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LT Cheong-gye-cheon 펠트 청계천점은 넓은 벽면을 순식간에 마감할 수 있는 소재로 커튼을 선택했고, 30m 길이의 커튼으로 3면을 둘러싸고 탈착이 가능한 등기구와 흡음재를 매달았다. 고객이 야외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도록 바 앞쪽을 최대한 비우고, 대형 문을 달아 청계천 물소리를 매장 안까지 끌어들였다.
Typo Janchi, 2021 문자와 생명을 주제로 한 〈타이포잔치 2021: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 거북이와 두루미〉전. 장수와 지혜, 재물을 의미하는 동식물 문양의 실내 소품을 10배 이상 부피를 늘려 구 서울역 서측 복도 한쪽에 전시했다.
Thisisneverthat The Hyundae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매장과 쇼케이스. 의류 매장의 전형성을 비틀어 색다른 공간을 연출했다. 고어텍스 점퍼를 입은 사람의 모형이 있는 쇼케이스는 브랜드 고유의 도시적이면서도 편한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한 씨오엠의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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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막이 오를 때 · 스튜디오 씨오엠(Studio COM)
공연과 디자인 사이. 스튜디오 씨오엠이 만든 공간은 하나의 장면(Scene)으로 기억에 남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이야기의 막이 오르고 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얼마 전 청계천로 초입에 새로 생긴 펠트 카페는 아예 벽면에 무대의 붉은 장막을 드리우고 있다.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김세중과 무대미술을 전공한 한주원이 2015년에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씨오엠은 전시 공간 디자인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1세대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더북소사이어티, 아티스트 프루프, 소소문구, 슈퍼픽션 등 아트 북 서점이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이들의 초기 클라이언트다. 예술 · 디자인 분야 창작자들이 먼저 씨오엠을 알아본 데는 이유가 있다. 지도에 없는 가상의 지역을 기기묘묘한 가구의 풍경으로 완성한 씨오엠의 개인전 〈시티 코르타니아 City Cortania〉(2017)는 두 사람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기발한 전시였다. 때로는 모자가 의자가 될 수도 있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건축설계를 맡고 씨오엠이 가구를 디자인한 ‘인왕산 대충유원지’의 고딕풍 나무 의자들은 당시 클라이언트의 페도라에서 형태를 따왔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매장은 일반적인 백화점 의류 매장의 핵심 요소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카운터와 창고를 하나의 박스로 정리해 창고 복도까지 매장 인테리어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탈의실과 디스플레이 선반을 또 다른 박스로 묶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확보한 공간은 매장 중앙부를 비우는 데 사용된다.
“빽빽한 디스플레이로 가득한 리테일 매장 사이에선 때로 공간을 비우는 게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해당 매장에는 패스트푸드 식당의 테이블 한 조각을 옮겨온 듯한 쇼케이스도 있다. ‘우산 없이 외출한 원시인이 실내에서 조각 피자를 먹는 도중 갑작스럽게 스프링클러가 작동한다’는 한 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를 디오라마 형태로 포착한 설치미술 작품이다. 카페나 매장 외에도 브랜드 사옥, 공유주거시설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비롯해 지방의 작은 숙박시설을 위한 가구를 만들어온 씨오엠은 전시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올 초 ‘취미가’에서 단독전을 진행하고, 지난 9월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타이포잔치 2021〉에선 집안의 행복을 기원하는 장식 소품을 확대해 가구처럼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홈스위트홈’). 최근의 변화라면 합판을 주로 다루던 초기와 달리 원목의 비중이 늘었다는 것. 딱히 소재를 가리진 않지만 기피하는 몇 가지는 있다. ‘원본을 모방한 소재, 유행 중이거나 곧 유행할 것 같은 소재, 지나치게 아름다운 소재’다. 요즘 이들은 작은 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장사는 잘되지만 유명하진 않아 조용한! 말이 안 되나요?” 씨오엠에 뭔가 작업을 의뢰하고 싶다면 아래의 두 가지 답변을 참고하면 된다.
동료 의식이 느껴지는 클라이언트. 고민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동질감이나 고마움 같은 게 있다.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는 공적 영역에 속하지만, 일하는 동안 오가는 감정은 사적인 무엇이라 딱 잘라 선을 긋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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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오엠에 가구나 공간 디자인을 의뢰하고 싶다면
메일(ask.studioCOM@gmail.com)로 프로젝트 개요와 일정, 예산 등을 알려주면 빠르게 답변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