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동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샤넬의 동화

순수한 낭만을 노래하는 샤넬 오트 쿠튀르.

손다예 BY 손다예 2023.02.26
손을 맞잡고 피날레 무대에 등장한 버지니 비아르와 자비에 베이앙.

손을 맞잡고 피날레 무대에 등장한 버지니 비아르와 자비에 베이앙.

버지니 비아르의 뮤즈는 가브리엘 샤넬이다. 그녀는 살아생전 샤넬이 남 긴 발자취를 탐구하고, 가브리엘 샤넬이 느꼈을 기분과 감정을 상상하 며 자신만의 패션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위 해 그녀는 가브리엘 샤넬이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자 하우스의 근원인 캉봉가 31번지 아파트로 향했다.
 
평소에도 종종 그곳에 들러 마드모아 젤 샤넬의 숨결을 느끼곤 한다는 버지니 비아르는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영감을 찾던 중 눈길을 끄는 사물을 발견했다. 신비로운 오리 엔탈풍의 중국 병풍과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앤티크 분 위기 물씬한 원목 가구 사이에서 우화집 한 권이 눈에 들어온 것. 호화로 운 아파트 무드와는 사뭇 다른 사물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브리엘 샤넬 의 아파트에는 사자과 사슴, 새, 낙타 등 동물 모양을 한 오브제와 조각 이 가득한 게 아닌가. 
 
제비를 수놓은 피날레 룩.

제비를 수놓은 피날레 룩.

벽을 메운 그림에도 여러 동물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이 수집한 동물의 세계를 둘러보며 한 편의 동화를 떠올렸다. 때묻지 않고 순수한, 낭만적이고 희망찬 동화같 은 컬렉션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해 줄 조력자로 아 티스트 자비에 베이앙을 선택했다. 몇 차례 샤넬과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자비에 베이앙은 버지니 비아르의 영감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탰다. 
 
 나비 보타이와 자수를 더한 트위드 수트.

나비 보타이와 자수를 더한 트위드 수트.

두 사람이 함께 쓴 동화같은 이야기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이튿날인 1월 24 일,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자비에 베이앙이 재해석한 동물 모양의 거대 설치미술이 하나 둘씩 쇼장에 자리하자 그 사이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 스〉에 등장하는 토끼처럼 높게 솟은 중절모를 쓴 모델 비비언 로너가 사뿐사뿐 걸어나왔다. 비즈와 깃털로 장식한 미니스커트 위에 정갈하게 
 
높이 솟은 톱 햇은 컬렉션에 동화적 무드를 더한다.

높이 솟은 톱 햇은 컬렉션에 동화적 무드를 더한다.

재단된 화이트 재킷을 입은 그녀는 아기자기한 인형극의 주인공처럼 보였다. 곧이어 짤막한 스커트를 매치한 트위드 세트업과 기다란 코트 드레스, 섬세하게 주름을 잡은 튤을 층층이 쌓아 뭉게구름처럼 부풀린 화 이트 드레스가 줄지어 등장했다. 버지니 비아르는 동화 속 동물 마을에 축제가 열린 모습을 상상하며 퍼레이드 요소를 컬렉션 곳곳에 심어 두었다. 
 
겹겹이 모여 있는 새 모티프의 자수 디테일.

겹겹이 모여 있는 새 모티프의 자수 디테일.

거의 모든 룩에 등장하는 검은색과 흰 나비 보타이, 화이트 글러 브, 레이스 부츠와 새틴 망토가 그것이다. 샤넬이 펼쳐낸 동화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욱 흥미롭다. 컬렉션의 요소마다 숨겨둔 동물 모티프 를 찾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 화이트 재킷에는 금색 실로 수 놓은 새와 사슴 모티프가 숨어 있고, 골드와 블랙 컬러로 촘촘하게 짜낸 트위드 수트에는 웰시코기 강아지의 얼굴이, 시퀸을 수놓은 벨트에는 곧 장 뛰어오를 것 같은 토끼 모티프가 우리 시선을 기다렸다는 듯이 반긴 다. 피날레를 장식한 화이트 미니드레스 역시 빠질 수 없는 하이라이트 룩이다. 
 
섬세한 자수 장식 사이에서 사슴 모티프를 발견할 수 있다.

섬세한 자수 장식 사이에서 사슴 모티프를 발견할 수 있다.

 
클래식한 트위드 룩에 나비 넥타이와 화이트 글러브로 위트를 더했다.

클래식한 트위드 룩에 나비 넥타이와 화이트 글러브로 위트를 더했다.

요정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베일과 드레스 전체에 제 비 모티프를 수놓아 낭만을 노래한 것. 이렇듯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들 어 있던 순수한 동심을 일깨운 버지니 비아르의 동화는 열광적인 기립 박수로 이어졌다. 지드래곤과 틸다 스윈턴을 필두로 수많은 관객이 자리 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보냈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에 호응하듯 자비에 베 이앙과 함께 손잡고 무대 곳곳을 거닐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가브리 엘 샤넬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동물 오브제들이 버지니 비아르의 풍부 한 상상력과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통해 생명력을 얻은 순간이었다.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완성된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완성된 2023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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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다예
    사진 CHANEL/OLA RINDAL
    아트 디자인 정혜림
    디자인 장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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