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하루쯤은 시간을 넉넉하게 빼서 갤러리 투어를 해보길 추천합니다. 런던은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다 모여 있는 도시거든요. 특히 런던의 중심지이자 갤러리 밀집구역인 피카딜리 쪽에 숙소를 잡을 계획이라면, 설사 다른 일정이 있는 날이라도 시간이 뜰 때마다 갤러리 하나씩 들르기에 제격이라 미술 애호가라면 애초에 염두에 두어도 좋을 것 같네요.
전세계 톱 갤러리를 하나 꼽으라면 제일 먼저 나오는 이름이 아닐까요? 가고시안은 런던을 비롯해 뉴욕, LA, 파리 등에 총 19개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런던의 가고시안에선 오는 3월 18일까지 하오 리앙(Hao Liang)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하오 리앙은 실크에 먹과 과슈를 사용해 중국 전통화를 그리는 작가로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언뜻 청동빛을 띄는 고요한 단색화처럼 보이나 가까이 다가설수록 깊은 호수가 그러하듯 수많은 이야기와 모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만히 서서 마치 시간을 잊은 듯이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죠. 가고시안은 널찍한 공간에서 단 몇 점의 작품만 호사스럽게 걸어 놓는 방식으로 작품을 존중하고, 또한 그 여백으로서 작품에 힘을 실어줍니다.
위치_ 20 Grosvenor Hill, London W1K 3QD
「 데이비드 즈워너 @davidzwirner
」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제프 쿤스, 쿠사마 야요이, 리처드 세라 등이 전속작가로 계약된 뉴욕 3대 화랑으로 꼽힙니다. 화려한 피카딜리 지구에서 유독 작고 고상한 골목에 위치한 런던의 데이비드 즈워너는 2012년 문을 열었고, 같은 길목에 타데우스 로팍과 슈프뤼트 마거스 갤러리를 이웃으로 두고 있답니다. 작지만 사랑스러운 공간인 데이비드 즈위너 런던에선 지난 2월 18일까지 형광등의 빛을 소재로 작업하는 미니멀리스트 아티스트 댄 플래빈의 colored fluorescent light 전시가 열렸습니다. 차갑고 건조하게만 느껴졌던 형광등 빛이 그의 손을 통해 어떻게 재탄생 됐는지 발견하고, 빛이라는 매개체가 얼마나 공간을 가득 채울 수 있는지 체험해볼 수 있던 자리였어요.
위치_ 24 Grafton St, London W1S 4EZ
「 하우저 앤 워스 @hauserwirth
」 프리즈 서울을 통해 한국에 첫선을 보이기도 했던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는 199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처음 시작해 미국과 스페인, 모나코, 홍콩 등에 총 13개의 지점을 가진 글로벌 메가 갤러리 중 하나입니다. 런던 하우저 앤 워스에선 지금 귄터 푀르크의 페인팅을 조명하고 있어요. 푀르크는 큼직한 캔버스를 대담한 컬러를 자유롭고 거침없는 터치로 채웁니다. 붓터치는 어떤 물체나 인물을 묘사하기보다는 그 자체가 주인공으로서 추상적인 페인팅을 완성합니다. 그 생생한 에너지가 하우저 앤 워스 갤러리의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뻗어 나가 쉴새 없이 바쁜 런더너의 발걸음 마저 멈춰 세우게 만들 정도예요.
위치_ 23 Savile Row, London W1S 2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