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올여름엔 '시펑크'

“바다는 내 거야! 바다가 날 원하는지 아닌지는 내가 알 수 있어!” 영화 <그랑블루>(1988)에서 장 르노(엔조 역)의 말처럼 바다를 모티프로 탄생한 시펑크(Seapunk)가 생동감 넘치는 아쿠아 월드로 초대한다.

프로필 by ELLE 2014.06.25

 

파도를 가르며 수면 위로 시원하게 점프하는 돌고래의 미끈하고 생동감 넘치는 몸짓, 푸른 줄무늬 열대어 무리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라도 물속에 풍덩 뛰어들고 싶어진다. 올여름 패션에는 바로 그런 바다 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일단 캣워크 무대부터 물의 향연이 지배적이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겐조의 거대한 분수 쇼. 컬렉션 무대 위로 떨어지는 분수 쇼로 인해 쇼장 전체가 수영장처럼 습기가 가득했다. 파도 프린트와 물결 커팅 의상들을 입고 걸어나오는 모델들은 마치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핑하고 물가로 걸어나오는 미끈한 서퍼들 같았다. 젖은 머리를 한 웨트 시크 서퍼의 미래적인 버전은 필립 림이 짙푸른 바닷빛 미러 선글라스와 포말처럼 빛나는 샤이니 블루 룩으로 재현됐다. 그런가 하면 바닷가 모래사장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타미 힐피거는 아예 서핑 수트에서 영감을 받아 네오프렌과 가죽, 면을 믹스한 서퍼 룩을 내놓았다. 여기서 한 걸음 더 펑크 무드로 간 것은 몽클레르 감므 루즈의 물결 프린트와 물고기 비늘 같은 스포티 룩을 입고 나온 펑크 모델들. 이런 힙스터적인 아쿠아 무드는 하이엔드 패션에까지 바닷물이 스며들듯 퍼져나가고 있었다. 인조 진주 코스튬 네크리스, 팔찌로 미래적인 아쿠아 모티프를 더한 샤넬, 인어 비늘처럼 빛나는 시퀸 드레스 위에 금붕어와 해파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바다 생명체를 수놓은 미우미우, 그리고 줄리앙 다비드의 팬츠에서 튀어나올 듯 3D 그래픽으로 표현한 해파리 같은 바다생물 패턴은 또 어떤가. 아예 낚시로 막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팔딱팔딱 뛸 것 같은 복어, 광어, 농어 클러치백들을 내놓은 올림피아 르 탱은 귀엽기까지 하다! 이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올여름 아쿠아 무드의 특징이 있으니 그건 바 시펑크(Seapunk). 사이버 펑크 음악의 서브 장르였던 시펑크는, 지금 보면 꽤 조악하고 싼티 나는 90년대 3D 비주얼아트를 버무린 뮤직비디오에서 자주 발견된다. 텀블러나 유튜브 등을 통해 패션 트렌드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과 과격한 메이크업의 ‘갸루’ 룩이 혼재되는가 하면, 90년대 스트리트 트렌드까지 버무려지면서 시펑크는 올여름 서브 트렌드가 아니라 메가 트렌드 선상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텀블러 세대’를 통해 음악과 비주얼아트,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뮤지션으로는 할렘 출신의 래퍼 아젤리아 뱅크스(Azealia Banks)그라임스(Grimes) 등이 있다. 모델이자 블로거인 아이린의 해초 같은 블루 그러데이션 헤어스타일처럼 지난 코첼라 페스티벌에 대거 등장했던 파스텔 그러데이션 헤어스타일들도 어쩌면 이들이 원조일 듯. 90년대 이단아 비욕을 연상시키는 이들 시펑크 뮤지션들의 음악과 패션은 리한나, 레이디 가가 등 메인 스트림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을 정도로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로도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다. 올 시즌 아쿠아틱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시펑크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해 볼 것. 해변에서 핑크 드레드 헤어를 헤드뱅잉하며 불가사리인지 인어인지 알 수 없는 비주얼로 비틀비틀 걸어나오는 그라임스, 마치 돌고래 쇼장에서나 봄직한 돌고래 프린트 CG를 배경으로 조개 껍데기 위 ‘비너스의 탄생’을 패러디하듯 랩을 하는 아젤리아 뱅크스의 모습에서 겐조, 3.1 필립 림, 로다테, 샤넬, 지방시, 조너선 선더스 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Credit

  • editor 최순영
  • photo IMAXtree.com(컬렉션)
  • design 하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