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도체는 뇌에서 위험과 불안, 공포 등을 감지하는 기관이다. 편도체의 반응성이 높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대한 스트레스 민감성이 높다는 뜻. 문제는 현대인이 편도체가 ‘늘’ 활성화돼 있어 분노나 억울함, 화, 짜증 등의 감정이 ‘디폴트’ 상태라는 데 있다.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숙면과 요가 그리고 소위 ‘움직임 명상’이라 부르는 ‘소매틱 운동’이나 ‘타이치(태극권)’ 등을 들 수 있다. 움직임 명상? 자,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아주 단순한 움직임이지만 그 저변에는 뇌 속의 수많은 신경망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관여한다. 문제는 편도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된 상태에서 스트레스나 불안, 분노 등 부정적 정서로 인해 의도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발현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쉽게 말해, 나는 팔을 들어올리려는 것뿐인데 무의식적으로 어깨가 들리거나 팔꿈치까지 과도하게 들어올려질 수 있다는 것. 같은 원리로 외부 자극에 따른 감정적인 반응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움직임 명상은 움직이려는 내 의도와 결과로 나온 행동 간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 뇌는 가소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해 움직이려는 의도와 그로 인해 발현된 정확한 동작이 전달하는 고유 감각 신호에 집중함으로써 뉴런 간의 네트워크에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 때문에 모든 동작이 아주 정적이고 템포도 느리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하던 태극권을 떠올리면 쉽다. 그 외에 안구, 교근(이를 앙 물 때 쓰이는 턱 근육), 승모근, 흉쇄유돌근 등을 충분히 이완시키는 것 역시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한편 전전두피질은 합리적 판단 같은 이성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아직 일어난 적 없는 일을 상상하고 경험하게 해주는 영역이기도 하다. 타인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추론하는 데 쓰여 대인관계능력, 공감능력과도 직결된다.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명상이 유효하다. 가만히 멍 때리는 명상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모든 일이 그저 나의 삶을 통과해서 흘러가는 것뿐이라 여기고, 범사에 감사하며, 나와 타인의 고유한 성정과 장점, 가치를 찾아 이를 존중하겠다는 끊임없는 결심이 명상의 핵심을 이뤄야 한다. 우리의 뇌 속 뉴런 네크워크는 어디에서 어디로 신호를 보내고, 어떤 방식으로 활성화될지 꾸준한 훈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것이 앞서 말한 ‘가소성’의 정의다. 꾸준한 명상으로 특정 신호를 네트워크에 계속 보냄으로써 그 연결망을 활성화하면, 같은 자극에도 뇌의 작동방식이 달라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경가소성은 우리가 자는 동안 내 기억 속에 저장되기 때문에 명상 후 숙면이 필요충분조건임을 명심할 것.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감정을 속으로 삭이지 말고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파악하게 돼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에디터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엘르〉 영국에까지 영향을 미친 걸까? 3월호에서 뇌를 다룬 기사를 발견했다. 글을 쓴 니콜 모브레이(Nicole Mowbray)에 따르면, 웰빙의 가장 새로운 영역으로 스킨케어도, 운동도 아닌 ‘뇌’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몸의 상태에 집중하는 것만큼 소프트웨어인 두뇌에도 집중해야 한다면서 제철 과일과 채소, 생선, 견과류, 올리브오일, 유산균 등 ‘장내 유익균’을 늘리기 위한 건강한 식단 유지하기 같은 기본적인 습관을 강조한다. 뇌과학을 얘기하다 웬 장내 유익균까지 가냐고? 뇌에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면, 장에는 약 1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어 장을 ‘두 번째 뇌’로 부른다는 사실, 알고 있는지?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장내에 존재하는 유익한 세균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이 신경전달물질은 장에서 뇌까지 이어지는 직통 회선인 ‘미주 신경’을 통해 뇌에 도달한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설사나 변비 증상을 겪고, 반대로 장 상태가 나쁘면 불안감부터 심하게는 우울감까지 겪는다. 이것이야말로 뇌와 장의 밀접한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예라 할 수 있다. 즉, 유익균이 많아 장이 건강하면 뇌로 가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미쳐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우리가 스트레스나 걱정, 불안으로부터 해방돼 마음이 평온할 때 ‘속 편하다’고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뇌’도 어렵고 ‘과학’은 더 어려운데, 이 두 단어가 만났으니 진절머리가 나기도 할 것이다. 더구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한 방법이라니 당황을 넘어 의심도 됐을 터. 하지만 기사를 쭉 읽고 난 지금은 어떤가. 뇌가 하수상한 시대를 살아내느라 마음 건강을 간과하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탐구 영역이 될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