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살인범이라면? 낯설고 잔혹한 9월 신작 2
고현정과 박정민의 파격 연기 변신도 함께,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과 영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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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일까요? 9월, 우리를 찾아오는 두 편의 작품은 가장 가까운 이가 드러내는 가장 낯선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부모와 자식, 그 사이에 스며든 죽음과 비밀을 파헤치는 SBS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과 영화 <얼굴>이 기대되는 이유.
엄마가 살인자일 때 –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암컷 사마귀는 수컷을 먹어

암컷 사마귀는 교미를 마친 후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 습성이 있죠.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이 사마귀의 습성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고현정이 연기하는 정이신은 남자 다섯 명을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수감 중인 인물. 흥미로운 점은 그 대상이 모두 여성과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그 의혹을 받았던 남자들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섬뜩하면서도 기묘한 정의감을 지닌 캐릭터라는 뜻이죠. 여기에 ‘살인자의 외출’이라는 부제는 20년 만에 감옥 밖으로 나와 아들과 공조 수사를 벌이는 스토리를 암시합니다. 동명의 프랑스 드라마 원작이 있지만 변영주 감독은 과감히 원작을 읽지 않고 작업했다고 해요. “기존의 서사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호흡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라는 이유였어요.
섬칫하고 청신한 고현정

이번 작품에서 고현정은 그야말로 카멜레온 같은 얼굴을 보여줍니다. 붉은 핏방울이 튄 살인마의 모습, 수감표를 단 죄수의 기괴한 미소, 그러면서도 청신한 얼굴과 한없이 차갑고 우아한 자태까지. 대조적인 이미지가 신마다 교차하는 순간 시청자는 정이신이라는 캐릭터의 정체를 더욱 의심하게 됩니다. 또 장기간 수감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화장을 최소화했고, 검버섯과 주름 분장을 더했습니다. “시청자가 캐릭터를 믿기보다,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싶었다”라는 고현정 배우의 말처럼 덕분에 보는 내내 “이 사람이 정말 같은 인물일까?”라는 불안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이게 '팀'이구나

<사마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케미인데요. <화차>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등 감각적 연출을 입증한 변영주 감독은 이번에도 사건의 궤적을 집요하게 따라가면서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여기에 영화 <서울의 봄>으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영종 작가가 힘을 합쳤죠. 반전과 서스펜스를 정교하게 배치하는 그의 장르적 필력은 이미 검증된 바. 고현정은 인스타그램에 “이게 팀이구나”라고 느낀다며 <사마귀> 팀의 돈독함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40년 간 봉인된 어머니의 죽음 – <얼굴>
그래픽 노블에서 스크린으로

9월 11일 극장에서 개봉하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은 지난 제 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죠.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 충무로의 믿음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데, 특히 박정민은 1인2역에 도전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습니다. 영화의 출발점은 감독이 그린 동명의 그래픽 노블. 그의 주 종목인 만화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소식에 모두 숨 죽이고 개봉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연니버스(Yeonniverse)'의 원형

그래픽 노블 <얼굴>은 ‘연니버스’라 불리는 연상호 세계관의 원형 같은 작품입니다. <부산행>, <지옥>, <돼지의 왕> 등에서 다뤘던 인간 내면의 고통, 사회적 폭력, 도덕적 모호성 같은 문제의식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어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못 생겼다’는 이유로 평생 따돌림을 당하고 기록에서도 지워진 여성, 정영희가 있습니다. 그의 얼굴은 사진 한 장 없이 개발 현장에서 발견된 유골으로 남아 있죠. 영화 속에서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사회가 지워온 존재 전체를 상징하게 됩니다. 관객들이 맞닥뜨릴 질문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얼굴을 기억하고, 어떤 얼굴을 지워왔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이죠.
제작비 2억 원, 의리로 뭉친 저예산 영화

영화는 전각 장인과 그의 아들, 겉보기에는 성공 신화를 쓴 듯 보이는 가족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신시가지 개발 현장에서 한 여성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흔들리죠. 아들 임동환(박정민)과 다큐멘터리 PD 김수진(신현빈)은 30년 전 세상을 떠난 정영희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기록 속 영희는 끝내 ‘괴물’로만 남아 있습니다. 권해효는 과거의 비밀을 품은 인물로 무게감을 더하고, 신현빈은 사건의 열쇠를 쥔 다큐멘터리 PD로 극을 이끌어요. 다층적 서사는 배우들의 호흡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글 이다영
- 사진 SBS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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