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NEWS

귀하디 귀한 이정재 리얼 예능 장면 3

작업복 입고 황태 너는 이정재, 영화가 아닙니다.

프로필 by 라효진 2025.04.28

국민 배우를 넘어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어느 배우보다 잘 어울리는 이정재,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서 맹활약하며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월드클래스 배우로 자리매김 했는데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각종 시상식이나 인터뷰 자리에서 말끔히 빼입은 정장 차림이 떠오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캐주얼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해도 드물게 스튜디오형 예능에 얼굴을 비추는 것이 전부였죠. 그런 그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 어울릴 수 있을까요? 이정재는 이 물음에 27일 tvN <언니네 산지직송2>에 일일 게스트로 참여하며 답했습니다. 그는 늘 입던 정장이 아닌 군밤 모자를 쓰고 황태 덕장 작업복을 입은 채 등장해 멤버들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숙소에서는 시골 할머니를 연상케 하는 꽃무늬 누빔 재킷 패션도 선보였고요.



이날 방송은 <언니네 산지직송 2> 멤버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곳, 대관령의 8000평 황태 덕장에서 일하는 장면으로 꾸며졌어요. 작업자들 사이에서 일에 집중하느라 바빴던 멤버들은 갑자기 “얼음!”을 외치는 한 작업자의 소리에 깜짝 놀랐죠. 불호령의 주인공은 작업자가 아니라 작업복을 입은 이정재였고요. 이날 오전부터 와서 황태 한 목을 다 널었던 그는 콧물을 슥 닦으며 자신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2>의 명대사 “저는 이 작업을 해봤어요, 얼음!”을 외치며 장난스럽게 등장했습니다. 이정재의 절친인 염정아는 “아이 뭐야, 매일 턱시도 입은 모습만 보다가 참 새롭다”고 말하며 반겼고요. 임지연의 “월드 스타로서 해외 프로모션 다니다가 여기서 황태 너는 기분이 어떠냐”라는 질문에 이정재는 태연하게 황태를 널며 “이번 주 일요일도 밀라노 간다”라고 대답했죠. 반나절을 정신없이 황태를 널던 멤버들은 이정재의 지원에 화력을 끌어올려 38목, 황태 4560마리를 작업하는 기염을 토했어요. 이날 이정재는 황태 널기 외에도 감자 깎기, 장작불 때기 등 다양한 작업을 도맡으며 친근한 이미지를 보였네요.



그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바로 2020년, 2022년 두 차례 관찰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했던 것이죠.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보 차 황정민과 함께 출연했던 2020년에는 “우리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우리 이렇게 말 한 마디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콘셉트로 가도 (시청자들이) 재밌어 할까?”라며 관찰 예능을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절친 정우성과 함께 출연했던 2022년에는 다시금 그의 트레이드 마크 정장을 차려입고 등장했죠. 그는 멋들어진 정장을 입고 노포의 좌식 식탁에 앉아 비빔 국수를 먹었습니다. 이때 그 모습처럼 젠틀한 ‘음소거 면치기’를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정재는 앞에 앉은 이영자에게 “평소에 <전참시>를 안 뺴 놓고 거의 다 본다, 실제로 이렇게 보니까 너무 신기하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이정재의 첫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출연은 언제였을까요? 그가 데뷔한지 4년차이던 1998년,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던 KBS <체험 삶의 현장>입니다. 풋풋한 얼굴로 나타난 27살의 이정재는 MC 조영남과 악수하며 작은 목소리로 수줍은 인사를 건넸는데요. 소개 멘트도 “자타 공인 영화계의 황태자가 소박한 목수 아저씨로 변신했다” 였습니다. 이정재는 한 가구 공장에서 500kg의 원목을 나르고 의자를 조립하고 광택 도색을 하는 등 능숙하게 공장 일을 해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자기 몸집보다 큰 완제품 가구를 등에 지고 직접 배달까지 나선 건데요. MC 이경실이 “정재 씨하면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무게 딱 잡고 아무 표정 없던 얼굴이 생각나는데 여기서는 계속 싱글벙글이셨다”라고 말하자 그는 “오랜만에 몸으로 힘들게 일해봤는데 좋은 경험이고 재밌었다”라고 대답했죠. 이날 이정재는 일당으로 4만 8천 원을 벌며 불우이웃을 위한 기부에 동참했네요. 공식석상의 포멀한 멋과 반전되는 소탈한 모습이 그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Credit

  • 글 김보
  • 사진 각 방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