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가, 디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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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풍경(Dream of Escape)’이라는 뜻을 가진 카페 디스케이프. 디노바는 건축주가 그린 그림을 재해석해 건축으로 입체화했다.

고양 디스케이프는 인적이 드문 오래된 기찻길 쪽에 있다. 우리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파란 하늘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붉은색에 주목했다. 거친 텍스처의 외장재로 붉은 땅의 색과 촉감을 표현했다. 낮게 설정한 창의 높이, 최소화한 내부 조도를 통해 시선을 차단하여 특별한 공간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속초 IC 부근에 있는 카페 긷은 여행의 시작과 마무리에 들를 수 있는 공간이다. 설악의 산세와 울산바위의 경이로운 풍광이 선사하는 감동을 고조시키기 위해 콘크리트 가벽을 활용해 감각적으로 시퀀스를 설정했다. 걸어 들어가는 동선마다 이끼, 물, 하늘, 바람 등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요소를 두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설악산 전경을 즐길 수 있는 긴 나선형 계단이 시선을 끄는 카페 긷.
원칙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감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매번 우리에게 던질 뿐이다. 물론 예산에 맞는 현실적인 제안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저 그림으로, 종이로만 남겨지는 디자인을 하길 원하지 않으며, 많은 이가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때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브리즘 플래그십 스토어는 우주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거울을 사용했다.
원두 쇼룸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촌의 아티클. 생두는 원두가 되기 위해서 로스팅을 통해 크랙이 생겨야 한다. 우리가 정의 내린 로스터는 결국 크랙, 즉 틈을 발견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토대로 ‘Blend Makes Harmony’라는 슬로건을 프로젝트의 모든 요소에 적용했다. 큰 로스터리를 운영해 온 클라이언트에게서 영감받아 커피나무를 키우기 위해 여러 원두 원산지를 여행하고 온 로스터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세계관에 알맞은 가구와 조명을 공간 곳곳에 배치했다. 건물 외관에는 간판을 두지 않고 외관을 마감해 공간 자체도 하나의 크랙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커피 사진을 올리며 홍보하는 대신 세상을 바꾸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명언을 하나씩 되짚었다.

두 눈 가득 숲을 바라볼 수 있는 묵리459의 명상적 풍경.
그곳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오랜 여운이 남는 공간을 떠올려보면, 특유의 이야기가 있다. 분위기는 공간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다.

푸른 여수 바다가 보이는 카페 마애.
제주 서귀포의 라바르. 라바르는 건축주가 조부모에게 물려받은, 1971년에 지어진 온천탕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했다. 총 4개층으로 1층은 카페, 2층은 갤러리와 편집숍, 3층은 와인 바와 루프톱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주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듣고 ‘나의 작은 바다’라는 뜻의 ‘Lavarr’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 이상의 말은 아끼겠다. 곧 라바르에서 뵙기를!