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 엄마, 프로임시보호러! 홍조 작가가 말하는 임시보호와 입양에 대한 모든 것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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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 엄마, 프로임시보호러! 홍조 작가가 말하는 임시보호와 입양에 대한 모든 것

반려동물에 진심인 엘르가 동물을 데려오는 일에 대해 말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사이니까요!

이마루 BY 이마루 2023.02.02
 

임시보호를 통해 만난 수많은 사랑

홍조, 일러스트레이터

〈엘르〉 2022년 9월호에 LA에서 가족을 만난 아틀라스(슈슈)의 임시보호 경험을 들려줬죠. 혹시 〈캐나다 체크인〉은 보셨나요
어떤 친구는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1화만 봤는데 부럽기도 했어요. 입양 보낸 아이들을 직접 보러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저도 얼마 전 시카와 함께 예전에 임시보호했던 바둑이 ‘봉봉이’를 보러 제주에 갔는데, 2년 만인데도 자기들끼리 서로 알아보더라고요. 조금 시간이 흐르니 저도 알아봤고요.
 
성수동 ‘알비(Arby)’에서 1월 15일까지 전시를 열었습니다. 첫 전시예요. 2019년부터 쭉 트위터 계정( fast_kame)을 팔로했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커다란 그림보다 낙서 위주라 어떻게 전시를 구성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제가 다른 사람의 다이어리 같은 사소한 기록을 보는 걸 좋아하듯 친구들에게 낙서장 보여주는 마음으로 하자 싶었죠. 전시 준비를 도와주던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버리지 않고 갖고 있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라고(웃음).
 

개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제일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 어쩐지 시카와 홍조 작가를 닮았다.

개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제일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 어쩐지 시카와 홍조 작가를 닮았다.

반려동물인 시카와 루피, 봄이, 시푸를 포함해 동물 그림이 많지만 사람과 동물이 함께 있는 그림 비중도 높더라고요
언제부턴가 친구들을 만나면 반려동물도 함께일 때가 많아요. 같이 있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제 모습을 직접 보기는 어려운데, 친구들의 모습 혹은 친구가 찍어준 제 모습을 보면서 시카와 함께 있는 나는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어서 그림으로 그리기도 해요.
 
SNS에 동물 친구들의 ‘방문 인증샷’을 보니 〈행복은 여기에〉라는 전시 제목대로 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반응과 소통이 오갈 것으로 기대했는지
전시 기간이 2주인 게 조금 짧은가 싶었는데 많은 분이 찾아왔어요.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만난 분들과 친구가 되기도 했어요.
 
‘잘 맞는다’는 것은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이해가 비슷하다는 의미일까요
똑같이 개를 키우고, 같이 살아도 생각이 다를 수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여행을 갈 때 개를 다른 곳에 맡기고 사람 위주로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를 우선해서 여행 계획을 짜는 사람도 있죠. 그런 게 비슷한 사람끼리 가까워지는 측면은 있어요.
 
다이어리와 작은 노트에 그때그때 습관처럼 그린 그림들.

다이어리와 작은 노트에 그때그때 습관처럼 그린 그림들.

2016년 ‘리라’라고 불리던 시카의 임시보호와 입양 홍보를 시작했어요. 임시보호 1년이 되던 날, 입양을 결심했죠. 이미 여섯 마리의 동물을 임시보호한 경험자이기도 하고.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유기견이나 보호소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강아지를 좋아해서 어릴 때 부모님을 졸라 데리고 왔다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보낸 적도 있었죠.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어른이 되고 나서도 내가 개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은 선뜻 들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고양이 봄이 · 루피와 살게 됐고,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만난 귀여운 강아지를 통해 유기견 보호소의 존재를 알았어요. 처음 임시보호를 시작했을 때는 커다란 책임감이나 사명감은 없었어요. 보통 작은 개를 맡았고요.
 
동물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동력으로 계속하고 있나요
보호소에서 일하는 분들이 항상 당부하는 게 “이 아이가 지금은 이런 특성이 있지만 새로운 환경에 가서는 어떨지 모른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도 설레는 마음으로 임시보호를 신청해요. 순수한 생명에 대한 기대감으로 빨리 그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그러다 막상 왔을 때 처음 며칠은 내가 또 발등을 찍었구나 싶지만요(웃음). 사람도 서로 모르는 사람과 갑자기 같이 살면 힘들잖아요. 배변 문제도 예측하기 어렵고 산책도 쉽지 않죠. 낯선 환경에 왔으니 짖는 것도 당연하고, 시카와 고양이과 어떻게 지낼지도 알 수 없고요. 그러나 일주일 혹은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개들은 모르겠지만 제 상태는 나아져요. 그리고 보통 다 잘 적응해요. 
 
1월 15일까지 성수동 카페 알비에서 열린 첫 전시. 틈틈이 그린 작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월 15일까지 성수동 카페 알비에서 열린 첫 전시. 틈틈이 그린 작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 임시보호러’로서 노하우가 있다면
임시보호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안 힘든 개는 없다는 거예요. 개는 힘듭니다. 저는 동물이 사고를 치거나, 뭔가를 물어뜯거나 털 빠지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완벽한 개도 있겠지만 대부분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죠. 시카는 매너도 좋고, 조용하고, 고양이랑도 잘 지내지만 다른 개에게는 공격적이라서 모르는 개와 마주치게 되는 상황은 굉장히 조심해야 하거든요. 큰 개라서 힘들고 작은 개라서 쉬운 게 아니라 각자의 장단점이 있어요.
 
시카의 입양 홍보에 한창일 때 예쁜 옷을 입혀 사진을 찍었죠. 그 방식이 대형 견주, 믹스견 견주가 우리 개의 무해함을 어필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느껴져 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를 돌아보면 저도 시카한테 미안해요. 피부병 때문에 털이 빠진 시카를 조금 못생겼다고 생각했고, 20kg이 넘는 개는 내가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던 때니까요. 막상 살아보니 개들은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충분하면 실내 공간 크기는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마당이 아무리 넓어도 사람이 함께 놀아주지 않으면 개집 안에만 있거든요. 오히려 넓은 공간이 필요한 건 고양이 쪽이죠.
 
사진도 즐겨 찍는 홍조 작가. 누렁이 시카와 익살스러운 고양이 시푸와 사진이 대다수다.

사진도 즐겨 찍는 홍조 작가. 누렁이 시카와 익살스러운 고양이 시푸와 사진이 대다수다.

도시에서 진도 믹스를 키우면서 겪었던 선입견이나 어려움은 여전한가요
몇 년 전 개 물림 사고가 뉴스에 크게 거론되면서 입마개 착용이 논의되고, 더 심해진 게 있다고 느껴요. 최근 1~2년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시카는 물론, 시카보다 작은 개를 보고도 큰 개 키운다고 뭐라고 하는 시선과 갈등 때문에 힘들기도 했으니까요.
 
시카에 이어 막내인 고양이 시푸도 임시보호와 입양 과정을 많은 사람이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모든 임시보호자가 반드시 직접 입양까지 하는 건 아니죠. 임시보호 중 지켜야 할 원칙이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게 있다면
임시보호는 입양처를 찾을 때까지 책임진다는 전제하에 진행돼요. 입양 홍보까지 함께 하는 거죠. 사진을 찍는 건 어렵지 않은데, 이를 SNS에 올리고 알리는 것이 어떨 때는 버겁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보낼지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단체를 통해 데려온 경우가 아니라 제가 입양 신청자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 때는 개인적인 사실을 묻는 것이 저도 불편하거든요. 보통은 ‘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주말에는 전시장으로 출근했던 시카를 위한 물그릇.

주말에는 전시장으로 출근했던 시카를 위한 물그릇.

저도 16년 전 첫째를 구조센터에서 데려왔는데, 돌아보니 대학생이자 작은 오피스텔에 여동생과 사는 저를 그들이 뭘 보고 믿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5년 넘게 꾸준히 안부 문자가 왔던 것 같아요
어떤 분은 환경이란 건 계속 변하니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봐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동물을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 경제력이 있다고 잘 키우는 것도 아니거든요. 이런 사람은 절대 안 돼 하는 기준은 없지만 신청자의 마음을 본다는 게 쉽지는 않죠.
 
시카와 함께 살게 된 이후 홍조 님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예전에도 개를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사랑하기 전에는 이왕이면 내 개는 이렇게 생겼으면 좋겠고, 털 빠짐이 없는 종이면 좋겠다 하는 기준은 있었어요. 이제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죠. 전에는 시골 개들이 밖에 묶여 있어도 크게 안타깝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지내는 게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SNS에서 알게 된 앵두.

SNS에서 알게 된 앵두.

저희 부모님도 10년 전 전원주택으로 이사해서 진돗개를 밖에서 키우세요. 요즘 기준에서는 ‘학대’지만 그렇다고 저희 개가 사랑받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개인의 기준과 사회적 인식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그런 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어릴 때 키웠던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죠. 봄이와 루피도 동물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기에 가정 분양으로 데려온 품종묘예요. 저는 고양이를 구입해서 데려오기도 했고 유기묘, 유기견과도 함께 살고 있잖아요. 정말 아이들은 똑같고 다를 게 없어요. 오히려 착하고 튼튼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희 아빠도 지금은 시카를 예뻐하시지만, 처음에는 시골 개처럼 생긴 애를 왜 키우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길고양이를 집에서 키운다는 사실도요. 인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지금도 힘든 상황에 처한 생명이 너무 많아요. 최근 불법 번식장이 확인된 도사(Tosa)견처럼요. 진도와는 비교도 안 되게 국내에서 인식도 안 좋고, 무게 제한 때문에 해외입양도 쉽지 않으니까요. 국내에서는 식용 목적으로 키워져 뜬장에서만 살아서 겁 많고 조용하다고 들었어요.
 
유기견 입양이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행위를 ‘도덕적 우월감’을 갖기 위한 자기만족적 행위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있는지 돌아봤어요. 저는 새로운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함께 있는 게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자기만족감을 위한 것도 있죠. 사람이 어떤 일을 계속하려면 자기만족감은 필요하지 않나요? 호기심에 잠깐 데려왔다가 다시 보호소에 돌려보내는 것은 문제지만 입양까지 책임진다면 그 친구는 가족을 찾고, 나는 행복하고.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입양 홍보뿐 아니라 동물권을 둘러싼 많은 문제가 SNS를 통해 논의됩니다. 때로는 반복되는 문제에 지칠 때 힘을 내는 방법은 
저는 보호소에 가본 적은 많지 않지만 갈 때마다 놀라긴 해요. 양옆으로 개들이 계속 있는데, 다 백구거든요. 밖에서 만났다면 하나하나 다른 애들일 텐데 그곳에서는 다들 비슷해 보여요. 실제로 일하는 분들은 굉장히 지칠 것 같아요.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시카도 이런 애들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다 구할 수 없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시카도 ‘라라’ 시절이었을 때 치료비 모금을 받았어요. 항상 그렇게 도움을 주는 분들도 감사하고요.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홍조 작가.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홍조 작가.

‘쪽파 까기’라고 하죠. 개인의 선의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개선 중 가장 시급하다고 여기는 것은
매매 금지. 그게 펫 숍일 수도 있고, 시골 장일 수도 있고, 가정 분양이나 브리더일 수도 있죠. 놓여 있는 환경은 다르고 엄마 개가 새끼를 몇 개월에 한 번 출산할 수도 있고, 2년에 한 번 새끼를 낳을 수도 있지만 목적을 갖고 임신시켜서 생명을 매매하는 건 같아요. 누군가의 생계일 수는 있겠죠. 그런데 정말 유기견이 너무 많아요. 다른 곳은 몰라도 한국에서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출산은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람과 동물은 왜 공존해야 할까요
여름에 이 문제를 은근히 많이 생각했어요. 바다는 누구의 땅도 아니잖아요. 바닷물 속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들어가면서 개가 들어가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시카는 바다를 안 좋아해서 여름밤에 사람이 많으면 해변을 돌아가는데도 싫은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겨울에 산책할 때 눈길 위를 보면 사람 발자국과 개 · 고양이 · 새 발자국이 함께 있어요. 그걸 보면 정말 다 같이 사는 땅이구나, 인간 위주로 살지만 분명히 사람만 사는 곳은 아니라는 마음이 들어요.
 
한 테이블에 앉은 강아지 그림처럼 모든 개는 똑같다. 크기도, 품종도 관계없이.

한 테이블에 앉은 강아지 그림처럼 모든 개는 똑같다. 크기도, 품종도 관계없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어떤 걸 느끼길 바라나요
제가 키우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니까 진도 믹스나 도사견 같은 친구들을 그릴 때가 많아요. 그 친구들도 작은 개와 다를 것 없이 똑같이 귀엽고, 장단점을 갖고 있는 똑같은 개라는 사실이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림처럼요.
 
profile 홍조
2016년 임시보호로 만난 누렁이 진도 믹스 ‘제시카 심순(시카)’, 고양이 봄이와 루피, 시푸와 살고 있다. SNS 스타 팔로어 1.5K의 SNS 스타 시카와의 만남 이후 변화된 생각을 그림과 사진, 글로 남긴 책 〈제시카 심순의 봄〉을 펴냈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길 위의 생명에게 머물 공간을 내주며, 올해 1월 첫 번째 전시 〈행복은 여기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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