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로부터 해방하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무게로부터 해방하라

가벼움의 아름다움을 찬미한 펜디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손다예 BY 손다예 2023.03.05
레이스 슬립 드레스에 금속 체인으로 장식한 묵직한 미니 백을 매치해 무게감의 차이를 표현했다.

레이스 슬립 드레스에 금속 체인으로 장식한 묵직한 미니 백을 매치해 무게감의 차이를 표현했다.

로마에 근간을 둔 펜디 하우스의 세계를 탐험하는 킴 존스가 자신 의 비전을 펼쳤다. 이번 2023 S/S 오트 쿠튀르 시즌에 그는 이탤리 언의 고유 미학을 패션으로 풀어냈다. 그 중심에는 ‘스프레차투라 (Sprezzatura)’ 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거만하게 굴 다, 무시하다’는 뜻의 이 단어는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면서 ‘어려운 일을 쉬운 것처럼 해내는 능력, 힘든 일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다루 는 방식’이라는 의미로 진화했다. 

 
드레이핑을 더해 유연하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강조한 룩.

드레이핑을 더해 유연하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강조한 룩.

 

이탤리언은 이 정신을 최고의 미 덕으로 삼는다. 미켈란젤로, 스트라디바리 같은 천재들이 자신의 작업방식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이유도 바로 이 스프레차투라 정신 때문이다. 킴 존스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패션 필드에서 가 장 진중하고 엄숙한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가벼움의 미학’을 불어넣 었다. 우리 몸이 가장 가벼운 상태, 즉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에 가까운 란제리를 핵심 요소로 삼은 컬렉션을 선보인 것. 
 
“가벼움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오트 쿠튀르는 항상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졌거든요.”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우주선처럼 새하얗게 칠한 패 션쇼장이 궁극적인 가벼움을 실현하는 무중력 공간처럼 느껴졌다. ‘무게’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킴 존스의 표현도 탁월했다. 갑옷처럼 묵직한 금속이 연상되는 메탈릭 실버 드 레스를 오프닝 룩으로 시작해 베이지와 파스텔 핑크, 스카이 블루 등 점점 더 밝고 옅은 컬러가 등장했고 소재 역시 레이스와 시폰, 튤 처럼 얇고 속이 비치는 소재로 변주됐다.
 
컬렉션 곳곳에 등장한 메탈릭 체인 백.

컬렉션 곳곳에 등장한 메탈릭 체인 백.

쇼의 흐름을 따라 무거운 것이 점차 가벼워지는 변화를 담아낸 것. 하나의 룩 안에서도 무게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가볍게 하늘거리는 튤 드레스에 등산용 카 라비너 모양의 묵직한 이어링과 메탈 하드케이스 백을 매치하는 식 으로 무게 대비를 강조한 것. 킴 존스가 의도한 가벼움의 미학은 펜 디의 장인 정신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실현됐다. 금속 체인을 촘촘 히 엮은 것처럼 보이는 실버 글러브는 레이저 커팅 기법으로 정밀하 게 가공한 가죽을 사용해 금속의 단단함과 가죽의 유연함을 동시 에 담아냈고, 선녀의 날개처럼 기다랗게 늘어지는 윙 슬리브는 탈 착이 가능해 한층 더 가벼운 스타일이 됐다. 
 
레이스를 덧대 뒷모습을 강조한 룩.

레이스를 덧대 뒷모습을 강조한 룩.

 
이렇듯 킴 존스는 오트 쿠튀르의 전형적인 표현 방식인 과장된 화려함에서 벗어나 오히려 시간을 두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그 속에 감춰진 섬세함을 발견 할 수 있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제시했다. 그것도 ‘무심한 듯하지만 세세하게, 유유자적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로 함축되는 스프레차 투라의 정신을 완벽하게 계승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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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다예
    사진 FENDI/ELLEN FEDORS
    아트 디자인 김민정
    디자인 장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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