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다이아몬드 인디케이터를 세팅한 블랙 세라믹 J12 블랙 워치, 왼손과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베이지골드 코코 크러쉬 링은 모두 Chanel Watches & Fine Jewelry. 팬츠는 Fendi. 티셔츠와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코코 크러쉬 이어링은 Chanel Fine Jewelry. 터틀넥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랜만이네요”라는 인사에 남주혁은 “저희 오랜만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엘르>와 LA 촬영을 떠난 게 어느덧 2년 반 전의 일이라고 덧붙이자 “그럼 오랜만이네요”라고 답하며 슬쩍 웃는다. ‘오랜만’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은 2년 넘는 시간 동안 남주혁의 성장에 대해 이견을 보일 사람은 없다. 올해 초에 방영한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준하는 남주혁을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조차 ‘발견’이었으니까. 한 사람의 얼굴이 그토록 사려 깊고, 다정하고, 슬프게 변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필모그래피에 아마 오래도록 빛을 발할 작품을 마친 뒤 그는 숨을 고르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진짜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그는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촬영으로 바쁘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이 작품은 내년 초에나 공개될 예정이니 사람들이 자꾸만 그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근황을 자주 전할 수 없다는 게 때로는 죄송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잘 준비해서 작품 속에서 좋은 모습을 ‘짠’ 하고 보여주는 게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께 또 하나의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촬영하고 있어요.” 촬영에 집중하다 보니 일상은 오히려 단순해졌다. “항상 비슷해요. 잠시 틈이 생기면 게임도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영화도 틈틈이 챙겨 보고요. 어제는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을 봤는데 정말 좋았어요. 여행요? 하루나 이틀 정도야 다녀올 수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이 있는 상황에서 떠나는 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영화 <조제>도 함께 준비하는 상황이다 보니 촬영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가 없어요. 그런데 지금이 좋아요.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작품만 생각하면서 정신없이 살 수 있으니까요.”
블랙 세라믹 카보숑을 세팅한 스틸 스크루–다운 크라운이 돋보이는 J12 블랙 워치, 퀼팅 모티프의 화이트골드 코코 크러쉬 미디엄 링과 스몰 링은 모두 Chanel Watches & Fine Jewelry. 니트 톱은 Moschino.
화이트 세라믹과 스틸 케이스, 화이트 래커 다이얼의 J12 화이트 워치, 18K 화이트골드 소재를 퀼팅 장식한 코코 크러쉬 미디엄 링과 스몰 링은 모두 Chanel Watches & Fine Jewelry.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에 낀 화이트골드 코코 크러쉬 미디엄 링과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베이지골드 코코 크러쉬 스몰 링은 모두 Chanel Fine Jewelry. 레오퍼드 코트는 Neil Barrett. 티셔츠와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계식 셀프 와인딩 매뉴팩처 칼리버 12.1을 탑재한 J12 블랙 워치, 퀼팅 모티프의 베이지골드 코코 크러쉬 브레이슬렛, 레이어드한 퀼팅 모티프의 코코 크러쉬 미디엄 링과 스몰 링은 모두 Chanel Watches & Fine Jewelry. 팬츠는 Acne Studios. 재킷과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동안 남주혁은 스스로를 ‘배우’라고 소개하는 것이 쑥스럽다고 했다. 차근차근 출연작이 늘어나고, 촬영에 매몰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은 그 호칭에 좀 익숙해졌을까? “아직도 부끄럽긴 하죠. 마음가짐 자체는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그 마음에 좋은 작품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더 좋은 면을 봐 주시는 것 아닐까 싶어요.” 구겨진 스웨트셔츠를 걸치고 조용히 촬영장에 들어서도 느껴지는 존재감, 듣기 좋게 울리는 낮은 목소리, 선한 눈 아래 장난스러운 입꼬리, 보기 좋게 다져진 근육과 긴 다리. 외적으로 지니고 있는 요소를 쪼개어 바라보면 오히려 ‘비현실’에 가까움에도 자연스러움은 남주혁이 가진 장점이다. 우리가 예능 프로그램 속 그의 모습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얼마 전 그는 <삼시세끼 산촌편>에 손님으로 다녀왔다. 2016년에 출연했던 <삼시세끼 고창편>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적 있는 이 프로그램에서 남주혁은 정우성에 이은 두 번째 남자 손님이다. 발랄한 여배우들과 함께한 촬영은 어떠했을까. “이미 보셨던, 여름날 남주혁의 모습이지 않을까요? 특별한 설정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을 담는 프로그램이라서요. 맛있는 걸 잔뜩 먹었는데 특히 치킨이 최고였어요. 직접 사온 닭을 가마솥에 튀겨 산속에서 먹으니 정말 행복했어요.” 이처럼 대화에서도 묻어나는 ‘자연스럽다’는 표현은 작품을 고를 때도 중요한 요소다.
퀼팅 모티프의 화이트골드 코코 크러쉬 미디엄 링은 Chanel Fine Jewelry. 코트는 Neil Barrett.
퀼팅 모티프의 화이트골드 코코 크러쉬 이어링은 Chanel Fine Jewelry. 코트와 티셔츠,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12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블랙 세라믹 소재의 J12 블랙 워치, 퀼팅 모티프의 코코 크러쉬 링은 모두 Chanel Watches & Fine Jewelry. 팬츠는 Fendi. 재킷과 티셔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전에는 화려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에 끌렸다면 지금은 내 주변에도 있을 것 같은, 현실감 있는 인물을 찾으려 해요. 상황 속에 제가 조금 더 만들어갈 여지가 있는 그런 역할요. 제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지가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해요.” 차분하게 내뱉는 말의 행간 속에서 다행히 그가 지금 원하는 작품들을 만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또 다른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이다음 남주혁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런 기대를 감지하는 것은 그 자신도 마찬가지다. “정말 좋은 작품들을 만났기 때문에 이후가 불안하고 두렵기도 해요. 지금 저에게 주어진 것, 제가 해야할 일에 더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건 분명해요. 이 순간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불안과 자신감이 공존할 수도 있을까? “결과물이 어떨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어요. 다만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진다는 건 알아요.” 그렇기에 지금 남주혁에게 불안은 당연한 감각이다. 한 번 더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관계없이 스스로 체득한 감각.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방식이 제겐 맞아요. 그래서 불안해도 좋아요. 감사한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조금도 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지만, 그래도 평안했던 하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근 ‘잘 쉬었다’ 싶은 날이 있었는지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오늘이라고 답했다. “정말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어서요. 작품을 떠나 화보 촬영을 곧잘 하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편안하고 행복했어요.” 사진 속 그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