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 앤더슨은 현대 무용의 선구자 마이클 클라크와 협업을 통해 자신의 아카이브를 뒤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티셔츠와 니트웨어 프린트로 활용한 클라크의 댄스 공연 포스터와 코카콜라, 그리고 테스코 비닐봉지는 어린 시절 침대맡에 포스터를 붙여 두던 추억과 영국의 하위문화를 조명하는 방식입니다.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유목주의를 옷에 담는 디자이너 페븐(Feben)은 컵에 든 물처럼 찰랑거리는 라이크라로 발끝까지 오는 맥시 드레스를 지었습니다. 언뜻 보이는 나체 프린트가 매우 관능적인 느낌으로 트롱푀유 기법을 드러내는데, 이것은 인체 사진이 아니라 영국의 조각가 윌리엄 티드가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인 프시케 상입니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그가 런웨이에 올린 몸에 착 달라붙는 보디 콘셔스 드레스는 생쥐와 병아리, 새끼 돼지 프린트로 뒤덮여 강렬한 인상을 주는데요.
놀랍게도 AI가 그려낸 작품입니다. 케인은인공지능에게 세세하게 원하는 바를 설명했고, 런웨이에 오른 아기 동물 프린트가 바로 그 결과물이라고 하네요.
나이지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모와롤라는 패션계의 떠오르는 악동이자 반항아입니다. 비율의 전복을 꾀하거나 옷을 통해 자극적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일에 결코 주저함이 없죠. 이번 시즌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 이 가죽 바지는 또 어떤가요? 실사적인 프린트로 벨트와 결코 ‘매너손’이라고 포장할 수 없는 인체 프린트가 모와롤라의 도발적인 위트를 그대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