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젯을 모으고 판매하는 숍 ‘레몬서울’ 대표 김보라·윤종후는 창고 두 개를 가득 채울 만큼 희귀한 음향 기기를 모으는 수집가들이다. 부부가 수많은 컬렉션 중에서 자신의 집에 남기기로 결정한 아이템에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보석 같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김보라는 어린 시절 독일에 살았던 어머니에게서 수집가 DNA를 물려받았다. 간호사로 일하던 어머니는 당시 독일에서 사용했던 음악 디바이스와 바이닐을 한국으로 가져와 거실 벽을 채웠고, 그렇게 탄생한 음악 공간은 오래된 물건을 소중히 여겼을 때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을 무럭무럭 키울 수 있는 씨앗이 됐다. 윤종후 역시 어릴 때부터 교실에서 카세트테이프를 온종일 듣던 소년이었다. 그는 밴드 베이시스트로 활동할 만큼 시대를 넘나드는 음악에 빠져 있었다.

그때그때 무드에 따라 사운드 시스템을 다르게 배치해 음악을 감상한다. 거실장 위에 미츠비시 다이아톤(Diatone) LT-5V와 리니어(Linear) 트래킹 턴테이블이 보인다. 테크닉스 파워 앰필러(Technics Power Amplifier) SE-A5 위로 소니의 PS-F9가 놓여 있다. 바닥에 있는 원형 턴테이블은 일렉트로홈(Electrohome) 아폴로 860, 우주비행사 얼굴처럼 보이는 제품은 백남준의 작품에도 쓰였던 JVC 비디오스피어(Videosphere)의 텔레비전.

레몬서울 대표 윤종후와 김보라.

벽에는 소니의 컬러플한 헤드폰 MDR-3L2와 MDR-005가 출시 당시의 색을 그대로 간직한 채 걸려 있다.

선반 위에 올려진 빈티지 수집품들. 녹색 워크맨은 소니의 카세트 플레이어 WM-EQ9, 왼쪽 하단에 보이는 하얀색 워크맨은 소니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 WM-F51다. 핑크색 조각상이 머리에 쓰고 있는 헤드셋은 팬 아메리칸 항공(Pan American World Airlines), 선반 가운데 놓인 핑크색 오디오는 내셔널 스테레오 뮤직 시스템 SG-J500.

박스 속 키치한 CD 플레이어는 소니 후피 D-180WP다.

캐리어처럼 여닫을 수 있는 카세트테이프를 위한 가구는 오래전 일본의 음악 애호가가 직접 만들었다. 카세트테이프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똑같은 걸 두세 개씩 모으기도 한다. 가구 위쪽에 놓인 워크맨 두 개는 소니의 후피(Whoopee) WM-3500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