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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세라핌 첫 한복 화보로 완성한 새로운 비주얼

바다 깊은 곳에서 길러진 진주처럼 고요하게 피어나 시간과 경계를 초월하는 르세라핌.

프로필 by 정소진 2025.09.29

빛 한 줄기 스며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진주는 인고의 시간과 압력을 견뎌내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스스로 빛을 발하며 탄생한 진주는 무엇보다 단단하고, 오래 남는다.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확신처럼. 르세라핌의 여정도 그렇다. 데뷔부터 매번 자신들의 껍질을 깨고 나오며 새로운 얼굴을 드러냈고, 그 과정에서 더욱 단단하고 강인한 존재로 자리한 이들. <엘르>는 르세라핌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과 미래, 음악적 서사를 진주라는 매개를 활용해 시각적으로 확장했다. 은은한 빛을 머금은 한복과 절제되고 유려한 곡선의 실루엣과 함께 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는 고요하지만 찬란히 빛났다.



흰 저고리와 푸른 하늘색 치마는 모두 Seodamhwa. 진주 귀고리는 Verte. 은색 각인 반지는 Ahwon.

흰 저고리와 푸른 하늘색 치마는 모두 Seodamhwa. 진주 귀고리는 Verte. 은색 각인 반지는 Ahwon.

회색 저고리와 분홍 싸개치마는 모두 Hanboklynn. 원석 반지는 Pomellato.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은채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착용한 상아색 저고리와 레이어드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회색 저고리와 분홍 싸개치마는 모두 Hanboklynn. 원석 반지는 Pomellato.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은채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착용한 상아색 저고리와 레이어드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마치 추석에 모인 자매들처럼 화보 촬영현장에서 멤버들은 무대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진주는 고통과 시간이 만든 결과잖아요.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언젠가 전 세계 팬에게 한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김채원이 정갈한 댕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날 처음 한복을 입어본 카즈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옆에 있던 홍은채는 “한복을 아기 때 이후 처음 입어봤어요! 선명한 보라색이 기억 속 색채와 비슷해서 신기해요”라며 싱긋 웃었다. 허윤진은 진주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조개는 껍질에 파고 들어간 이물로 생긴 고통을 이겨내야 비로소 진주를 탄생시키죠. ‘지혜로운 한 마디(Pearl of Wisdom)’라는 진주에 빗댄 숙어처럼 인내와 고난을 지혜롭게 버텨내는 진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은채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착용한 상아색 저고리와 레이어드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은채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착용한 상아색 저고리와 레이어드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푸른 저고리와 치마, 말기, 노리개, 버선, 꽃신은 모두 Mirone Hanbok. 진주 귀고리는 Verte. 비녀는 Leuru Hanbok.

푸른 저고리와 치마, 말기, 노리개, 버선, 꽃신은 모두 Mirone Hanbok. 진주 귀고리는 Verte. 비녀는 Leuru Hanbok.

2022년 5월, ‘Fearless’로 데뷔하면서 르세라핌은 선언했다. 세상이 뭐라든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 말이다. 신인의 패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결연한 문장. 이 다짐이 담긴 노래와 퍼포먼스는 빠르게 세상으로 확산돼 단숨에 자기확신과 도전 정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때부터 르세라핌은 음악과 메시지를 동일 선상에 올려놓는 드문 그룹으로 기억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Antifragile’로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졌다. ‘부서지지 않는다, 오히려 강해진다’는 메시지는 전 세계 소녀들을 울렸고, 뮤직비디오는 공개 직후 수천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강인한 여성상을 구현하면서 무대 밖에서는 솔직한 언어로 불안과 두려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왔다. “일에는 보람이 따른다고 생각해요. 힘든 일 앞에서도 최선을 다한 제 모습이 너무 뿌듯해요.” 덤덤하게 읊조리는 채원의 말처럼 고백을 극복의 메시지로 전환시키는 방식은 르세라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윤진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은색 꽃 귀고리는 Ahwon. 검정 리본 핀은 Q Millinery. 채원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Tchai Kim. 귀고리는 The Queen Lounge. 반지는 Lee Seok by Ahwon. 댕기는 Q Millinery. 카즈하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 댕기는 모두 Hanboklynn. 꽃 모양 귀고리는 Roger Vivier. 은채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모양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윤진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은색 꽃 귀고리는 Ahwon. 검정 리본 핀은 Q Millinery. 채원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Tchai Kim. 귀고리는 The Queen Lounge. 반지는 Lee Seok by Ahwon. 댕기는 Q Millinery. 카즈하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 댕기는 모두 Hanboklynn. 꽃 모양 귀고리는 Roger Vivier. 은채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모양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연보라색 저고리와 짙은 보라색 치마는 모두 Hanboklynn. 꽃 문양이 담긴 댕기는 Leuru Hanbok. 족두리는 Rosetteblanc. 나비 모양 귀고리는 Miko.

연보라색 저고리와 짙은 보라색 치마는 모두 Hanboklynn. 꽃 문양이 담긴 댕기는 Leuru Hanbok. 족두리는 Rosetteblanc. 나비 모양 귀고리는 Miko.

오간자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족두리는 Angtt. 금색 귀고리는 Verte. 반지는 Lee Seok by Ahwon.

오간자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족두리는 Angtt. 금색 귀고리는 Verte. 반지는 Lee Seok by Ahwon.

정규 1집 <Unforgiven>은 그 무기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200’ 톱 10에 오르며 글로벌 아티스트로 도약했고, 타이틀곡 ‘Unforgiven’의 거친 기타 리프는 전 세계에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미니 3집 타이틀곡 ‘Easy’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빌보드 Hot 100’에 99위로 진입하며 4세대 걸 그룹 세 번째로 차트인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같은 해 미니 4집 <Crazy>는 동일 차트 76위로 진입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이 무렵 르세라핌은 자신을 증명하는 아티스트라는 인식을 굳혔고, 자기확신과 회복 탄력성을 이야기하던 이들은 미니 5집 <Hot>으로 더 뜨겁고 대담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각도에 따라 다른 색채를 내뿜는 진주처럼 르세라핌은 매 앨범마다 새로운 결을 드러내며 지금도 자신들의 세계를 확장 중이다.



채원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Tchai Kim. 귀고리는 The Queen Lounge. 반지는 Lee Seok by Ahwon. 댕기는 Q Millinery. 윤진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은색 꽃 모양 귀고리는 Ahwon. 검정 리본 핀은 Q Millinery. 카즈하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 댕기는 모두 Hanboklynn. 꽃 모양 귀고리는 Roger Vivier.

채원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Tchai Kim. 귀고리는 The Queen Lounge. 반지는 Lee Seok by Ahwon. 댕기는 Q Millinery. 윤진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 버선, 꽃신은 모두 Hanboklynn. 은색 꽃 모양 귀고리는 Ahwon. 검정 리본 핀은 Q Millinery. 카즈하가 입은 저고리와 치마, 댕기는 모두 Hanboklynn. 꽃 모양 귀고리는 Roger Vivier.

최근의 <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월드 투어는 이런 여정의 성과를 집대성한 무대였다.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도쿄 돔은 물론 북미와 유럽 투어까지. 사쿠라는 “우리 힘으로 그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의미가 컸죠. 모두 K팝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라고 말했다. 카즈하는 이어 “투어를 통해 여러 팬을 만나면서 그 지역의 에너지를 마음껏 받았어요. 언어가 모두 다름에도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인이어를 넘어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동이었어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도쿄 돔 공연에 대해서는 “늘 꿈이라고 말하던 무대에 우리가 설 수 있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모두 피어나의 응원 덕분이에요”라는 말도 남겼다. 잉글우드부터 여섯 개 도시에서 북미 투어를 이어가는 바쁜 일정에서도 다섯 멤버는 여전히 ‘깔깔’거리며 과자를 나눠 먹는다. “저희 되게 유치하게 놀아요(웃음). 아이엠 그라운드로 자기소개하는 것도 좋아하고, 라이어 게임, 할리갈리 같은 보드게임도요! 무엇보다 제일 행복한 시간은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다 같이 밥 먹을 때죠.” 채원에겐 지금 이 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



은채가 입은 저고리는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모양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입은 상아색 저고리는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은채가 입은 저고리는 Hanboklynn. 꽃 장식 핀은 Rosetteblanc. 은색 꽃 모양 귀고리는 Hwang Joohee by Ahwon. 사쿠라가 입은 상아색 저고리는 Hanboklynn. 진주 귀고리는 Verte. 족두리는 Rosetteblanc.

오간자 저고리와 푸른 하늘색 치마는 모두 Seodamhwa. 진주 귀고리는 Verte. 반지는 Ahwon.

오간자 저고리와 푸른 하늘색 치마는 모두 Seodamhwa. 진주 귀고리는 Verte. 반지는 Ahwon.

이제 진주 같은 르세라핌의 신보가 우리를 기다린다. “직전 앨범 <Hot>과는 정반대의 모습일 거예요. 장난스럽고 재미있는 무대를 할 거거든요.” 10월에 공개될 신보에 대해 사쿠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기대감을 높였다. 카즈하도 마찬가지. 채원은 “르세라핌 하면 ‘독기’ 이미지가 강했던 초반과 달리 새 앨범에서는 아주 유쾌할 거예요. 키워드는 스파게티!”라며 힌트를 슬쩍 던졌고, 허윤진은 “이에 낀 음식”이라는 힌트 하나를 덧붙였다. 이에 낀 스파게티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 강렬한 잔상, 그것이 바로 르세라핌이 지향하는 목표라는 뜻 같다. “더 새로운 나를 보여주고 싶어요”라는, 이제 갓 성인이 된 스무 살 홍은채의 눈동자는 무궁무진하게 다듬어질 원석처럼 빛났다. “저는 꿈이 거창해요. 어릴 때부터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죠. 가끔 그 꿈에 제가 잡아먹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이루지 못한다면 상실감이 너무 클 것 같거든요.” 허윤진의 묵직한 고백은 마음을 울린다.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수억 회 스트리밍을 기록하고 해외 투어를 매진시키며 그럴듯한 성과를 낸 팀이지만 르세라핌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시선은 더 큰 바다로 멀리 뻗어나간다. 지금의 성취가 끝이 아니라 다음 껍질을 깨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걸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채원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족두리는 Angtt. 금색 귀고리는 Verte.

채원이 입은 저고리와 치마는 모두 Hanboklynn. 족두리는 Angtt. 금색 귀고리는 Verte.

윤진이 입은 저고리는 Mirone Hanbok. 진주 귀고리는 Verte. 비녀는 Leuru Hanbok.ㅍ

윤진이 입은 저고리는 Mirone Hanbok. 진주 귀고리는 Verte. 비녀는 Leuru Hanbok.ㅍ

“우리 힘으로만 얻은 성과는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카즈하, “다섯 명이 진정으로 원하는 팀이 뭘까 고민해요. 우리끼리 자주 하는 대화 주제이기도 하죠. 서로를 챙겨주고 함께 노력하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라는 사쿠라의 말처럼 한층 성장할 르세라핌.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즐겁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채원은 보컬, 댄스, 리더십을 아우르는 올 라운더 리더로 멤버들을 이끌고 맏언니 사쿠라는 일본 활동 때부터 쌓아온 노련함으로 팀을 든든하게 조력한다. 파워플한 퍼포먼스와 안정적인 보컬의 허윤진, 세 살 때부터 다진 발레 실력으로 독보적인 댄스를 구축한 카즈하, 개성 있는 랩을 선보이는 막내 홍은채까지. 서로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르세라핌은 앞으로도 매번 새로운 빛을 보여줄 것이다. 어둠 속에서 오랜 시간 길러진 진주처럼 유려하게, 언제나 가장 찬란한 순간을 맞이할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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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패션 에디터 박기호
  • 피처 에디터 정소진
  • 사진가 윤송이
  • 스타일리스트 박정용
  • 헤어 스타일리스트 유미 · 하민
  • 메이크업 아티스트 CHOI DA SOM AT WOOSUN
  • 세트 스타일리스트 전민규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어시스턴트 임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