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동물원 알파카, 외로운 앵무새, 호랑나비 애벌레 사진에 담긴 인생 드라마

생명의 순환에 대해 작업하며 곁을 내어준 작은 친구들을 포착한 사진가 신용욱과 그의 이야기.

프로필 by 정소진 2025.11.05

부화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새가 울부짖는 모습. 털은 아직 덜 자랐고, 몸에는 피와 껍질 자국이 남아 있었다. 새가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힘차게 뿜어 나왔고, 신용욱은 그 울음에서 인간 아기가 태어날 때의 첫울음을 떠올렸다. 생명은 늘 그렇게 스스로 증명하면서 시작된다. 그 장면은 그에게 ‘살아 있음’이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고,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삶을 순수하게 기록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했다.


비어 있는 나비 번데기와 껍질 그리고 깨진 알의 사진. 생명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이지만, 신용욱은 거기서 강한 생명력을 느꼈다. 나비 농장에 흩어진 누에껍질 중에서 나비가 탄생을 멈추고 덩그러니 남겨진 누에와 나비가 다 자라 빠져나간 껍질의 흔적, 새가 성장하기 위해 깨고 남긴 알은 신용욱에게 생명의 순환에 대한 탐색을 자극했다. 나비의 허물과 깨진 알은 그에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상징했고, 그는 모든 존재가 정해진 흐름 속에서 살고 죽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동물원에서 만난 알파카. “유독 한 친구만 눈이 이상했습니다. 빛이 없었죠. 다른 알파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녔지만, 이 친구만 한쪽 구석에서 소심하게 얼어 있었어요.” 그 무력한 눈빛이 계속 마음에 남았고, 그 눈에서 삶의 의욕이 사라진 고요함을 봤다고 한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유한하다는 걸 알기에 그 흔적을 어떤 방식으로든 남기고 싶어 목표가 허무하더라도 끊임없이 발버둥치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알파카의 눈은 생의 유한함이 주는 공허함을 오롯이 담고 있었죠.” 사진 속 알파카는 조용히 자기만의 세상에 들어가 있다.


거북이는 말이 없지만, 늘 곁에 있는 존재. 사진 속 거북이는 신용욱의 친구가 어릴 적부터 키워온 반려 거북이였고, 10년 넘게 함께 지냈다. 신용욱은 거북이를 “말은 못 하지만 존재로 말하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견고한 등껍질에 화려함은 없고, 불러도 대답이 없으며, 반응도 느리지만, 그 안에는 변함없는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고. 거북이의 느릿한 움직임에서 묵묵히 곁을 지키는 사랑을 느꼈다.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관계가 신용욱에게는 가장 깊은 교감이었다.


나비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가진 신용욱은 나비 농장에 찾아갔다. 이전에도 호랑나비를 누에부터, 누에를 찢고 훨훨 날아가기까지 정성 들여 보살핀 경험이 있는 그는 농장에 보관된 나비 표본을 촬영했다. “알로 태어나서 애벌레와 번데기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됩니다. 어떤 개체는 순탄하게 나비가 되어 날지만, 어떤 개체는 애벌레 때 죽기도 하죠. 힘들게 번데기가 됐지만, 기생충에 감염돼 죽기도 하고요. 며칠 못 살지만 최선을 다해 번식하기 위해 날갯짓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동시에 안쓰러웠습니다. 나비에게 인간과 같은 자아가 있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겪은 모든 과정을 세습하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자신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 욕망이겠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없는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양이다. “아기 양들이 어미 젖을 빠는 순간을 급히 포착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래서 더 생생하죠.” 이 불완전한 이미지는 신용욱에게 ‘돌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어미와 새끼, 주는 자와 받는 자 그리고 이어지는 생명. 그는 양의 모성에서 살아 있는 것의 연쇄와 순환을 느꼈다.


도마뱀 치즈는 그가 키우는 반려동물이다. 유리창 너머로 점프하며 인사하는 그 모습을 매일 본다. “그 투명한 벽이 서로를 구분 짓지만 위로와 공감, 교감만큼은 경계를 허뭅니다.” 그는 그 얇은 유리를 ‘관계의 경계’라고 불렀다. 만질 수는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아는 관계. 그게 오히려 더 섬세하고 진실한 교감일지도 모른다. 그는 치즈를 통해 소리 없는 교감의 언어를 배웠고, 그 존재를 기록했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생각보다 예뻤다. 신용욱은 그 작고 초록빛이 나는 몸에서 낯선 생동감을 느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받쳐준 나뭇잎을 놓지 않으려는 애벌레의 집착은 마치 생존 본능처럼 보였다. “나뭇잎을 떼면 죽을 것 같았어요. 그만큼 필사적으로 매달려 놓지 않더라고요.” 신용욱은 그 장면을 오래 바라보다가 살아 있음이란 결국 붙잡고 버티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생명의 생생한 리듬이 카메라 너머로 전해졌다.


거북이와 같은 주인이 키우던 앵무새. 사진 속 앵무새는 배의 털이 빠져 있다. 주인이 자취를 시작하며 떨어져 지낸 뒤부터 스스로 털을 뽑으며 자해했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대요. 가장 좋아하던 사람이 사라져서.” 앵무새의 상처는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사랑의 결핍이 남긴 자국이었다. 오돌토돌한 분홍빛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슬픔을 담담히 기록한 사진.


관련기사

Credit

  •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신용욱
  • 아트 디자이너 이아람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