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마누칸의 섬의 별장 5. 요트를 타고 툰구 압둘 라만 해양 공원을 누비는 건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 6. 저녁하늘과 바다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코타키나발루의 일몰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SOUND OF NATURE MELODY 아무리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 해도 리조트에서만 지내다보면 하루 정도는 외도를 하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있는지 수트라 하버에선 투숙객들에게 두 가지 옵션을 추천한다. 마누칸 섬과 키나발루 산이 바로 그것. 마누칸 섬은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을 이루는 다섯 개의 섬들 중 하나로 리조트에서 10분 거리에 있다. 사실 해안을 매립해 터를 다진 탓에 수트라 하버에는 발끝을 기분 좋게 간지르는 모래 해변이 없다. 이런 아쉬움을 마누칸 섬의 길게 뻗은 고운 모래 융단 위에서 달랠 수 있다. 섬 부근의 바다는 속이 훤히 비칠 만큼 물이 투명해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등의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최적이다.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나가 낙하산에 몸을 맡기는 패러세일링은 마누칸 섬의 레포츠 중 백미. 바람을 품은 낙하산에 이끌려 둥실 떠오르는 느낌은 공포스럽지만 귓가를 스치는 바닷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해양 공원의 풍광을 감상하는 기분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다. 섬에는 남국의 정취와 어울리는 수트라 하버 별장이 있어 낭만을 덮고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바다와 하늘을 아우른 푸르름에 익숙해져 새소리, 바람소리로 채워진 숲이 그리운 이들이라면 리조트로부터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키나발루 국립공원으로 향해보자. 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동 내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키나발루 산자락의 위엄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4000m를 훌쩍 뛰어넘는 기암들의 마천루를 보다 보면 대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발하게 된다는 겸허한 순종이 무엇인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키나발루 산을 찾을 땐 이래저래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두꺼운 옷을 필히 챙겨야 한다. 원시 밀림이 내뿜는 한기가 해안의 따스한 햇살에 길들여진 몸을 유린하기 때문. 그리고 산 정상을 알현하기 위해선 1박 2일 일정을 세워 하룻밤 묵을 산장을 미리 예약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립공원에선 등산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무작정 이곳을 찾다 발길을 돌려야 한다면 등산로 초입, 빽빽한 밀림 사이로 하얀 수증기를 피어내는 온천에 몸을 섞는 것도 좋다. 하늘을 가린 장신 숲을 지붕 삼아 온천욕에 취하다 보면 산에 오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마음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귀향 비행기가 활주로를 뜨는 순간 빗줄기가 창문을 적셨다. 코타키나발루에 머무는 동안 그토록 쨍쨍했던 날씨가 떠날 때가 되니 한바탕 기승을 부린 거다. 수트라 하버의 친절함, 이곳이 아니면 재회할 수 없을 것 같은 하늘과 바다의 평화로움, 가슴속으로 부서진 노을의 아련함을 잊지 못해 쉽게 떠나지 못할까봐 이 착한 땅이 잘 가라고 괜한 심술을 부린 듯했다. 쉬고 즐기려 떠난 여행에서 일상에 찌든 때를 씻어낸 대신 애틋한 정과 그리움을 마음 깊숙이 묻혀왔다. 평생 지워지지 않도록 말이다.
KOREAN FOOD MASTER 해외에서 만나는 고향 음식은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수트라 하버에서 아침저녁으로 김치를 즐길 수 있는 건 최진숙 셰프가 있기에 가능하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퍼시픽, 마젤란 리조트의 한식 코너를 책임지고 있다. 요즘 들어 갈비와 해물파전의 레서피를 묻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경력이 특이하다. 원래 정보통신을 전공했다. 문득 파티 플래너가 하고 싶단 생각에 호주에서 레스토랑 매니지먼트를 공부했다. 그곳에서 좋은 요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고 셰프의 길로 전향했다.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우선 한식은 기본이고, 양식까지 섭렵해야 한다. 영어에는 한식 용어가 전무해 양식의 사례를 빌려 레서피를 설명해야 하니까. 한국 식자재를 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레스토랑이 아닌 해외 리조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곳에서 경험을 쌓아 외국인들의 입맛에 어필할 수 있는 한식을 만들겠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1월호를 참조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