이 있다는 소리 아닌가. 내 얼굴을 자주 보여주면 나의 소중함을 깨닫겠지. (지금 생각해보니 보통은 그 반대인데, 왜 그랬던 거니, 10년 전의 나놈아) 그와 나 사이엔 공통의 친구 그룹이 있었고, 나는 그의 동선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오늘 술자리에 A 나와?” “오늘 어디 간다며? A도 와?” 그렇게 ‘우연히’ 만난 그는 나와 가장 먼 자리에 앉거나 눈을 피하다가 결국엔 내가 오면 즉시 자리를 뜨기에 이르렀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역시 나의 동선을 역추적했다는 걸. “주현이 나와? 그럼 안 갈래” 더 최악은 당시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여자애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는 거다. “A가 너 이러는 거 되게 불편해해. 그만 나와. 너 지금 이러는 거 되게 없어 보여.” A의 매몰찬 반응보다도 그 여자애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게 아직까지 분하다. 아우, 승질나. 강주현(필라테스 강사)
 
영화 〈러브 액츄얼리〉 스틸

영화 〈러브 액츄얼리〉 스틸

내 생에 최악의 선물 3
1. 선물 from 중고나라. 생일에 남이 신던 신발 받아본 적 있나? 거기다 이거 브랜드라며, 직거래해서 1만원 싸게 살 수 있었다고 생색까지 엄청 냈다. 그다음 해에는 동묘에서 산 디올(가짜) 재킷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채로 받았다. 빈티지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나더라. 놀랍지도 않았다. 원래 지가 밥 살 때는 5백원까지 더치페이를 권하고 내가 살 때는 입 꾹 다물던 놈이었으니 뭐.
2. 샤프란 냄새가 나던 곰 인형. 20대 후반 크리스마스 때 받은 곰 인형. 더 이상 인형 받고 좋아할 나이는 지났지만, 뭐, 그런 건 차치하고 어쩐지 낯이 익었다. 그의 집 침대 위에 있던 그 곰과 좀 닮았는데, 설마 아니겠지? 자세히 보니 코가 닳아 있었다. 섬유유연제 향이 진동하던 것으로 보아 그래도 세탁은 해서 준 것 같다.
3. 시계. 이게 왜 최악의 선물이냐고? 생일에 뭐 가지고 싶냐고 묻길래 시계를 말했더니 벽시계가 왔으니까. 아트박스에서 산 것 같더라. 김희민(연애 칼럼니스트)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영화 〈결혼 이야기〉 스틸

 
전쟁 같은 사랑
생각해 보면 20대 초반에는 정말 패기가 넘쳤던 것 같다.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타인과 그렇게까지 격정적으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건 기본(오열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서로 협박했으며(못했다), 냅다 커플링을 빼서 쓰레기통에 버렸고(다시 찾아야만 했다), 정강이를 걷어찼다(네. 저도 알아요.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된다는 거).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신촌 한복판에서 했다는 거다. 그건 사랑싸움이 아니라 그냥 버스킹이었다. 서지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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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JTBC Plus 자료실 각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