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도시 여행자들을 위한 스페셜 매뉴얼

도시는 치열한 일상이 교차하는 삶의 공간이자 내 몸에 꼭 맞게 재단해 오래 길들인 수트처럼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쇼핑의 메카 홍콩과 쿠알라룸푸르, 가장 미국적인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오스틴과 포틀랜드, 자유로운 유럽의 에너지가 넘치는 바르셀로나와 암스테르담, 파리에 이르기까지 도시 여행자들을 위한 매뉴얼.

프로필 by ELLE 2010.06.14

seoul
SOUL TO SEOUL

너무 익숙하다는 것. 마치 오래된 애인처럼. 문제가 있다면 바로 그거다. 오늘도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쳇바퀴 같은 일상이 펼쳐지는 무대여서. 우리는 우리가 숨쉬는 도시를 뻔하다고 치부해 버린다. 더 깊숙이 알기 위해 애써본 적 없다는 게 맞겠다. 인정하자. 우린 사실 서울을 잘 모른다. 평생 누군가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집을 떠나 고생도 하고 구박도 받아야 비로소 가족의 친숙한 얼굴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서울이 그립고 애틋해지는 것도 대개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다. 아직 세상은 환한데 저녁 여섯 시만 되면 얄밉게 문을 닫고 공휴일은 어김없이 지키는 파리의 슈퍼마켓 앞에서, 런던의 빈티지 매장 앞에서, 온몸이 쭈볏해지는 뉴욕의 어스름한 골목길에서 우리는 비로소 낮은 탄식과 함께 서울의 특별함을 뼛속까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건 서울이 낮과 밤 내내 편리함이 이어져 있는 도시여서, 마음만 먹으면 부나방처럼 온몸을 온종일 쾌락으로 불사를 수 있는 도시여서 그렇고, 또 마음만 먹으면 메마르고 건조한 강남 한복판에서도 가장 평화로울 수 있는 도시여서 더욱 그렇다. 양재시민의 숲에서 소풍을 빙자한 게으른 휴식을 취한 후 양재천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 것도 그 중 한 방법이다. 벚꽃이 흩날리는 계절엔 흐드러지는 꽃향기를 맡으며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언제나 싱싱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서울숲이나 갈대밭에 온통 파묻힐 수 있는 하늘공원 역시 온몸의 세포를 깨울 수 있는 기분 좋은 공간들. 올림픽공원을 산책하거나 석촌호수를 어슬렁거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도시인 만큼 아예 테마를 잡고 움직이는 것도 좋다. 골목골목 특색 있는 카페들을 순방하거나 식도락 투어를 하는 뿌듯함은 오직 누려본 자들의 것이다. 무작정 버스를 타고 서울의 반대편에 내려 이름 모를 골목길을 걷거나 성곡미술관에서 시작해 리움을 거쳐 과천 현대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갤러리들을 탐방하는 것도 서울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가장 교과서적인 정답을 찾는다면 지난 달 윤태용 감독이 선보인 <서울>이란 영화를 참조해도 좋다. 영화는 자연스럽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서울의 단면을 보여준다. 잠수교에서 바라보는 야간 분수, 덕수궁 돌담길, 인사동 길, 청계천, 남산 케이블카. 일명 ‘관광객 놀이’라 불리는 코스들이지만 막상 찾게 되면 살랑살랑 마음이 일렁인다는 게 공통점이다. 영화처럼 풍덩 로맨스에 빠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서울이 아니라면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안정감은 어제를 살고 오늘을 숨쉬고 내일도 뛰어갈 서울을 여행하는 자만의 특권이다. 하루 이틀 동안 모든 걸 다 보고 담으려 욕심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 이곳은 서울, 주말을 기다려 또 한 번 1박 2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집이 있는 곳이므로.




don’t miss it
휴대전화는 잠시 꺼둘 것 기억하자.

나는 여전히 서울에 있지만 여행 중이라는걸. 그러려면 똑똑한 스마트폰을 끄고 네이버 인기 검색어와 네이트온 뉴스를 잊어버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어차피 여긴 말 통하고 길 잃을 염려 없는 서울이다.
반드시 숙소를 구할 것
가장  빈번한 현실은 늦잠과 함께 어느새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거다. 이 모든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집이 아닌 숙소를 구하는 것이다. 공항에 가듯 작은 트렁크를 꾸려 괜찮은 책 몇 권과 영화를 챙기고 집이 아닌 다른 서울을 찾아 떠날 것.

ACCOMMODATION
북촌 게스트하우스
주로 외국인들이 머무는 게스트 하우스에 묵어보는 건 서울에 머무르며 서울을 여행하는 의식적인 행위와 잘 어울린다. 경복궁은 물론 삼청동과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입지도 그렇거니와 한옥의 비일상성 자체가 기분 좋은 설렘. bukchon72.com
W SEOUL 도심 외곽에 있는 만큼 서울이 아닌 것 같은 묘한 이질감을 준다. 글로벌 체인 특유의 모던한 인테리어가 W에 머무르는 진짜 매력. 야외 수영장에서 뒹굴다가 저녁엔 나무나 키친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로맨틱한 디너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wseoul.com



barcelona
스페인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바르셀로나는 축제의 도시, 열정의 도시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인간 탑 쌓기와 열정의 플라멩코, 스릴 만점의 투우 경기가 바로 이곳 지중해의 항구 도시에서 펼쳐진다.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청춘들에게 바르셀로나는 지상 최고의 휴양지. 올여름도 신명 나는 축제 소식으로 가득하다. 가까운 6월에는 매년 도시 전체를 문화 공연의 장으로 만드는 ‘Grec Festival De Barcelona’가 열린다. 뮤지컬, 연극, 오페라, 서커스 등 걸출한 작품들이 거리 곳곳에서 선보인다. 다소 고루한 무대에 흥이 나지 않는다면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는 ‘소나르 사운드(Sonar Sound)’에 눈을 돌리는 건 어떨까. 첨단 음악과 그래픽, 영상을 결합한 아트 축제로 굳어 있던 머리를 번쩍 깨우게 된다. 8월로 넘어가면 중심가인 그라시아 거리 전체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고 형형색색의 장식으로 수놓는 ‘La Festa Gracia’가 일주일간 이어진다. 잘 놀려면 속이 든든해야 한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빠에야(Paella)를 먹어야 한다. 얇은 프라이팬에 쌀과 고기, 해산물 등을 함께 볶는 전통 요리로 어딜 가나 이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 ‘시에나 포르테스(7Portes)’에서 빠에야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다. 1836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레스토랑으로 피카소가 단골이었다. 몇 주간 이어지는 축제의 향연을 놓치기 싫어 장기간 머물 계획이라면 호텔 투숙보다 아파트 렌트를 권한다. 장기적으로 따져보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 웹사이트 ‘loquo.es’와 ‘bcninternet.com’에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amsterdam
댐 구멍을 조막 만한 손가락으로 막아냈다는 소년의 신화와 돈키호테가 적으로 삼은 풍차가 떠오르는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이곳을 일컫는 제2의 이름은 ‘자유의 도시’다. 마약과 매춘이 합법화된 세계 유일의 국제 도시이자 미로 같은 골목 어디서든 거리의 악사와 예술가, 피켓을 들고 알 듯 모를 듯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조우하게 되는 탓이다. 하지만 다른 어떤 도시에도 느낄 수 없는 암스테르담의 자유분방함은 그런 편견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벼운 미풍에 밀려 천천히 돌아가는 풍차의 날개마냥 도시의 공기는 느림의 철학을 담고 있다. 아날로그적 여유가 농후하고 누구 하나 재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편안함이 가득하다. 쉼과 여유조차 사치라고 여기는 일상에 공허함을 느꼈다면 암스테르담이 속삭이는 ‘안단테 칸타빌레’에 사뿐히 발을 내디뎌 보자.

don’t miss it
자전거 페달을 밟자 암스테르담은 열에 일곱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 천국’. 도시가 그리 크지 않아 자전거를 다리 삼아 유유자적 탐방하기에 좋다. 초행길이라면 든든한 가이드와 함께하는 자전거 투어를 추천한다.
그림 속의 네덜란드 고흐와 렘브란트,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의 베르메르는 모두 이곳 출신. ‘레이크 미술관(Rijks museum)’에는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보관돼 있다. 여기에 넘버원 관광 코스인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도 빼놓을 수 없다.
발길 닿는대로 인천국제공항이 롤모델로 삼은 스키폴공항과 암스테르담의 거리는 불과 20분. 유럽의 허브라 불리는 이곳에서 잠시 체류한다면 마실 나오듯 암스테르담을 방문해도 좋다. 헤이그, 우트렉, 델프트 등 근교 소도시와의 근접성도 뛰어나 약간의 부지런만 떤다면 네덜란드의 또 다른 속살을 볼 수 있다.




portland
‘Keep Portland Weird’ 포틀랜드 번호판을 붙이고 다니는 자동차 범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스티커다. 최근 1~2년 사이 포틀랜드가 ‘힙’한 서부 도시의 대표 주자로 떠올랐지만 ‘고유의 독특한 느낌을 잃지 말자’는 토박이들의 의지(?)는 아닐는지. 포틀랜드는 샌프란시스코보다 좀 더 괴짜스럽고, LA보다 덜 상업적인 도시로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들이 친환경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높고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뚝딱뚝딱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물건이든 라이프스타일이든 철저히 핸드메이드를 지향한다.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버거, 샐러드 등을 파는 ‘Farm Cafe(1-503-736-3276)’, 포틀랜드 남자와 데이트한다면 첫 데이트 장소가 될 듯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Wild Abandon(1-503-232-4458)’ 등 이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don’t miss it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Recyclery 재활용 자전거를 사고 파는 곳으로, 아주 작은 부품 하나까지 중고로 구할 수 있다. 며칠 머물다 가면서 자전거 사긴 어렵다고? 어차피 중고 숍이니 하루 타고 되팔거나, 하루만 빌려달라는 요구를 선뜻 들어줄지도. Address 1417 South East 9th Ave.
●Camellia Pure Beauty 로컬 오가닉 뷰티 브랜드들만 모아둔 곳. 매달 첫 금요일에 가면 로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살 수도 있는 즉석 아트 마켓도 열린다. Address 4759 North East Fremont Suite B
●The Title Wave Used Bookstore 2만여 개의 중고 서적, 음반, CD, DVD 등을 살 수 있다. 포틀랜드 내의 공립 도서관에서 처분하는 자료들, 2달러면 어엿한 하드 커버 소설 책을 구할 수 있다. 판매 수익은 모두 도서관 보수에 쓰인다고. 1910년대에 스페인 양식으로 지은 빌딩이 꽤 운치 있다.
Address 216 North West Knott St.




hong kong
쇼핑이 홍콩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잘 먹고 잘 쉬는 것에 초점을 두고 홍콩을 다시 다녀올 시점이다. 특히 다양한 식문화가 존재하고, 또 구 도심과 신 도심 사이에 트렌드 중심의 무게 추가 오가며 동네마다 소소한 변화들이 있는 것도 재미있다.
TRAVELER’S SECRETS 
지금 홍콩은 프렌치가 인기다. 프렌치 레스토랑과 함께 프렌치 쿠킹 클래스도 부쩍 생겼다. 맛도 맛이지만 데커레이션이 중요한 만큼 덜컥 메인 디시에 도전하기보다 디저트 위주의 클래스가 대부분이다. 여행자들도 들려볼 수 있는 곳은? ‘프렌치 러닝 카페(French Learning Cafe)’에 요청하면 특강을 열어준다. 2시간 수업에 6백~8백50 홍콩달러 선. 또, 이번엔 구룡 반도에 숙소를 잡길 권한다.지난해부터 로컬 사이에서 침사추이의 재발견이 슬금슬금 얘기되더니, 올해 ‘아이스퀘어 몰(iSquare Mall/www.isquare.hk)’ 등 쇼핑몰들이 생기고, 근사한 레스토랑, 바도 속속 들어서는 중.

GOURMETS
●Sevva
실내보다 테라스가,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하룻밤쯤 클러치 백에 하이힐로 분위기를 내기 좋은 곳. Address Prince Building 25th Floor, 10 Chater RD. Central Contact 1-852-2537-1388 ACCOMMODATION
●Hullett House 침사추이를 가로 지르는 캔톤 로드 초입에 있고 스타 페리 선착장과 가깝다. 옛날 홍콩영화들에 나오는 부호들의 분위기를 내보고 싶다면 꽤 어울릴 듯. Address 2A Canton Road, Tsim Sha Tsui Contact 1-852-3988-0000 ●Shama 단기 숙박도 가능한 부티크 아파트다. 코즈웨이 베이와 침사추이에 있다. 빌트인 시스템이라 편리하고, 옥상 정원에서 무선 인터넷을 즐기면서 BBQ 파티도 할 수 있다.  Addres 7f 8 russell ST., Causeway bay Contact 1-852-3100-8555



kuala lumpur
쇼핑의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는 쿠알라룸푸르.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환율에 대부분이 면세품이어서 가격경쟁력으로 한 수 위다. 최대 80% 할인율을 자랑하는 GP 세일(Grand Prix Sale), 메가 세일(Mega Sale), 그리고 ‘연말 세일(Year End Sale)’ 기간은 놓칠 수 없는 기회. 마냥 늘어지고 싶은 이들을 위한 휴양지는 아니지만 쇼핑과 더불어 식도락, 마사지, 화려한 클러빙을 모두 원한다면 정답은 여기다.

TRAVELER’S SECRETS
말레이시아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라! 기본요금 700원, 웬만한 거리는 3000원을 넘지 않는다. 어디서나 손쉽게 탈 수 있고 때로는 대중 교통보다 저렴할 수 있다.  날씨는 무덥지만 실내외 온도차가 심하니 긴 옷을 준비하는 것도 필수. 일년 내내 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말레이시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쇼핑 목록은 바로 겨울 아이템들이다. 현지 수요가 적어 원하는 사이즈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고 오히려 겨울 옷이 더 저렴하다는 게 포인트. 세일 기간에 남아 있는 아이템들도 대부분 우리 취향과 잘 맞는다. 예를 들어 페라가모의 대표 디자인 블랙 슈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세일 1순위 아이템. 여행자들 사이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스파와 마사지도 놓치지 말자. 5만~10만원에 풀 보디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단, 사전 예약 필수. 림바 스파, 로열 스파 등의 체인을 거느린 조조바 스파(Jojoba Spa)와 클라란스 스파는 강추. 딱 하루만 쇼핑에 투자한다면, 약 4백50개의 매장이 모두 모인 초대형 쇼핑몰 파빌리온(Pavilion)이 있는 부킷 빈탕(Bukit Bintang)에 갈 것.  쇼핑 후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푸드코트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발 마사지 숍과 스파까지  주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5분 거리의 잘란 알로(Jalan Alor)를 따라 펼쳐진 나이트 마켓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국의 열대야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6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박소영
  • 김보미
  • 김영재 사진 진효숙 배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