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와 함께해온 20여 년의 시간. 세라믹 스튜디오인 이악크래프트 대표 전현지는 흙이 지닌 힘을 믿고,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꾸준히 연구해 왔다. 화려한 기교 대신 자연의 색을 담은 그의 정갈한 세라믹 웨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다. 긴 시간 동안 도자의 쓰임에 몰두해 온 전현지는 콘란샵과 협업하여 개최한 첫 번째 개인전 〈Song of Gravity〉에서 조형 작업으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몰입해서 작업하다가 도자기가 와르르 무너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형태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균형이 깨지고 일그러졌지만 특유의 아름다움을 품은 도자기를 보고 전현지는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봤고, 문득 완벽한 균형을 이루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곡선을 가진 도자기 작품과 전시 키워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특유의 고요하고 단아한 작품은 그의 일상과 많이 닮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작업하는 그는 건축물과 공간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영감을 받는 일도 잊지 않는다. 세상을 다채롭게 감상하는 경험은 늘 새로운 작품이라는 결실로 이어진다.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도자기를 빚을 때 타임리스한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곤 해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전현지는 이 시대의 ‘타임리스’를 고민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