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모시가 소개하는 애정이 담긴 공예품

곁에 두고 쓰면서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공예숍 모시.

프로필 by 윤정훈 2024.05.08
스즈키 에리카의 가면 벽걸이 장식품.

스즈키 에리카의 가면 벽걸이 장식품.

오와다 유카의 주전자.

오와다 유카의 주전자.

모 시
서촌에 ‘모시’를 열기 전, 애정을 담아 모은 그릇에 귀엽고 정성스러운 요리를 선보이는 인스타그램 계정(@nana.table)을 운영했어요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일본은 한국보다 실생활에서 공예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도자기를 하나둘씩 수집하는 게 취미가 됐죠. 사놓고 보기만 하는 게 아까워 요리를 곁들여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고요. 당시 다니던 회사는 부업이 가능해 주말에 도쿄의 한 도자기 갤러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해보니 인테리어보다 적성에 잘 맞았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집을 스튜디오 겸 갤러리처럼 꾸미고 작은 전시나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릇에 어울리는 제철 요리를 만들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죠.

공예품과 음식의 ‘케미스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보통 음식을 정하고 식기를 고르지만 저는 그 반대예요. 그날그날 사용하고 싶은 그릇을 정한 다음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생각해요. 이때 사고에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에요. 찻잔에 차를 내리는 대신 감자 샐러드 한 스쿱을 얹거나 작은 접시 여러 개에 반찬을 한 줌씩 올린 다음 큰 접시를 쟁반 삼아 자연스러운 믹스매치를 시도해요.


집에서 쉽게 연출할 수 있는 조합으로 구성한 테이블. 맨 앞에 놓인 갈색 볼은 가루가네 아카리(Karugane Akari)의 작품으로 비빔밥이나 그라탱을 담으면 좋다. 가운데는 고바야시 데쓰야의 볼. 양쪽에 놓인 작은 앞접시는 주바 아스카의 작품, 가운데 놓인 하얀색 큰 접시는 홍선희의 작품. 화병은 고바야시 데쓰야의 작품.

집에서 쉽게 연출할 수 있는 조합으로 구성한 테이블. 맨 앞에 놓인 갈색 볼은 가루가네 아카리(Karugane Akari)의 작품으로 비빔밥이나 그라탱을 담으면 좋다. 가운데는 고바야시 데쓰야의 볼. 양쪽에 놓인 작은 앞접시는 주바 아스카의 작품, 가운데 놓인 하얀색 큰 접시는 홍선희의 작품. 화병은 고바야시 데쓰야의 작품.

삼발이에 올려 둔 작품은 홍선희의 오브제, 그 옆에 놓인 화병은 이진선의 작품.

삼발이에 올려 둔 작품은 홍선희의 오브제, 그 옆에 놓인 화병은 이진선의 작품.

가느다란 철사를 즉석에서 꼬아 만든 티푸라 스튜디오(Tipura Studio)의 오브제.

가느다란 철사를 즉석에서 꼬아 만든 티푸라 스튜디오(Tipura Studio)의 오브제.

자연스러운 반점이 매력적인 그릇은 고바야시 데쓰야의 볼.

자연스러운 반점이 매력적인 그릇은 고바야시 데쓰야의 볼.

엄정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쇼룸과는 다르네요. 공예를 좋아하는 친구 집 같은 분위기예요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공예 숍은 어딘가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이곳만큼은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랐죠. 화이트 톤에 직접 만든 고재 가구를 두고 공예품과 더불어 제가 아끼는 물건들도 가져다 두었어요.

공간을 채운 기물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나요
오래 써보고 난 뒤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에요. 모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많아요. 지금은 식기가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오브제와 그림을 두려고 해요.


사노루리 토기 화병부터 마도카 린달의 팔로산토 홀더, 임정주 작가의 소반, 흰색 주병 등으로 완성한 모시의 구석.

사노루리 토기 화병부터 마도카 린달의 팔로산토 홀더, 임정주 작가의 소반, 흰색 주병 등으로 완성한 모시의 구석.

오랜 사용으로 그을린 냄비는 주바 아스카의 작품, 가운데 놓인 비정형의 기물은 배주현의 작품.

오랜 사용으로 그을린 냄비는 주바 아스카의 작품, 가운데 놓인 비정형의 기물은 배주현의 작품.



모시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공예품은
일본 아이치 현 세토시에서 공방을 운영 중인 고바야시 데쓰야(Kobayashi Tetsuya)의 작품. 변호사 공부를 하다 취미로 물레를 돌리면서 전업 작가로 전향한 분이죠. 흙과 유약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분이라 여태껏 본 도자와는 또 다른 느낌이 나요. 여러 색이 섞여 있어도 화려하지 않고 특유의 텍스처가 돋보이고, 백자는 물론 검은색 접시와도 잘 어울려 어떤 기물이든 조화롭게 매치할 수 있어요. 손이 자주 가는 형태라 일상에서 활용도도 높죠.

모시가 공예로 건네려는 이야기의 방점은 경험에 있군요
아끼는 작품일수록 자주 사용해요. 쓰면 쓸수록 더 제 것 같거든요. 백자에 찻물이 배어 산수화 같은 무늬를 만들고, 군데군데 그을린 냄비는 더욱 단단해져요. ‘모시’라는 이름도 ‘길들이다’와 ‘이야기’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모시 천은 쓸수록 쫀쫀해지고 특유의 빈티지한 매력이 드러나 길들이는 맛이 있어요. 일본어 ‘모시모시’의 어원인 ‘모시마스’는 ‘무엇을 통해 이야기하다’라는 뜻이에요. 곁에 두고 쓰면서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작은 목표입니다.


Credit

  • 에디터 윤정훈
  • 사진가 표기식
  • 아트 디자이너 김강아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