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범인을 추격하는 내용이라서 <추격자>, <거북이가 달린다>와도 비교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새롭게 시작한 영화인데, 오히려 제작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이 비슷하다고 하더라. 보통 영화 기획하면 투자 받기 위해서 영화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앞선 작품들과 비교해 설명하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전혀 다른 영화라고 생각한다. 범인을 추격하는 부분과 <거북이가 달린다>에서 김윤석 씨의 소소한 가정사가 나오는 것 정도만 비슷하다.
처음 <반가운 살인자>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원작이 있다. 서미혜 작가의 <반가운 살인자>. 원작은 상당히 무거운 스릴러다. 아빠, 엄마, 딸, 그리고 범인만 등장하는데, 주로 동선에 따라 움직이면서 장면이 진행되는 게 아니라, 아빠의 내적 독백으로 흘러가는 내용의 소설이다. 읽다 보니 마음에 들었던 점이 일반적인 영화나 소설이라면, 범인을 쫓는 사람이 형사거나 혹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일반인이 주로 나오잖아. 근데 이 소설에서는 희생자가 오히려 자기 목숨 버리고 희생을 당하려고 범인을 쫓더라. 아이러니하잖아. 그런 부분이 재밌게 느껴졌고 이걸 발전 시키면 코미디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싶었다.
원작과 영화와 차이가 있다면 말해달라.
원작과 줄거리상으로는 다른 부분이 없다. 다만 원작은 내적 독백으로만 이뤄져 있었고, 캐릭터들의 동선이 없었다. 그 동선을 만들어 넣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 내가 소설을 잘못 잡았구나 싶었다.(웃음) 원작이 꽤 짜임새 있고 탄탄해서 줄거리는 바꾸고 싶지도 않았고 바꿀 게 없었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원작은 비극적인 엔딩이지만, 영화는 해피한 엔딩으로 끝나는 게 다르다.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흐뭇하게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촬영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두 달 걸렸다. 원래 더 빨리 끝냈어야 했는데, 눈 때문에 (오래 걸렸다). 그래서 1월 1일부터 눈 치우러 다녔다. 나도 갔었다. 밤잠 못 자고 전 스텝이 눈을 치웠다. 영화 촬영하는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거의 대부분의 날씨가 괜찮았었는데. 라스트신 남겨두고 갑자기 눈이 내려서. 제작부 몇 명과 친구들 다 동원해서 다음 찍을 장면에서 미리 가서 눈을 치우고 있었지. 아직 사무실에 염화캴슘이 포대로 쌓여있다.
극중에서 김동욱은 이직을 꿈꾸는 형사로 나온다.
그렇다. 현재 직업은 형사인데, 스스로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인물이다. 형사를 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백수 유오성과 형사 김동욱 콤비는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
소설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원작이 갖고 있는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오성이 형이 맡은 아버지 역할만 가지고는 코미디를 하기 힘들어서, 다른 몇 개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중에 가장 큰 역할이 동욱이가 연기하는 형사다. 처음에는 이혼남으로 설정했던 인물이다. 오성 형과 함께 ‘저 사람도 딸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생각했었다. 근데 오성이 형이 이미 40대 후반이잖아. 뭔가 더 요소가 있어야 이야기가 재미 있어질 것 같았다.
뭔가 더 젊은 배우가 필요했던 거군.
김동욱이 캐스팅되고 나서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캐릭터에 대입시켜봤다. 김동욱씨로 인해 영화가 젊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층 더 색깔이 밝아진 거지. 김동욱은 그저 가만히 있어도 발랄하고 활기가 넘치는 모습의 배우다. ‘커피 프린스’에서도 그랬지 않나.
현장에서 그 둘의 연기 조합은 어땠나.
동욱이는 <커피 프린스>나, <국가 대표>에서 맡은 역할처럼 비슷한 에너지가 있다. 활기가 차 보이는 게 그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이다. 오성이 형은 연륜이 있으니까 서로 발란스를 잘 맞춰주는 부분이 있었다. 두말 할 나위 없이 좋았다.
유오성과는 <주유소 습격 사건>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그때 한번 작업 해봐서 별로 힘들지 않았겠다.
그건 아니다. 벌써 10년 전인데. 그때의 유오성과 지금의 유오성은 또 다르니까.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잖아.
감독님이 특별히 연기에 대해 지시한 사항이 있나.
오성이 형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이틀 만에 다시 만났는데, 이미 분석이 다 끝나 있더라. 그래서 놀랐다. 벌써 내가 생각했던 그 캐릭터 안에 들어가 있더라. 내 일기장을 훔쳐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 속마음을 다 들킨 것 같았다. 힘든 점도 없었다. 호흡도 잘 맞았고.
처음 영화를 제안했을 때, 유오성이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나.
그랬다. 되게 기분 좋았다. 오성이 형은 작품 분석을 잘 해온다. 일반적으로 배우들 보면, 분석을 잘하는 배우가 있고 그냥 감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 오성이 형은 그 둘 다인 것 같다.
꼼꼼하기도 하고 감도 있고?
생긴 것 같지 않게 정말 꼼꼼하다. (웃음) 정리 정돈도 잘하고. 만날 내 책상 보면 더럽다고 욕한다. 동욱이는 의외로 차분한 성격이다. 나도 말을 잘 못하는데, 동욱이도 좀 과묵한 스타일이다. 게다가 이름도 같아서 처음에는 서먹서먹하고 어색해서 많이 힘들었다.
김동욱과 감독님의 이름이 같아서 캐스팅한 줄 알았다.(웃음)
그런 것 전혀 없다. 오히려 나와 이름이 같아서 외면하고 싶었다. 관심을 덜 갖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커피 프린스>, <국가대표>를 봤다. 특히 <국가대표>에서 재밌게 잘 하더라고. 연기 참 잘하는 배우라고 느꼈지. 그래서 (김동욱과) 얘기도 좀 해봤지. 난 원래 캐스팅할 때 꼭 직접 만나 얘기를 해본다. 그 사람이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지, 원래 캐릭터의 모습과 어느 정도 맞는지, 다르다면 그 사람의 안에서 어떤 부분을 인용하면 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하니까.
소설을 읽고 영화로까지 구상하게 된 기간이 얼마나 되나.
처음 소설을 읽은 후부터 지금까지 딱 2년이 걸렸다. 원래는 작년 4월에 크랭크인하려고 준비했다. 그 때 여러 가지 사정상 연기가 됐었지. 길면 긴 시간인데,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원작과 좀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부분을 영화에서 살리고 싶었나.
아이러니한 상황들. 이 이야기 자체도 사실 굉장히 역설적인 얘기다. 영화 제목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을 많이 그렸지. 형사 같은 백수, 백수 같은 형사 이런 캐릭터를 그린 것처럼. 형사의 어머니가 나오는데 아파트 값 내렸다고 자기 아들이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데모를 하는 장면 같은 건 정말로 아이러니하잖아.
영화에 재밌는 요소가 많을 것 같다.
이게 단순히 캐릭터만을 가지고 가는 코미디가 아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캐릭터들의 돌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노리고 만든 이야기다. 그런 충돌들이 맞물려서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거지.
감독의 입장에서 기억나는 재밌는 장면을 몇 개 꼽아달라.
사실 예고편을 보면 다 나와 있다. 드라마는 오성이가 맡은 영석이 끌고 가고 코미디는 동욱이가 끌고 간다. 김동욱이 촬영한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재밌을 거다. 특별히 재밌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동욱이 엉덩이 노출 장면이나, 여장한 오성의 형이 잡혀서 두드려 맞는 장면이 있다. 이거 말해도 되나. 단순히 추격 코미디로만 팔리고 있는데, 다른 요소들도 (영화에) 있다. 단순히 웃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장치들이 뒤에 좀 있다.
유오성이 맡으신 영석에 의해 만들어지는 감동?
그렇지. 살인자를 잡아 죽이려고 하는 게 자기 딸 때문에 그런 거다. 그런 부분에서 감동을 노렸다. 원래는 덤덤하게 그리려고 했는데, 흥행에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웃음)
감독님 이야기를 좀 해보자. 주유소 습격 사건> <신라의 달밤>에서 김상진 감독의 조감독을 맡았었다. 김상진 감독님이 뭔가 조언을 해준 것이 있나. 김상진 감독과 평소 연락을 하나.
그럼 당연히 연락하지.
이번에 감독으로 데뷔하시는데 조언 같은 걸 해주셨나.
조언은 안 해준다. 대신 감독 입봉 늦게 했다고 욕만 하셨지. 아, 그리고 영화 끝까지 잘 보면 김상진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에 나온다.
하긴 (영화감독으로의) 데뷔가 늦었다. <신라의 달밤> 이후로 어떻게 지냈나.
시나리오를 두 개 정도 썼다. 준비를 하다가, 엎어졌지. 그러다 보니까 금세 이렇게 시간이 갔다. 나도 어떻게 왔는지 아쉽다. 계속 시나리오 쓰고 각색 아르바이트 하고 그랬다.
배우들과는 촬영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없었나.
오성이 형은 처음부터 신나있었다. 우성이 형이 오랜만에 하는 영화고. 영화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 우정 출연 한 것 배고는. (영화를)5년 8개월을 쉬었지. 첫날 첫 촬영을 마치고 감격해 하더라. 저녁을 먹으면서 감격에 겨워서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되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인가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일 것 같다.
굉장히 순수한 사람이다. 고지식할 정도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마찰이 있었지. 정말 착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데뷔 작품이기도 하니까,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겠다.
애정도 많겠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 데뷔 하는 감독이니까 예산이나 자율권 같은 측면에서, 회사나 투자자들이 빡빡하게 굴기 때문에. 좀 답답했었고, 결과적으로는 거의 내 입김이 많이 들어갔지만. 특히 엔딩도 내 뜻으로 많이 갔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
데뷔작 개봉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일단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 나도 다음 작품에 들어가려면 많이 봐야지. 개봉 전에 ‘파이널 믹싱(최종녹음)’하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 하기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우리 영화에는 단순한 코미디보다는 스릴러적인 긴장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와 긴장감을 함께 있는 코미디다. 극장을 나섰을 때 따뜻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자세한 내용은 프리미어 본지 66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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